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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憲裁 결정에 잘못 있나!!!(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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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0-28 ㅣ No.73686

 

(최광률 전 헌재재판관)

다수의견 따른 상식적 결정
비난 말고 나라 체면을


 

■ 최광률 변호사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있은 지 꼭 1주일이 지났다. 일부 정치 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최근에는 헌

 

재와 그 재판관들을 모독하는 규탄대회화형식 따위의 집단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

 

러운 일이다. 외국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를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동안 신문방송이나 인터넷 언론에 오르는 글이나 토론들의 상당 부분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합당한 논거를

 

제시함이 없이 일방적 주장으로 헌재 결정을 비난하는 정치 평론들이다. 최종 심판기관의 위헌 결정이 이미 발

 

효된 마당에 그러한 정치 평론이 왜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헌재 결정이 제시한 몇가지 쟁점에 관

 

해 전문적 입장에서 무슨 잘못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싶다.


첫째 쟁점은 수도의 설정이전문제가 헌법사항인가 하는 점이다. 다수 의견은 수도의 설정이전문제는 핵심적 헌

 

법사항에 속한다고 한다. 반대 의견은 수도의 소재지 문제는 헌법 목적의 실현에 직접 영향을 주는 헌법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수도문제는 국가의 정체성 및 조직의 근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 선택

 

의 자유와도 무관하지 않으며, 재산권의 보장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결국 헌법사항이라고 봄이 옳다. 전 세

 

계의 85개국 헌법이 수도 조항을 두고 있는 점으로 보아도 분명하다.


둘째 쟁점은 관습헌법(헌법적 관습법)이 헌법의 존재 형식이 될 수 있는가 함이다. 다수 의견은 성문헌법의 불

 

완전성 간결성 함축성 때문에 성문헌법을 가진 경우에도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 점에 관

 

하여는 반대 의견이 없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쟁점은 우리나라에서  수도=서울 이라는 관습헌법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함이다. 다수 의견은 수도 서울의

 

역사적 존속 경위에 비추어보면  수도=서울 이라는 관습헌법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소수 의견은 서

 

울이 수도라는 것은 오랫동안 내려온 관행일 뿐 그것이 법적 확신을 얻은 관습법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서울 은 단순한 사실 또는 행위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관습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법적 확

 

신을 얻은 관습법임이 분명하다. 현행 헌법에는  수도=서울 이라는 명문 규정이 없다. 이것은 분명한 헌법의 흠

 

결이다. 그러나  수도=서울은 600년 이래의 역사적 관습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의 각종 법령에서 이를 확인하는

 

명백한 규정을 두고 있어 관습헌법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조선왕조시대의 경국대전(1485년)이나 일제시대

 

의 총독부령(1910년)은 당시의 한성이나 경성을 우리나라의 수도로 간접 규정하고 있다. 해방 후의 미군정법령

 

(1946년)이나 건국 후의 서울시행정법(1962년)에서는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

 

도=서울은 분명히 관습헌법이다.


넷째 쟁점은 수도=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개정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 함이다. 다수 의견은 성

 

문헌법의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한다. 반대 의견은 일반 법률의 제정개정 절차를 밟는 것으로 족하다고 한

 

다. 그러나 수도=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의 존재와 효력을 인정한다면 그 개정이나 폐지는 헌법의 개정 절차를 밟

 

는 것이 백번 옳다.

 


이렇게 볼 때 수도 이전에 관한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하다. 거기에 일부 정치인이나

 

이해관계자들이 비난하는 것과 같은 잘못이 전혀 없다. 이제는 제발 조용히 하여 나라 망신을 그만하게 하여 주

 

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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