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휘날리며 평화 집회를 열면 처벌할 수 있을 것인가. 정답은 이렇다. 유인물 내용에 '북한의 혁명노선에 따라 한국정부를 전복하자'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는 한, 어떠한 친북시위도 처벌할 수가 없다. 여당이 제시한 네 가지 대안(代案) 모두 기존 국보법의 찬양·고무 죄(7조)가 삭제되어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주체사상 전파에 여념이 없어도, 김일성 추모집회에 참가해도, 북한방송 유인물을 배포해도 여당의 새 대안에서는 법 저촉 대상이거나 '불법'이 아니다. 국보법의 찬양·고무죄 삭제는 이처럼 우리의 안보의식과 안보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
현재에도 북한당국자들이 우리 사회를 상대로 드러내놓고 운영하는 북한 직영 사이트만도 자그만치 43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이버공간에서의 대한민국 정체성 허물기를 겨냥한 친북(親北)사이트의 침공(侵攻)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고, 정부지원을 받는 이름만의 시민단체(NGO) 홍위병들의 극성 역시 하늘을 찌를 것 아닌가.
찬양·고무죄가 이들 대안에서처럼 '사상에 대한 자유,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악법 규정'이라는 이유로 삭제될 경우 이런 불행한 일들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서게 된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사안(事案)은 현행 형법의 '내란의 예비·음모죄'를 준용하여 처벌한다지만, 그 경계선의 획(劃)을 긋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 무장간첩선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고 지나쳤다 치자. 차후 조사과정에서 그런 경우가 적발되어도 처벌받는 일은 없게 된다. 처벌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4개 안 중 어떤 것이 채택되어도 마찬가지이다. 불고지죄(不告知罪)가 국보법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이처럼 황당하기까지 하다.
현재 기소중인 송두율씨와 같은 경우 열우당의 대안에서는 반국가단체(노동당 당원) 가입 행위만이 문제가 될 뿐, 당초 기소사유였던 잠입탈출(친북활동을 위해 남북한을 드나든 행위), 금품수수(북한에서의 자금 수령)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모두가 과연 '그렇게 해서 좋을 일들'도, '납득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결국 국보법은 사라지고 '물법'만 남으면 친북·좌경세력이 기승을 부릴 것이고, 국론은 양분될 것이며, 우리사회는 말할 수 없이 혼탁해질 것이 자명하다. 남한 땅에서 '잠재적 내란(內亂)'이 일어날 것임을 쉽게 어림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 적전(敵前)에서 자발적으로 무장해제 해야 하는 것인가-. 집권여당은 이 물음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올바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는 한, 여당이 제시한 4개 대안(代案)은 '개선안'이 아닌, '엄청난 개악 안(改惡案)'일 수밖에 없다.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사회혼란으로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국내투자 해외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무슨 수로 경제 살리고 안보를 지켜낼 것인가. 국보법 사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열우당이 발표한 4개안은 1안(형법 중 내란죄를 개정) 2안(외환(外患)죄를 개정) 3안(내란·외환죄를 개정) 4안(가칭 '국가안전보장특별법' 대체입법)- 어느 것에서나 현행 국보법의 핵심 내용들이 대부분 빠져 있다.
현행 국보법 2조와 3조의 반(反)국가단체 규정, 5조의 금품수수죄, 6조의 잠입·탈출죄, 7조의 찬양·고무죄(이적단체 성격규정 조항 포함), 10조의 불고지죄 등이 공통적으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열우당이 겨냥하는 효과가 무엇인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들 3개 형법 보완안(案)이나 대체입법안으로는 기존 국보법이 감당해온 역할을 대신하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인가. '안보공백 메우기'가 어려워질 경우 우리에게 닥칠 것은 '엄청난 사회혼란'이다. 특히 찬양·고무죄가 빠지면 한총련 등 이적(利敵)단체를 처벌할 근거가 사라진다.
한총련·남민련(남조선해방민족민주연맹) 등은 당장 구체적인 폭동 계획은 없더라도 각종 선전·선동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온 친북·이적단체가 아닌가. 이들 좌경단체들을 내란목적단체(형법 보완1안, 3안)나 국헌문란목적단체(대체 입법안)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찬양고무죄의 존속'은 그런 이유로 더 없이 '매우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닌다. 바로 이 부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준의 찬양·고무 행위는 형법상 내란죄의 예비·음모·선전·선동으로 처벌할 수 있다지만, 내란죄나 외환죄는 모두 형법상 구체적인 폭동을 전제로 하고있어 구체적인 폭동 음모하거나 선전·선동하지 않은 이상 내란죄로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간첩 수사의 단초가 되는 '김일성을 고무·찬양하는 이적 표현물의 소지(所持)'는 물론, 금품수수죄와 잠입·탈출죄까지 없앨 경우, 북한의 돈을 받거나 남북한을 오가며 이적 행위를 해도 폭동 등이 전제되어있음을 증빙할 수 없으면 수사는 난망(難望)해지고 말 것이다.
다만 '반(反)국가단체' 규정을 '내란 목적 단체'나 '국헌문란 목적 단체' 등의 규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북한을 '우리 국토의 일부'로 보느냐, 준(準)적국으로 보느냐, 외국으로 보느냐 등의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처럼 국토의 일부를 물리적으로 점령(참절)하거나 대한민국의 기본 질서를 파괴(국헌 문란)하려는 반(反)국가단체와 관련된 '폭동을 전제로 한 행위'는 법리상 내란목적단체 규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당이 제시하는 여타 대안에서는 현행 국보법상의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들이 대부분 그 범주에서 벗어나고 만다. 명분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처해있는 안보환경을 감안한다면 어느 것 하나도 졸속으로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형법 보완 1-2-3안(案)이나 대체입법은 기존 보안법의 기본취지가 증발하고만 '꿩도 매도 아닌 그림'이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가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