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정부 내부의 사면 결정 과정을 밝혀 간접적으로나마 사면권의 무분별한 사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면권, 특히 특별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은 사법적 판단이 잘못됐을 가능성과 국가
차원의 이익과 관련된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이 예외
적인 권한을 그동안 너무 일상적으로 선심쓰듯 해온 게 사실이다.
새 정부만 들어서면 대대적인 사면 복권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국경일마다 사면·감형·복권의 조치를 해
왔다. 비리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은 제대로 형기를 마친 사람이 드물다. 선거사범들도 선거가 다가오
면 앞다퉈 풀려나고 대부분 복권되었다. 이러다 보니 특별사면은 비리 정치인 구제용이란 비아냥을 듣
게 됐고, 법을 어기거나 무시해 놓고도 나중에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반(反)법률적 사고가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된 것이다.
국회는 지난 3월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경우 국회의 의견을 듣도록 한 사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당시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권한을 법률로 제약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리
에서다. 그러나 헌법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
고 있다. 대통령 뜻대로 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합리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라는
뜻이 담긴 것이다. 1948년 제정된 이래 한 번도 손보지 않은 사면법을 시대에 맞게 고치는 일이야말로
개혁을 내세우는 17대 국회가 다른 무엇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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