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싸우다간 후회할 날 닥쳐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다. 1998년에는 대북 핵폭탄 투하 훈련까지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듯이 말하지만 미국은 북핵을 남북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북핵은 테러전이라는 미국의 세계전략 사항이므로 미국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다. 세계전략으로서 미국은 북한의 핵을 방치할 수 없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그 성격으로 보아 핵을 가진 북한을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이 난다는 말이 아니다. 얼마 전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절대로 북한을 폭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전쟁으로 가기까지는 길이 멀다. 그 전 단계도 북한에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나는 북한이 핵무기만 있으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말하고 싶다. 세상 일이 그렇듯 약점은 엉뚱한 데 있고, 그 약점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졌는가. 북한의 약점은 재래식 무기가 낡고 전투기를 띄울 유류가 부족한 데 있지 않다. 나는 북한의 치명적 약점은 인권과 인도주의 부재라고 본다. 금강산을 다녀온 사람들은 북한 병사들이 우리 중학생 정도로 왜소한 것을 보았을 것이다. 영양부족 때문이다. 왜 목숨을 건 탈북민이 늘어나는가. 밥이라도 한번 실컷 먹어보기 위해서라고 고백하고 있다. 인권과 인도주의는 명분이 있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국제도덕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도 그렇기 때문에 힘을 얻을 것이다. 탈북민을 돕는 민간인 손길이 미약한 것 같지만 폭발력을 가질 것이다. 우리 정부만 북한 눈치 보느라 북한 인권에 눈을 감을 수 없다. 햇볕정책의 문제는 북한의 못 먹고 헐벗은 어두운 곳에 햇볕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양지에 더욱 햇볕을 비춰준 것이다. 현금을 주면 집권세력만 덕을 본다. 핵 개발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돈으로 벤츠를 타며, 최고급 포도주를 마신다. 왜 이 정부는 기득권층이라며 남쪽 사람은 적대시하면서 북쪽 기득권층은 감싸고 보호하려는지 알 수 없다.
최근 북한 국경에 10만명의 중국군이 배치됐다고 한다. 군대가 남아돌아서일까. 유사시 북한 유민을 막아야 하고, 적극적으로는 북한에 개입할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탄핵 시절 대통령 대행을 맡았던 고건 총리가 북한 용천 폭발 사고 때 "한반도 정세가 걱정돼 한잠도 못 잤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정일에게 문제가 생겨 중국이 북한에 친중정권을 세워도 우리는 아무 대책도 없더라는 것이다. 도둑은 예고하고 오지 않는다. 아침에 깨 보니 도둑이 든 것을 알 뿐이다. 어느 날 깨 보니 북한에 일이 벌어져 있을지 모른다. 그 가능성이 부시 재집권으로 더욱 커졌다. 태풍이 올 것 같으면 선장은 배를 어느 쪽으로 몰아야 할지 온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러나 우리 선장은 마음에 안 드는 승객이 탔다며 항해사.조타수까지 동원해 선실에서 승객과 싸우고 있지는 않은지…. 국가보안법이니 뭐니 하며 안에서 싸울 때 갑자기 큰 파도가 덮친다면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후회하게 될 것이다.
경제력.외교력 키우는 게 살 길
대비해야 한다. 경제력이 최우선이다.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는 군사력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 군사력은 한.미동맹으로 해결해야 한다. 경제력과 기술력이 있어야 중국.러시아.일본이 깔보지 못한다. 북한을 도와주고 싶어도 경제력이 따라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카드다. 외교력을 길러야 한다.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과 담판해야 할 때가 곧 올 수 있으며, 유엔에 북한 처리 문제가 상정될 수도 있다. 유능한 외교관이 절실해질 때가 곧 온다. 외교 인재를 중시해야 한다. 북한이 충동적으로 나올 수 있다. 최소한 휴전선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러자면 국방이다. 이런 큰 그림들이 비전이다. 이런 비전을 이루자면 과거 문제로 싸울 시간이 있겠는가.
문창극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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