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 (월)
(녹)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안식일일지라도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

자유게시판

불꺼진 애기봉!!!

스크랩 인쇄

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74970


[만물상] 불꺼진 애기봉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
입력 : 2004.11.19 18:04 03'

동네 뒷산부터 이름난 명산까지 봉우리 이름 가운데 흔
 
한 게 애기봉이다. 마이산·두타산·북악산에 있고, 가평·
 
부안·마산에도 있다. 대부분 ‘아기’를 둘러싼 가족 설화
 
가 서려 있지만 김포의 애기봉(愛妓峰)은 다르다. 병자
 
호란 때 평안감사가 애첩을 데리고 피란 나섰다가 붙잡
 
혀 간다. 혼자 한강을 건넌 이 기녀(妓女)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진 김포 월곶의 조강(祖江)변 봉우리
 
에서 임을 기다리다 죽어 거기에 묻힌다.

 

‘조강물이 남북을 꿰뚫어 민족의 한을 껴안고 띠같이 흐르네…여기에 애기봉을 보라/ 사랑하는 이를 잃

 

고 일편단심 북녘 하늘을 바라보아 통곡하다 죽었네.’ 노산 이은상의 노래비(碑)가 서 있는 애기봉에서

 

오늘도 북녘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이들이 있다. 정인(情人)을 그리는 여인이 아니라 북에 고향과 가족

 

을 두고 온 실향민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애기봉에는 이산(離散)의 아픔이 짙다.

 

서부전선 서북단 애기봉에서 북한 땅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1.8㎞ 떨어진 개성시 판문군 조강리까지

 

강물 말고는 아무 장애물이 없다. 8년 전 수해 때 북한 소가 떠내려 왔다 구출됐던 섬 유도도 내려다보

 

인다. 왼쪽으로는 강화도의 해안선이 서해의 수평선과 맞물려 달리고 오른편으론 한강물이 호수처럼

 

김포반도를 휘감는다. 장관이되 슬픈 정경이다.

 

154m 고지 애기봉에 30m 철탑이 선 것은 1954년이다. 그로부터 쉰 해 동안 연말마다 철탑에 걸린 전구

 

들이 불을 밝혔다. 12월 초 점등식이 열리면 탑은 남녘에서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성탄수(樹)

 

가 됐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혹한의 전선을 지키는 아들들을 생각하곤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20여일 앞두고 맨 처음 연등을 밝혀 봉축식을 여는 곳도 애기봉이었다.

 

이번 겨울부터 애기봉에선 전등을 켤 수 없다. 성탄 트리도 연등탑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6월 남북 군

 

사회담에서 휴전선 선전물 철거에 합의하면서 우리 측이 종교 시설물까지 가리겠다고 한 탓이다. 북한

 

도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는 판인데 어떻게 애기봉 탑이 선전물이 되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나

 

마 북측은 7월부터 선전물 철거를 중단한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 쪽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지 못해 안달

 

이다. 애기봉을 비롯해 전선 곳곳에서 찬송의 불빛이 꺼질 올 겨울, 장병들은 더욱 추울 것이다.



49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등록일 작성자
74973 푸짐한 상품이 있습니다-사진공모전에 응모해보세요. 2004-11-20 평신도사도직협의회
74971 외국성당 소개 (캐나다 편)!!! 2004-11-20 노병규
74970 불꺼진 애기봉!!! 2004-11-20 노병규
74969 경원(敬遠)!!! 2004-11-20 노병규
74968 오늘의사자소학(순천자존~이능사천)!!! 2004-11-20 노병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