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2일 (화)
(녹)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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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t4153032] 쪽지 캡슐

2004-10-08 ㅣ No.72293

[갈등과 겸손]


       「베네딕도의 수도규칙」은 공동 생활에서 오는 다양한 측면의 갈등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명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겸손’을 제시한다. 여기에 따르면

          겸손은 수도 생활의 가장 근본이 되는 미덕이요 생활의 원리이다.

          수도자들이 삶의 양식으로 선택하는 ‘가난’, ‘청빈’, ‘정결’ 등은 근본적으로

          겸손이 전제될 때 가능한 것들이다.

          인간 집단 내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폐쇄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타인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자극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요구나 주장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하여 평가되고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배척할 것인지를 판단한다. 일반적인 조직체나 사회 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합리적인 계약관계에 따라 조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를 가진다.

          계약 관계 에 따라 서로의 이해관계가 조정되는 것은 결국 한정된 범위 안에서

          한정된 조건을 전제로 타인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는 계약을 둘러싼 관계와 조건이

          변하게 되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관계이다. 그러나 순명은 자신의 내적

          충실성으로부터 나오는, 즉 겸손으로부터 나오는 자발적 수용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의 소지는 없어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깊이가 전제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순명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이해하게 하고 그로부터 타인의 충고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자세이다. 이는 극단적인 겸손의 한 표현으로

          수도생활의 본질적인 차원을 이룬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자 유의 행사가 곧 순명이다. 그것은 또 인간이란 자기의 의지나 기준에 의해 성장한다기보다는

          타인들을 통해서 흘러 나오는 하느님의 신비에 의해 성장한다는 것에 대한 체험이기도 하다.

 

          하느님의 음성 과 계획은 타인을 통해 나에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 박현준(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산위의 마을」가을호 중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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