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4년 10월 29일치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종교 관련 글입니다만, '종교 화합'이라는 사회적 미덕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이므로 여기에 소개합니다.
태안 칼럼
종교 화합의 멋진 자리
지 요 하
태안천주교회는 올해 '본당 설정 40주년'을 지내고 있다. '본당(本堂)'이라 함은 사제(司祭)가 상주하는 본격 교회를 이르는 말이다.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교회는 1956년 3월 서산 동문성당의 공소로 출발했다. 8년 후인 1964년 8월 4일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초대 주임 사제로 '파리외방전교회'의 고대연 야고버 신부(콜롬비아인)가 부임했다.
그 후로 어언 40년(전체적으로는 48년)의 본당 역사를 쌓아 가고 있는 태안천주교회는 지금까지 11명의 주임 사제와 2명의 보좌 신부가 거쳐갔고, 2명의 사제를 배출했다. 그리고 1982년부터 지금까지 23명의 수녀와 인연을 맺었고, 10명의 수녀들이 배출되었다.
2001년 2월 안면도 본당을 신설·분리시키고, 2002년 1월 서산시 부석면 송시리 공소를 서산석림동 본당으로 이관한 태안천주교회는 안면도를 제외한 태안군 전역을 관할하면서 오늘 현재 740여 가정 2,100명의 신도가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리스도교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성서 상에 40이라는 숫자와 결부되는 중요한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천주교는 오랜 옛날부터 40이라는 수를 각별히 기념하는 전통을 지녀왔다.
올해 본당 설정 40주년을 맞은 태안천주교회는 여러 가지 기념 행사들을 기획, 실행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11월 14일(일요일) 오후 7시에 태안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갖는 '경축의 밤' 행사다.
태안천주교회가 교회 행사를 지역의 공공 건물인 문예회관에서 갖는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교회 행사인만큼 교회에서 갖는 것이 옳겠지만 태안천주교회는 현재 새 성전건립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전의 성당을 허물고 최초 건물인 좁고 낡은 강당에서 미사를 지내고 있는데, 그런 사정으로 교회 안에서 큰 행사를 치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태안천주교회는 태안문예회관 대공연장을 빌려 행사를 갖기로 결정하면서, 이왕 교회 밖의 공공 건물에서 행사를 갖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색다른 모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 행사에 개신교의 찬양대와 불교의 찬불대를 초청하여 우리 지역에서는 최초로 종교 화합의 멋진 장면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불교 쪽으로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 사찰인 조계종 공덕사의 찬불대를 초청했다. 불교와 천주교의 교류와 상호 존중의 미덕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다. 예수 성탄과 석가 탄신 때마다 대표자들이 서로 예방을 하고 축하 현수막과 연등을 증정하는 것도 이제는 낯익은 풍경이 되었다.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태안천주교회 행사에 태안 공덕사의 찬불대를 초청하는 것은 처음부터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개신교 쪽으로는 역시 우리 지역의 대표적 교회인 태안장로교회의 찬양대에 초청을 드렸다. 태안천주교회와 태안장로교회 사이에는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태안에 천주교회가 처음 들어왔을 때 태안에는 3개의 개신교회가 있었다. 제일감리교회가 동문1리 향교말 근처에 있었고, 구세군이 남문리 구시장 언덕 아래에 있었다. 제일감리교회는 두 번, 구세군은 한번 이사를 하면서 오늘날 큰 교회로 성장했다.
그리고 태안장로교회는 태안천주교회가 1958년 강당을 짓기 전부터 그 강당 자리 바로 옆에다가 지은 천막에서 예배를 보았다. 천주교회가 강당을 짓고 주일마다 공소예절을 하게 되니 자연 서로 간에 약간의 불편이 생기게 되었다. 천주교회 강당에서 스무 발짝쯤 떨어진 곳에 있는 소나무(지금도 있음)에 산소 탱크를 매달아놓고 망치로 치는 장로교회의 종소리가 으레 천주교회의 공소예절 시간과 겹치곤 했다.
그런데 그 해 여름 엄청난 태풍이 불어서 장로교회의 천막이 밤사이에 날아가게 되었다. 그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서 떨어진 곳이 바로 오늘날의 태안장로교회 자리다. 당시 태안장로교회 신자들은 천막이 떨어진 곳을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자리로 믿고 그 곳에 다시 천막을 세우고 예배를 보았다. 그렇게 하느님께서 오묘한 방법으로 정해주신 자리에서 다시 천막교회로 역사를 시작한 태안장로교회는 오늘날 태안 지역 개신교의 으뜸 교회로 성장했다.
태안천주교회의 '본당 설정 40주년 경축의 밤' 행사에 정식으로 찬양대 초청을 받은 태안장로교회는 그 날이 주일이고 또 저녁에 2부 예배가 있는 관계로 성가대는 보내지 못하는 대신 17명으로 구성된 <엘림 클라리넷 선교단>을 보내 주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천주교 지역교회의 행사에 지역 불교와 개신교 신자들도 함께 참석하여 종교 화합의 멋진 모습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불교와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이 한 자리에서 화합의 모습을 연출하게 된 것은 우리 지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천주교의 행사 자리에서 같은 그리스도교인 개신교 찬양대의 하나님 찬양 노래가 울려 퍼지고, 또 불교 찬불대의 찬불 노래가 울려 퍼지게 되었으니 지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흥겹다. 얼마나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인가.
태안천주교회의 '본당 40주년 경축의 밤' 행사에 찬불대와 찬양대를 보내 주시기로 결정한 조계종 태안 공덕사와 태안장로교회의 넓으신 도량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비록 교회 행사이긴 하지만, 태안천주교회의 '본당 설정 40주년'은 우리 지역 사회에도 큰 의미가 부여된다는 사실, 그리고 이 행사에 불교 천주교 개신교 신자들이 함께 종교 화합의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는 사실에 많은 지역 주민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또 몸소 관람해 주시기를 바란다. *
<작가·한국문인협회 태안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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