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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개심을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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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0-07 ㅣ No.72243

적개심을 풀자
김재목기자 jmkim@munhwa.com
#“파도를 멈춰라.”

곤돌라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상징으로 통한다. 곤돌라는 수상도시인 베니스 골목을 가르는 운하의 오랜 교통수단이자 관광용 소형 보트다. 관광객들에게 낭만스럽게만 다가오는 이들 곤돌라 사공이 요즘 화났다. 베니스 시내 산 마르코 광장앞에 100여m나 되는 대형 현수막을 바다를 향해 내걸었다. 속도의 시대를 따라 2000여대에 이른 모터보트의 질주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곤돌라와 모터보트의 고객 유치경쟁이 깔려 있다. 전통과 현대, 빠름과 느림의 이해충돌이라고나 할까.

#추석연휴에는 남도의 고향을 찾았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개최되던 ‘한가위 콩쿠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촌락공동체에도 갈등의 사연은 있었다. 이장과 청년회는 노래자랑대회를 서로 주도하려 했다. 서로의 감정은 에스컬레이트됐고, 급기야 ‘그러면 하지 말지’쪽으로 결론지어져 버렸다. 그러나 이들은 추석 전날 동네 느티나무 아래 함께 모였다. 이장이 마련한 돼지고기 ‘이벤트’에는 객지에서 고향을 찾은 식구들도, 마을을 꿋꿋이 지키는 청년회원들도 빠지지 않았다. 함께 웃고 떠들며 생고기에 소줏잔을 나눴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감정의 상흔을 치유하고 공동체의 새로운 협력을 도모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지난주말 대학친구모임. 두 친구가 토해내는 톤높은 목소리에는 인식차이만 있었다. 타협의 지점은 보이질 않았다. 논점이 서로 다른 대화는 공통분모를 찾지 못한 채 한동한 평행선만 달렸다.

작은 기업을 경영하는 친구는 말했다. “이 정부가 경제살릴 생각은 안하고, 자기들만 잘났다고, 온통 세상 시끄럽게하는 주제들만 꺼내들고 설쳐서야 되겠어? 행정수도 이전이니 국보법 폐지니 과거사 규명이니, 이런 것들이 국민들 먹고사는 것보다 급하다는 것이야? 이게 참여정부야 ‘자기들 정부’지….” 월급쟁이인 또다른 친구는 금방 반격에 나섰다. “이런 식이면 선거할 필요가 있겠어? 선거에 의해 뽑힌 대통령과 다수당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어떻게 하면 흔들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넘어뜨릴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거야…. 그들은 70,80년대 군부독재시절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

2004년 10월, 서울의 자화상을 압축하는 듯했다. 행정수도이전, 국보법개폐, 과거사 규명등을 둘러싼 기싸움과 세력대결이 그칠줄을 모른다. 여야 정당은 정당대로, 오랜 경륜으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지혜를 주어야할 원로는 원로대로, 화해와 통합의 정신을 널리 설파해야할 종교계는 종교계대로, 국민일반의 권익향상에 힘을 합쳐야할 시민단체는 그들대로, 양극단의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로를 향한 적개심 가득찬 눈초리가 번뜩인다.‘친북 좌파세력’이니‘수구꼴통세력’이니 하는 험담만 난무하고 있다. 어디를 봐도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려는 고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고, 숨고르는 여유도, 타협의 모색도 느낄 수가 없다.

#단상:크고 작은 갈등과 긴장은 유사 이래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떤 조직에도 있었다. 베니스에, 촌락공동체에 있는 것처럼. 그러나 상대를 넘어뜨리려는 세대결만 있고 타협과 화해의 분주함이 없는 사회에는 진보가 없었다. 경쟁력 향상도 삶의 질 개선도 없었다. 혼돈과 추락만 있었고 그 결과 국민들만 불행해질 뿐이었다. 사회적 대타협과 화해를 위한 범국민운동, 대통합운동이 더 늦기전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좌파든 우파든, 보수세력이든 진보세력이든 최소한‘국가패망’의 악의는 없지 않겠는가.

김재목 / 정치부장 jm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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