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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머문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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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4-11-09 ㅣ No.74369

아주 오랫만에 말씀에 목말라 이 난에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사람들은 여기서 서로의 주장을 하고 있고 

서로들 내가 옳다. 내 말을 들어라 하고 있고...

이젠 그런 글은 제목조차 보지 않고 넘어 갑니다.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은 자신이 어릴 때 자기 집

 2층방에서 본 장면이 일생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합니다.

매일 저녁,  어둠이 찾아올 무렵 한 자기 집이 있는 에딘버그 거리에

한 노인이 나타나 하나씩 스위치를 올려 가로등에 불을 밝히고

드디어 온 거리에 환히 가로등이 켜지면 조용히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허리 구부정한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저렇게 빛이 남아 있어야 돼!" 하는

생각을 했고 그 어릴 때의 기억을 일생동안 간직하며 살았답니다.

 

저는 그 글을 읽고 과연 "내가 머문 자리는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소년 스티븐슨이 얘기한대로 내가 머물었던 자리에 빛이 남아 있었을까?

그러나 자신이 없었습니다.

 

빛은 '밝다'는 의미만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밝다'는 의미보다도 '따뜻하다'는 의미가 더 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둠의 자식'이 아닌 '빛의 자녀'라 자칭하면서 과연 내가 빛의 자식답게

살았었느냐?

남이 나를 보았을 때 "저 사람은 '빛의 자식' 답다" 했을까? 하는 의문을

생각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리바이벌이 안되는 우리네 인생.

한번만 살고 심판 받는다 생각하니 때로는

내가 머문 자리가 어떠했을까 하는 것이 큰 두려움이 되드라구요.

(지은 죄가 많아서 그랬겠죠)

 

하지만 따뜻하게, 가능한 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말도 좀 골라서 하고 

때로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도 자주 하면서

비록 크게 빛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지저분 하게 하거나 내 주변을

어둡게 하지는 않고 살아 가리라 마음 다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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