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 초유의 사슴고기 파티
2004년 9월 30일은 우리 본당(대전교구 태안교회)의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몇 가지 새 '기록'이 만들어진 날이기 때문입니다.
저녁미사(우리 본당에서는 원래 목요일에는 저녁미사를 지내지 않고, 오전 10시 30분에 레지오 단원들을 위한 미사를 지내는데…) 중에 56명의 성인들에다가 14명의 유아, 도합 70명이 세례성사를 받았습니다.
지난 8월 15일 태안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지낸 성모승천 대축일 교중미사 때 한꺼번에 122명이 세례를 받은 일 다음으로, 즉 두 번째로 많은 영세자 수를 기록하게 된 거지요. 그리고 대축일이 아닌 날에 많은 사람들에 대한 세례성사가 거행된 것으로는 최초가 됩니다.
지난해 성탄 때와 지난봄 부활 때 영세를 받은 신자들을 합하면 교회력으로 올 한해 동안 영세를 받은 신자는 유아를 포함하여 326명이나 됩니다.
당초 목표는 300명이었습니다. 본당 설정 40주년인 올해를 '선교의 해'로 정하고 새 입교자 300명을 목표로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신자들이 전교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당초 목표 300명보다 26명이 많은 326명의 새 영세자를 얻은 것이지요.
본당 설정 40주년인 올해 새 성전 건축 공사도 착공이 되어서 여러 가지로 교회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도 300명 이상의 새 입교자를 얻은 사실에 대해 신자들 모두 상당한 경이감과 함께 기꺼운 마음을 갖습니다.
세례성사가 베풀어진 강당 건물은 40여 년 전에 지어진 낡은 건물이었고, 상당히 혼잡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반 신자들은 강당 밖에서 전례에 참례했고, 강당 안에는 영세자들과 대부 대모들만 들어가 자리했는데도 비좁아서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새 영세자들은 한결같이 기쁘고 진지한 표정이었습니다. 정갈하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에다가 가슴에는 세례명이 새겨진 명찰과 꽃송이를 달고 흰 장갑을 낀 그들은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간의 기쁨, 거룩함과 장엄함을 가슴 깊이 실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세례성사와 미사가 끝난 후에는 그들 각자에게 대부 대모 그리고 친지들의 축하 꽃다발과 선물들이 안겨졌습니다. 그들은 꽃다발을 안고 기쁜 미소를 지으며, 공사 관계로 절반이 가려진 상태인 사제관 앞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그 사이에 본당의 상임위원들과 성모회원, 청년회원들은 비좁은 공간을 잘 활용하여 여러 개의 긴 탁자를 놓고 갓 잡은 사슴고기를 차려놓았습니다. 사슴은 80근 짜리 월크 사슴이라고 했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새 영세자들과 신자들을 위해 한턱 쏜 것이지요. 사슴 값 60만원에다가 잡는 공임 10만원, 합 70만원이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사슴고기는 두 가지로 조리되었습니다. 한가지는 육회이고, 다른 한가지는 '샤브샤브'였습니다. 그런데 육회는 매우 연하고 향긋한 맛도 나는 반면 샤브샤브는, 즉 익힌 고기는 몹시 질기더군요. 완전히 익히지 말고 살짝 데치듯이 해서 먹어야 한다고, 그것을 일러 샤브샤브라고 한다고 일러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치아를 생각해서 샤브샤브는 포기하고 육회를 주로 즐겼습니다.
그러다가 육회로 조리된 작은 고깃점을 집어 끓는 냄비물에 잠시 넣었다가 먹으니 그건 별로 질기지 않고 먹을 만하더군요.
200명 정도 되는 신자들이 소주 맥주와 함께 사슴고기를 섭섭지 않게 먹었습니다. 밤음식을 거의 드시지 않는 내 어머니는 단 한 점 맛보았고, 아내와 아들녀석은 미사 후에 이내 집으로 돌아가서 사슴고기 맛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통풍과 당뇨 걱정을 억누르며 소주와 사슴고기를 꽤 즐겼습니다.
그러며 나는 신부님과 신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개인으로도 사슴고기를 먹어보기는 처음이고, 우리 본당에서 사슴고기 파티가 열리기도 처음입니다. 이 사실도 '기록'에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기쁘게 동의했습니다.
나와 함께 대작을 한 사람들 중에는 올해 300번째 영세자가 되어 신부님으로부터 기념품을 받은 자매의 남편 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금융기관 상무로 내 몇 년 후배가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잘하면 우리 문 상무가 미구에 600번째 영세자가 될지도 모르겠구먼!"
나의 이런 진심 섞인 농담에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될지도 모르죠."
나는 한마디 더 하고 싶었습니다.
"600번째라는 게 몇 년 후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여. 금세 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말하는 것 같은디, 그게 내년이나 내후년에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여. 그러니께 600번째의 행운을 목표로 지금부터 행동을 허야 혀. 내 말뜻을 알아듣겄남?"
"예, 무슨 뜻인지 알유. 제 집사람두 벌써부터 나헌티 하느님 얘기를 헤싸니께요."
그 친구는 이미 뭔가 결심을 한 듯한 기색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기분 좋은 밤이었습니다. 정녕 내 기억에 오래 남을 우리 성당의 밤 풍경이었습니다.
이윽고 어머니와 큰 수녀님, 여러 할머니들을 내 승합차에 태우고 성당 언덕을 내려오면서 나는 가만히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 오늘 새 생명으로 태어난 모든 영세자들이 끝까지 변치 않는 진실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느님을 믿고 섬기며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 ―아멘."
(041001)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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