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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知性의 지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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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1-25 ㅣ No.75263

조선[아침논단] 反知性의 지배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04.11.24 17:49 51'


 


 왕조를 바꾸는 역성(易姓) 혁명과, 백성을 괴롭히는 임금을 내쫓는 반정(反正)은 우리나라와 중국 정치의 면면

 

한 전통이었다. 이 전통 때문인지 대한민국에서도 반세기 만에 네 명의 대통령이 혁명과 정변으로 추방되었다.

 

이 초법적 사건들에 비하면 16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는 지극히 합헌적이고 순리적인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탄핵소추를 제 아비를 내쫓는 패륜으로 욕하며 선출된 대통령을 천륜관계의 아비와

 

등치시키는 망언이 난무했다. 민주헌정과도, 전통과도 인연이 없는 이 무지몽매한 논리는 일제가 강요한 천황

 

(天皇)사상 외에 다른 출처가 없는 식민 잔재이다.

 

탄핵 발의(發議) 직전부터 두 TV방송은 편파 영상의 융단폭격으로 이 일제 논리를 확산시켰다. 일찍이 아도르

 

노가 갈파한 대로, 특정이미지의 반복 주입으로 사고(思考) 작용을 정지시켜 대중을 몽매화하는 반지성적 영상

 

테러는 단기간에 세상을 뒤집는 효과를 몰고 왔다. 법원은 탄핵방송의 편파성에 대한 동아일보 보도의 진실성

 

을 인정하는 지난 11월 10일 판결로 영상 테러의 이 가공할 위력을 공식 확인했다. 현 정권은 이 반지성적 이미

 

지 테러로 환생했다.

 

반지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도를 천도가 아니라고 우기고, 좌파가 아니라고 우격다짐하는가 하면, (직선

 

제만을 민주제도로 보는 무지에서) 간선 헌법재판관들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헌법관습법을 부인하며 사

 

법 쿠데타 등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폭언으로 헌재를 공격해 댄다. 이것은 그야말로 반지성의 지배다.

 

무릇 헌법은 국명, 국가(國歌), 국화, 국어, 영토, 수도, 체제, 기본권, 권력구조 등을 비롯한 국가의 상징이념골

 

격에 관한 규범을 말한다. 형태상 불문헌법과 성문헌법으로 구별되지만, 이 구별은 상대적이다. (가령 영국의)

 

불문헌법도 (대헌장, 권리장전 등과 같은) 성문법전을 배제하지 않는 반면, 성문헌법도 체계상 결함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헌법관습법으로 보완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반 헌법교과서들이 공히 피력하는 논지이고, 헤세,

 

후버, 크뤼거 등 해외 저명학자들도 대변해온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그런데 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머리 좋은 법률가가 많은 집권당이 이 헌법관습법을 처음 듣는 이론이다

 

전혀 배우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한다 파시스트 법리다라고 반지성적 막말을 해대는 것일까? 이들이 접한 1970

 

년대 초반 교과서엔 혹시 헌법관습법론이 없었기 때문인가? 그러나 노 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에 출판

 

된 한태연김철수 교수 등의 1973년 교과서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교과서도, 머리도 탓할 수 없다면, 저 집

 

단적 무지의 유일한 원인은 자기 지식의 완전성을 믿는 지적(知的) 오만일 게다.

 

신 외에는 지적으로 완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적 겸손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고대 희랍

 

델피 신전의 경구가 가르친 것은 이 지적 겸손이었다. 이를 체득한 소크라테스는 자기 무지를 깨달은 참된 지성

 

인이었던 반면, 당시 그를 배척하던 소피스트들은 자기 지식의 완전성을 자부한 점에서 실은 오만한 반지성인

 

들이었다.

 

 

이념적 당파성에 사로잡혔던 20세기 공산국가는 공산당의 무오류를 우격다짐하며 진리를 배척하는 오만한 반

 

지성의 세계체제를 구축했다가 자멸했다. 어느 정권이든 지적으로 완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겸손하기만

 

하다면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당파성 때문에 지적 오만에 빠지면 천재도 둔재가 된다. 이것이 바로 현 정권이

 

반지성으로 지배하려 드는 이유인 것이다. 이들은 저 델피의 경구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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