2026년 8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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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한 가지 진실에 두가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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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욱 [pm707] 쪽지 캡슐

2004-09-16 ㅣ No.71306

오늘 이윤석님이 퍼 올린 보도자료에 있는 특정인의 발언에 대해 양씨가 다른 반론자료를 올렸는데 아래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습니다.

 

왜 같은 사안이 이리도 판이하게 기사화가 될까요?

 

 

 

[국가보안법 보도비평4] 하나의 진실, 두 개의 보도
   

김진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 <한겨레> 16일자 2면.
ⓒ2004 신미희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신문 보도를 보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논설이나 칼럼 이야기가 아니다. 그야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을 터이니. 하지만 사실 보도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같은 장면을 본 기자들의 눈과 귀가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물론 이런 혼란과 놀라움을 방지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늘 하나의 특정한 신문만 보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정신분열에 걸릴 염려는 없다. 항상 친숙한 논조와 기사 선택에, 아무리 놀라운 뉴스를 접하더라도 심장에 충격을 줄 일이 별로 없다. 나의 생각과 관심도 그 신문의 눈높이에 맞추어진다는 것, 그리고 아예 빼버리는 기사가 많아 다른 신문 독자들과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국가보안법 보도 때문에 부득이하게 여러 신문을 접하게 된 오늘 아침, 어김없이 이러한 현상-두 개의 다른 사실이 있었던 듯 전혀 다른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 것-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물론 비교적 사소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로 "소송할 만한 꺼리"는 더욱 아니고. 다만 신기하다는 것이다.

국제사면위원회 연구관 발언, 한겨레와 동아일보가 다른 이유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게 된 오늘의 주인공은 모두 세 사람이다.

 

첫 번째는 <한겨레> 16일자 1면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플래카드 아래 사진까지 찍고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악법으로 국제적 인권기준에 반한다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붙은 국제사면위원회 라지브 나라얀 동아시아 연구관이다.

그는 한겨레에는 최근 보안법 폐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보안법이 악용돼온 것을 생각할 때 때늦은 감이 있다"며 "국외에서는 국론 분열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청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폐지를 주장했다(2면).

▲ <동아일보> 16일자 A4면 기사.
ⓒ2004 동아일보 PDF

그러나 <동아일보> 기자에게는 "국보법 폐지만이 사안의 해결책은 아니다, 수십 년 간 제시돼온 국제사면위원회의 권고안은 국보법의 인권침해적 요소를 해소하라는 것이지 법 자체의 폐지에 목적을 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들렸고, "그의 발언은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 등이 국제사면위원회의 권고안이라며 국보법 폐지의 주요 근거로 인용해 오던 내용과는 다른 것"으로 둔갑했다(동아일보 A4면).

 

그가 기자회견에서 국제사면위원회의 권고문까지 읽었다는데, 그렇다면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권고문 내용과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일까?



한 부장판사의 국보법 판결, 한겨레·경향과 조선일보가 다른 이유

한 입으로 두 말하게 된 두번째 주인공은 15일 민경우 통일연대 사무처장의 항소심 판결을 한 서울고등법원 김치중 부장이다.

 

한겨레(8면)나 경향신문(9면)에 의하면 "최근 국가보안법 개폐논의를 일부 반영해 형을 정한다. … 보안법 개폐논의가 한창이고 어떤 형태로든 보안법에 정한 각종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법정형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지금은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고민'의 한 자락을 내비친 것으로 보도됐다.

▲ <경향신문> 16일자 23면 기사.
ⓒ2004 경향신문 PDF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러한 고민 없이 "북은 반국가단체 국보법은 합헌"(A12면)이라고 말한 것으로 부각됐다. 판결문을 받아보고, 판결 선고를 들으러 갔던 사람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판단할 일이다.

마지막 주인공은 백도웅 KNCC 총무.

 

백도웅 목사는 경향신문(23면)에 의하면 14일 한 강좌에서 "KNCC는 민주화운동 20년 전부터 국가보안법의 악용으로 인한 폐해를 온 몸으로 겪으며 줄곧 폐지를 주장해왔다"며 "김 추기경님 솔직히 서운합니다"라고 '쓴소리'까지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A4면)에서는 길자연 총무와 마찬가지로 "폐지에 신중한 처리를 요구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정말 나같이 단순한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말 바꾸기인 셈인가.

아, 나는 내일부터 다시 한 가지 신문만 보아야 할까 한다.

아니면, 이 사람들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무엇이 진심이냐 물어보아야 하려나.

 


현정부 정책까지 싸잡아 흉보는 폐지반대론자들

오늘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 자체를 전면으로 다루는 기사는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기획·특집 기사로는 '국가보안법-쟁점' 연재를 시작한 한겨레 밖에 없다. 나머지 신문들은 어제 일을 중심으로 사건기사를 싣고, 논설주간이나 외부 필진의 입을 빌어 논평하는 정도이다.

이들 논설이나 칼럼 중에서도 국가보안법을 전면으로 다룬 것은 '폐지 찬성'을 밝힌 경향신문 시론(31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뿐이고, 나머지 폐지에 반대한 논설위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하여 현정부 정책을 싸잡아서 흉보고 있다.

▲ <동아일보> 16일자 A4면 기사.
ⓒ2004 동아일보 PDF
그런데 자세히 보면 국가보안법에 대한 열기가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A30면 전체에서 내부 필진(이선민 문화부 차장 대우, 김대중 이사, 만물상)의 입을 통해 현재 국제사회가 우리나라 과거 핵실험을 문제 삼는 게 '노무현 정부의 좌향좌 정책의 대가(김대중 칼럼)'라고 하거나, 추기경의 고언에도 귀를 열 생각이 영 없어 보이는 '저쪽 사람들(만물상)'을 비판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 서명에 참여하는 시민들 사진을 나란히 배열해 '갈라진 한국(A2면)'을 걱정하는 것도 여전하다.

동아일보의 A4면도 모두 국가보안법 관련 기사로 채워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청와대 항의방문, 김용갑 의원이 군 후배인 조성태 의원에게 보냈다는 폐지반대 권유 이메일,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발언이 실렸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발언으로 나라가 어수선" 한 것을 걱정하면서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확산된 친북좌경화 분위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불안감은 급기야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 후 폭발했다"고 분통해 했다. 더불어 '이제 남쪽 땅에 북한 간첩은 없다'고 당당히 밝힐 수 없다면 국가보안법을 없앨 수 없다고 공안기관까지 협박하고 있다.

신문에 따라 사실이 다른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일관된 것이 더 낫다. 내 복잡한 머리를 위해서는. 하지만 똑같은 내용을 신문마다 입맛대로 취사선택해서 내보낸다면 그것 때문에 발생되는 국민들의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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