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안법.사학법.언론법 등의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론을 확정해 20일 국회에 제출했으니 심의가 불가피해졌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국 주도권을 여당에 내주었을 뿐 아니라 야당은 존재 자체가 없는 듯하다.
보안법 폐지 논란이 대표적 예다. 폐지 반대 여론은 70% 이상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논리대로라면 야당은 큰 틀을 유지한 개정안을 내 여당의 폐지안과 논리싸움을 벌여야 당연하다. 그래야 국민도 선택을 할 수 있다. 이게 대안 세력의 할 일이다. 하지만 당대표가 "폐지를 강행하면 상생의 정치는 끝난다"고 으름장을 놓은 게 전부다. 대표는 대표대로 발언에 책임지고 후속조치를 밀어붙이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대표를 뒷받침하는 당 차원의 움직임도 없다.
여당이 4일 연속 4대 법안을 발표해도 야당은 쳐다만 보고 있다. 당내에 제대로 된 검토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이게 120석이 넘는 제1야당의 리더십과 조직력인가 의심스럽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크게 대비된다. 여당 당직자들은 자신감과 여유를 보인다. 여당안에 야당과의 협상에 대비한 양보선이 담겨 있음을 시사하며 대화를 요구한다. 겨우 20~30%만이 지지하는 그런 법안들을 내놓고도 당당하다.
오죽 상황이 급하면 보수 원로와 시민들이 보안법 폐지 반대 집회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개최하겠는가. 그래도 한나라당은 말이 없다.
변변한 전략도 없다. 여권 내부에서 보안법 폐지 등의 강경론에 대한 반발이 가시화돼도 이를 활용할 생각을 못한다. '정치를 접은 정당'의 모습이다. 명분은 명분대로, 실리는 실리대로 잃고 있다. 당직자회의는 그저 신문에 난 내용이나 옮기는 무능과 안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여론과 언론 뒤에 숨어 욕 안 먹고 표 챙길 궁리가 전부다. 여당의 독선과 별도로 한나라당의 기회주의도 국민을 열받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나 제대로 된 야당을 갖게 될까.
2004.10.20 18:56 입력 / 2004.10.20 20:35 수정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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