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려운 처지에 있 다고 좌절하면 안되지요.'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그는 이렇게 불리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뭐하나 내놓을 것 없는 장애인이지만 떳떳하게 돈을 벌어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장애인들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간질 장애 2급인 부산일보 자성대지국 김형만(43·부산 동래구 사 직동)씨는 매달 장애인과 고아,독거노인 등 불우한 이웃에게 후원 금과 내의를 전달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적은 액수의 돈이지만, 김씨가 그동안 살아온 고난한 삶을 생각하면 어떠 돈보다 값진 의 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1980년 불편한 몸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장애인이라 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김씨는 취직이 안되자 다른 형제들과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몇번의 가출을 시도했 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실패했다.
김씨는 '회사마다 장애인인 저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면접조차 거 부당했다'며 '그땐 장애인인 제 자신이 정말 미웠고 가족들에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했다'고 말했다.
취업에 실패한 후 3~4년간 방황하며 한동안 '자포자기'한 심정으 로 지내던 김씨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신문배달모집 광고를 본 후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배달을 시작했다.
부산일보 신문배달은 포 기했던 김씨의 삶을 되돌리게 하는 전환점이 됐다.
부산의 곳곳을 오가며 이집저집 신문배달을 하던 김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 웃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인들,고아,신체 장애인들을 보며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씨는 신문배달을 하며 번 돈으로 불우 이웃을 돕기 시 작했다.
적은 액수지만 월급을 받는대로 이들에게 옷가지와 먹을 거리를 보내주었다.
미혼인 자신은 아직도 한 벌의 옷과 운동화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몇년동안 틈틈이 이웃을 돕던 김씨는 지난 1997년부터 한국사회복 지재단을 통해 매달 전국의 고아들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1만~2만 원 정도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신문배달 수입 30여만원 중 매달 평균 5만원씩을 모아 매년 11월에는 독거 노인 및 장애인 들에게 내의 30~60벌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복지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손창우 사회복지사는 '내의를 받으시는 노인 중에는 김씨의 모습을 보며 '너무 미안해서 못 받 겠다'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다'며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는 아 랑곳하지 않고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있는 김씨는 참 아름다운 사람 '이라고 말했다.
김 형기자 moon@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