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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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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범 [riufsc] 쪽지 캡슐

2004-10-30 ㅣ No.73780

그늘찾아 희망심는 ‘빨래천사들’
[경향신문 2004-10-29 18:33]

화요일 오후, 보따리를 든 아주머니들이 줄지어 동사무소에 들어선다. 이들이 주섬주섬 보따리에서 꺼내놓은 것은 빨랫감. 동사무소 2층에 있는 빨래방은 순식간에 빨래 천지로 변한다. 흰 옷은 흰 옷끼리, 색깔 옷은 색깔 옷끼리 나눠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독거노인·장애인돕기 2년째-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의 주민자치모임인 ‘하우고개 뜨락’(회장 황국희)이 빨래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부터. 하우고개는 부천이 개발되기 전 심곡동에 있었던 고개 이름이다.

“저희 동네엔 홀로 된 노인들도 많고, 복지시설도 두 군데나 있어요. 뭔가 도울 방법을 찾다가 빨래라도 해드리자고 의견을 모았지요.”

자치센터 2층에 빨래방을 열었다. 회원들이 내놓은 성금으로 아쉬운 대로 세탁기를 사들여 돌리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동사무소에 부탁해 빨래조차 할 수 없는 홀로 된 노인과 장애인 가정을 찾았다. 찾아낸 홀로 된 노인 35가구, 중증장애인 13가구. 비인가 사회복지시설이 도움을 청해왔다. 회원들은 담당을 나눠 화요일과 금요일, 1주일에 두 번 빨래를 모아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잖아요. 헤진 옷은 꿰매고 다림질까지 해 드리면 좋겠다 싶어 재봉틀과 다리미도 들여놨지요.”

깨끗하게 빤 빨래는 꿰매고 다려 다음날 배달했다. 빨래 배달을 하던 회원이 “빨래를 가지러 다닐 때 반찬이라도 좀 해서 가져다 드리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뜨락모임은 빨래방 옆에 ‘반찬방’을 차려 1주일에 한번 빨래와 함께 반찬을 날랐다.

뜨락모임의 빨래·반찬방 운영 소식을 들은 지역의 기관·업체들이 거들고 나섰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반찬방’에 반찬거리를 제공했다. 부천에 있는 경륜사업소 부천지점 직원 봉사팀은 아예 빨래방에 합류했다. 자유총연맹에서는 ‘머리방’을 차렸다. 홀로 된 노인들과 함께 목욕을 하며 등도 밀어드리고 외식도 함께하는 ‘목욕방’도 생겼다.

‘빨래방’을 연 지 1년도 안돼 ‘종합도움방’으로 변신한 것이다.

“텔레비전이 고장나도 고치러 갈 힘도, 돈도 없잖아요. 그러면 그것도 가져다 고쳐드리기도 하지요.”

-반찬제공·목욕봉사도 함께-

하우고개 뜨락 모임의 빨래방은 지난해 3월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2003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우수상을 타며 다른 지역에도 알려졌다. 뜨락모임을 찾아와 견학을 한 8개 시·군에도 빨래방이 만들어졌다.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1주일에 두세번은 찾아뵙는 셈이니까요. 이젠 빨래 가지러 가면 속옷도 내놓으세요.”

하우고개 뜨락모임 빨래방은 찌든 세상의 정까지 깨끗하게 세탁해서 배달해준다.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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