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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와 '知的 총생산'의 추락 - 조선일보 김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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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박교 [briel98] 쪽지 캡슐

2004-10-19 ㅣ No.73038



[김대중 칼럼] 평준화와 '知的 총생산'의 추락
입력 : 2004.10.14 18:37 41'

우리나라 뇌(腦)권위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청소년기에 크기와 기능이 완성되며 20대로 넘어가면 소멸하는 뇌세포수가 더 많아져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창의적 논리적 통합적 사고 등, 뇌 전영역을 고루 사용하는 전뇌(全腦)활동을 해야 계속적인 지적(知的) 능력의 함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읽고 깨닫고 사유하고 창의하는 인간의 기본 자질은 이 시기에 얻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뇌가 반짝반짝 빛나게 움직이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땅의 청소년, 특히 남자들은 바로 이 시기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나는 입시(入試)이고 또 하나는 군(軍)복무다. 군복무 기간을 공백으로 볼 것이냐 또 다른 의미의 성장으로 볼 것이냐에는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군 입대로 초래되는 지적 활동의 공백 내지 편중은 뇌의 회로(回路)를 다양화시킬 기회를 박탈하며 이미 개통돼있던 회로까지도 사용하지 않음에 따라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권위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 땅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군대 문제는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지상(至上)의 의무다. 따라서 군복무로 인한 미래 인재(人材)의 지적 사고 능력의 총체적 결함 내지 공백은 국가적 숙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청소년들의 지적 능력을 입시경쟁이라는 관문에서라도 철저하게 계발하는 데 온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군복무의 공백을 벌충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귀중하게 활용해야 할 청소년들의 지적 함양의 시간을 허송하며 지식 습득의 훈련을 약화시키고 있다. 통탄하다 못해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이 시기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경쟁을 시켜서 청소년들의 전뇌(全腦)활동을 채찍질해도 모자랄 판에 모두를 끌어내려 하향평준화 시키려는 발상은, 그것이 좌파적이냐 우파적이냐, 홍익교육이냐 아니냐의 관점을 떠나 나라의 경쟁력과 국가의 생존력을 궁극적으로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에서, 특히 우리의 경쟁상대인 선진국에서 국민개병제(皆兵制)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 나라의 청소년들은 두뇌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청소년보다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다. 가장 두뇌적 수용이 활발한 시기에 창의적 노력과 지식 습득의 기회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것은 예체능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단편적인 예(例) 같지만 중·고교 시절엔 뛰어난 재능과 기량을 보였던 우리 청소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거나 그 이후의 과정에서 외국 청소년들에 가려지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지구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두뇌활동의 공백에 따른 회로의 정체 내지 약화가 그 원인일 수도 있다.

이런 열세적 환경에서 그나마 경쟁의 기회와 계발의 시간을 활용하기는커녕 그 싹을 뭉개는 저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대학당국과 현 집권세력 간에 전개되고 있는 대학입시를 둘러싼 평준화와 차별화의 시비는 앞으로 20년, 30년 후에 이 나라의 존재 양태를 결정짓는 국가경쟁력과 지식강국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강남·강북이 어떻고 과열 과외가 어떻고 ‘돈 주고 딴 실력’이 어떻고 하면서 ‘내자식’의 관점에서 미시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고 우리 자식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터전을 만들어갈 것이냐의 거시적 국가적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 평등이란 말은 좋은 것이고 평준화도 그럴 듯하다. 그러나 머리좋고 판단력 있는 지도층이 많을수록 그 나라가 탄탄해진다는 것은 이미 동서고금의 역사가 입증한 터이다. 그런 시각에서 백년대계를 세우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선택이다.

국가별로 국민총생산이라는 개념이 있듯이 지적(知的) 총생산량이라는 지수가 있다면 ‘나 못가면 너도 못간다’식(式)의 하향 평준화로는 결국, 이 세계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낙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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