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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물이 남북을 꿰뚫어 민족의 한을 껴안고 띠같이 흐르네…여기에 애기봉을 보라/ 사랑하는 이를 잃
고 일편단심 북녘 하늘을 바라보아 통곡하다 죽었네.’ 노산 이은상의 노래비(碑)가 서 있는 애기봉에서
오늘도 북녘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이들이 있다. 정인(情人)을 그리는 여인이 아니라 북에 고향과 가족
을 두고 온 실향민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애기봉에는 이산(離散)의 아픔이 짙다.
서부전선 서북단 애기봉에서 북한 땅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1.8㎞ 떨어진 개성시 판문군 조강리까지
강물 말고는 아무 장애물이 없다. 8년 전 수해 때 북한 소가 떠내려 왔다 구출됐던 섬 유도도 내려다보
인다. 왼쪽으로는 강화도의 해안선이 서해의 수평선과 맞물려 달리고 오른편으론 한강물이 호수처럼
김포반도를 휘감는다. 장관이되 슬픈 정경이다.
154m 고지 애기봉에 30m 철탑이 선 것은 1954년이다. 그로부터 쉰 해 동안 연말마다 철탑에 걸린 전구
들이 불을 밝혔다. 12월 초 점등식이 열리면 탑은 남녘에서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성탄수(樹)
가 됐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혹한의 전선을 지키는 아들들을 생각하곤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20여일 앞두고 맨 처음 연등을 밝혀 봉축식을 여는 곳도 애기봉이었다.
이번 겨울부터 애기봉에선 전등을 켤 수 없다. 성탄 트리도 연등탑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6월 남북 군
사회담에서 휴전선 선전물 철거에 합의하면서 우리 측이 종교 시설물까지 가리겠다고 한 탓이다. 북한
도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는 판인데 어떻게 애기봉 탑이 선전물이 되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나
마 북측은 7월부터 선전물 철거를 중단한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 쪽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지 못해 안달
이다. 애기봉을 비롯해 전선 곳곳에서 찬송의 불빛이 꺼질 올 겨울, 장병들은 더욱 추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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