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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시간을 살고 있는 청년도 아닌, 인생에 있어 쓴맛 단맛을 볼대로 보며 산전수전을 헤쳐나온 중장년 및 노인 수십만명이 한 장소에 모여 시위를 벌인 사실 하나만 해도 지금 이 나라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경찰추산 10만여명, 주최측 추산 30여만명, 그 많은 사람들이 어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격렬히 반대했다.
이번 시위의 본질적 핵심은 어떤 성격의 단체들이 주도하고 안하고, 시위가 과연 최선의 의사표현 방식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책임있는 정부·여당이라면 국론이 극단적으로 양분화되고 있는 이 상황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해법이란 국보법 폐지 계획을 바로 지금 철회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 계획을 거둬들이고 국회라는 장내(場內)에서 개정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상황은 국보법 폐지가 바람직한지, 아니면 개정이 옳은지하는 이성적인 논의를 이미 건너뛰고, 폐지 반대냐 찬성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극심한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 정권은 이번 시위를 그같은 국론의 첨예한 양분이 낳은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의장의 표현대로 ‘근거없는 선동’이라거나, 한 부대변인의 논평대로 “왜 특정세력에 서울광장을 집회장소로 빌려주었느냐”는 식으로 트집을 잡아 국면을 벗어나려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장외(場外)에서의 의사표시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며, 어떤 물리적 방식이나 충돌에 대해 절대 반대함을 거듭 표명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정부·여당은 왜 이같은 장외사태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바로 민심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현 정권은 이 시점을 국보법 폐지 철회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으로 삼아야 한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관변단체들을 동원해 홍보전을 벌이며 밀어붙인다해도 오히려 폐지 반대 여론만 더 높아진다.
오기를 부릴 때가 아니라 난국을 헤쳐나갈 혜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여러번 지적했듯이 국보법 폐지에 80%이상이 반대해왔다. 국회 안에서 여야가 개정문제를 놓고 순리와 민심에 따라 합의처리해야 한다. 수도이전과 과거사 규명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제부터 살리고 외교·안보를 다지는데 주력하는 쪽으로 국정의 단추를 다시 꿰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