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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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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1-26 ㅣ No.75368

[강천석 칼럼] 말이 안 통한다
강천석 논설주간
입력 : 2004.11.26 17:49 04' / 수정 : 2004.11.26 17:58 05'

희망은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리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내일이다. 실적 부진
 
으로 불명예 제대하는 CEO의 대부분도 한때는 파격적 경영 혁신으로 이름을 드날렸던 업계의 에이스
 
들이다. 그래서 희망의 구성 요소 가운데 믿음이 중요한 것이다. 내일이 더 나은 하루가 되리라는 객관
 
적 지표(指標) 못지않게 그렇게 믿고, 또 그렇게 믿을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들 희망이 없다고 야단이다. ‘이런 경제, 이런 교육으로 세계 경쟁에서 버텨내겠는가’, ‘미국·일본 대

 

(對) 한국·중국 구도가 되리라는 말까지 나돈다. 동맹의 설계와 관리가 이래서야 통일은 고사하고 안보

 

마저 염려스럽다’, ‘한국 지도자와 중국 지도자, 한국 386과 중국 386의 개방성·진취성·세계화 역량을 견

 

주어 보라. 어느 쪽 손을 들어주겠는가’…. 이런 불안을 토로하는 층은 대체로 먹물들이다.

 

불만과 분노를 터뜨리기는 정권의 기반이란 서민층도 한가지다. 솥단지 시위를 벌인 영세식당 주인 아

 

줌마들은 다시 말할 게 없다. 택시 기사는 승객이 타면서부터 내릴 때까지, 길을 막는 시위대를 향해, 이

 

런 세상을 만든 지도자를 향해, 육두문자로 욕설을 내뱉는다. 가스가 차오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갤럽에 의뢰해 세계 60개국 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국

 

국민의 46%가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못한 상황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세계 평균 27%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한국인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나으리라고 믿지 못하고 있다.

 

바깥 소식이 우리를 기(氣)죽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카야마(中山成彬) 일본 문부과학상은 최근 교육

 

현장의 경쟁의식을 높여 학생들의 학력(學力)을 세계 톱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교육개혁 메모를 총리

 

에게 제출했다. ‘일본이여 다시 일어서라’는 메모의 제목부터 풍기는 게 다르다. 도요타자동차 등 3개 대

 

기업이 미래의 일본을 이끌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한 중·고 과정 통합 학교를 설립키로 했다. 엘리트로서

 

의 학력과 인격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기숙사 교육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8000억원의 예산을 들

 

여 2007년 개교 목표로 오키나와에 세계 정상급 대학원대학을 설립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학장은 노

 

벨상 수상자로, 교수진은 절반을 세계 각국의 1급 연구자로 충원하고 강의는 영어로 진행한다. 문부과

 

학성의 설익은 간섭을 원천봉쇄한다는 취지에서 특별법도 만든다. 평준화 숭배, 경쟁 배격, 전원 1등급

 

내신(內申), 휴대폰 수능 부정으로 치닫는 한국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중국발(發) 뉴스도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중국이 드디어 유소작위(有所作爲·조금 움직여 본다)를 거론

 

하기 시작했다. 실력을 바탕으로 국제관계에서 중국 몫을 챙긴다는 구상이다. 느닷없는 이야기가 아니

 

다. 개혁·개방 이래 20년간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을 키워 빛을 감춘다)를 지침 삼아 몸을 낮춰왔던 중

 

국이다. 공연히 미국과 부딪치지 않고 경제발전에 몰두하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이런 중국이 지난 7월,

 

당 정치국 집체교육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부국강병(富國强兵)이란 본심을 털어놓은 데 이어 슬

 

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할 말은 하는 사이’라는 한국 집권세력의 자주(自主)와는 다른 구

 

상, 다른 전략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진짜 병통(病痛)은 달리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말이 통하지 않는 병이다. 국민

 

이 ‘살기 힘들다, 경제가 어렵다’ 하면 대통령은 ‘경제의 양극화가 문제’라고 대답한다. ‘교육을 어찌해야

 

하나’라는 하소연은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관료와 사학재단’만을 나무라는 소리로 되돌아온다.

 

‘한·미 동맹의 내일에 대한 걱정’에는 ‘속이 쓰려도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미국도 쉽게 포기하지

 

는 못할 것’이라며 안심하란다. 외국인 사이에 말을 나눠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믿음도 없다. 믿음 없이는 희망도 자라지 못한다. 말이 통하고, 말이 돌아야 나라가 산다. 절망이란 역병

 

(疫病)이 더 돌기 전에 말이 통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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