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
(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자유게시판

★ 그리운~ 사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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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74529


† 그리스도의 향기. . . . . . .


안녕하세요! 나탈리아입니다.

비 온 뒤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더니 오늘 밤 기온이 꽤나 내려갔는지

스물~ 그 한기로 잔뜩 목을 움츠리게 되네요.

행여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몸도 자꾸만 둥글게 말립니다.

게시판 가족 여러분..... 건강하시라 늘 그렇듯 안부 인사 전해드립니다.


to.

가을도 충분히 아름답더군요.

꽃의 찬란함도 짙은 푸름의 열정도 다 떨어져 없지만 도로 위 드러누운

은행잎에게서 퇴색해 가는 것들의 화려한 노랑색을 봅니다.

가는 것들에게 손 흔들 수 있는 삶의 여유가.....

..... 아마 이 계절에는 있나봅니다.


엊그제 친정집에 들렸더니 엄마는 뜬금없이 몇 해전.....

..... 돌아가신 외할머니 말씀을 하셨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꺼내신 이야기는 한 시간이나 계속 되었고.....


..... 그날 하루 내내 푸근했던 할머니의 그리움이 머리 속에 잡혀

떠나가질 않았습니다. 너무나 인자했던 분이셨는데.


한번도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늘 입가 한쪽을 올려 웃으셨고.

외출 후 돌아오실 땐 손에 잔뜩 집안의 잡스런 물건들을 사오셨는데

불쌍한 사람들이 도와달라는데 당연히 사야지 하곤 채곡히 다시

물건함에..... 쌓아두곤 하셨습니다.


참 사랑도 많으신 분이셨는데.....

당신들 손주 챙기시느라 주머니엔 군것짓 거리로 과자 부스러기가

가득하였고 한쪽 주머니엔 삼삼오오 당신 새끼들에게 나눠줄.....

..... 동전닢들로 늘 짤랑거렸던 것 같습니다.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의식이 없으셨을 때 찾아온 나를 보고

반가우셨는지 정신을 차리시며..... “미정아...” 그게 내가 들은

할머니의 마지막 말씀이셨습니다.


그해 가을..... 할머니께선 낙엽들과 함께 땅 위에 묻히셨고.

한번 찾아뵌다 헛된 약속만 되풀이 하는 손녀의 방문을

지금도 먼 발치서 기다리고 계실지 모릅니다.


털실로 뜬 연두빛의 쉐타를 즐겨 입으셨던 외할머니.

그 분의 품이 아이처럼 지금 다시 또..... 그리워집니다.


to.

11월 위령 성월이라서인가요.

가을의 끝 하루.....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맘껏 생각해 보았습니다.


“눈물을 줄이고 기도에 힘쓰십시오.

운다는 것은 잘못은 아니지만 당신을 떠난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

주교님의 이 말씀- 다시금 마음 속에 새겨봅니다. - 아멘 -


- 2004년 11월 12일 금요일 아침에 -

. . . . . . . 언젠가 나도 그분을 닮아가듯 나탈리아 올림.


P.S: “나이가 들어도 주책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철이 없다 해야 옳을까요?

빼빼로 먹는 날이라고 학생들이 전해준 예쁜 포장의 선물들이

책상에 가득- 난 오늘 집에 오며 하나도 정리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흩어 놓았습니다. 내일 아침 학원에 가 그것들을 보면

마냥 좋을 것만 같아서요.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때론 나를 도로 어린아이로 만들어 버린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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