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는 비겁해, 라고 말할 때, 그래 나는 그런 면이 있어, 라고 답 할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나는 아주 정직하고 강한 사람이야, 그렇게 살아왔어. 이런 항의가 가슴에서 먼저 밀고 올라올 것이다.
누군가 너는 정말 어리석구나, 라고 말할 때, 그래, 그런 면이 있지.
너는 때로 편협해. 그래, 그런 면이 있어, 그런데 다음엔 좀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게 난데 어떡하니.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정직해, 나는 모범적이야, 나는 항상 밝고 긍정적이지, 나는 인정이 많고 착한 사람이야. 라고 스스로 규정해놓은 이미지. 그 이미지의 감옥에서 이젠 나를 풀어주고 싶다.
칼국수를 먹고 나서, 그 작가님이 내게 던져준 화두였다. 이렇게 인정하기까지 눈물 많이 났었다고.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지, 스스로 어떤 사람이야, 라고 규정 지을 순 없는 거라고. 다만 노력할 뿐, 때로 틀리고 계속 틀릴 수 있다고.
가슴에 뭉친 실타래 하나가 풀리는 것 같았다, 멍청한 눈에 눈물이 밥알처럼 고였다.
백은하 / 글·그림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