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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불똥 맞는 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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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rbk2236] 쪽지 캡슐

2004-12-04 ㅣ No.75829

[중앙시평] 세금 불똥 맞는 서민들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운데 세금이 오를 예정이란다. 고지서가 날아오면 가슴이 철컥 내려앉는다. 자동차세와

 

LPG 가격이 급등하고, 재산세는 무슨 범칙금처럼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왜 이런가. 대체 돈을 거둬 어디에 쓸

 

예정인가. 서민정부라고 외치더니, 경기침체와 위축된 소비에 실직자와 빈곤층이 늘고 노점상이 즐비해진 판에

 

세금 올린다는 소식만 요란하게 들린다. 말로는 민생인데, 돈 거두고 쓰는 데에 혈안이니 답답하다.

 

현학적인 이론을 동원하기보다 쉬운 말로 한번 물어보자. 소비 악화 때문에 절절매는 이때에 왜 세금을 올려야

 

하는지를. 승용차는 그렇다 치고, 자영업자들의 필수품인 승합차에 몇 배 세금을 올려 수입을 축나게 만드는 이

 

유는 무엇인가? LPG 가격 올릴 때 택시기사나 빈곤층은 면제해 주면 안 되는가. 집값 잡으려고 재산세 올리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서민들과 취약계층에게는 고용효과가 큰 건설업을 죽였어야 했는가, 다른 방도는

 

없었는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재산세만 해도 그렇다. 재산세 도입 효과와 관련하여 친정부 신문은 '국민 60%가 감세혜택'으로 제목을 뽑았

 

고, 메이저신문은 '국민 30%가 부담 급등'임을 부각시켰다. 서울시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5채 가운데 3채가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고, 당장 내년에 평균 32%가량, 2008년까지는 87%까지 치솟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부

 

동산 보유자의 23%는 2년 내에 두 배 이상의 보유세를 내게 된다. 대개 기준시가 4억원짜리 아파트라면 올해

 

20만원 안팎이었던 재산세가 내년에는 30만원, 2008년에는 75만원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라. 월급 300만~400만원에 재산세 75만원, 자동차세 70만원 내면 허리가 휘청하지 않겠

 

는지를? 강남이 문제라면, 강남만 융단 폭격할 것이지 왜 애꿎게 강북과 지방민이 불똥을 맞아야 하는가. 강남

 

만 해도 그렇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정의의 칼인 듯 휘둘러 벌금 물리듯 하면 누가 기꺼이 세금 내려 하겠는가.

 

혹시 이사를 스무 번 정도 감행해 강남 소재 6억원짜리 아파트에 겨우 안착한 어떤 샐러리맨에게 재산세 120만

 

원 정도를 단번에 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청와대의 정책실권자들은 한국의 재산세가 선진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고 하지만, 그건 주택정책과 주택환경의 엄청난 차이를 감추고 하는 말이다. 한국

 

국민에겐 집 장만이 평생 소원이다. 집 만든 게 죄가 아니라, 못 가진 서민들에게 임대주택과 공공주택을 제공

 

하지 못한 게 죄다. 거기에 소형 주택만 가격이 내렸으니, 이래저래 서민들만 손해다. 또 진보정권의 취향에 맞

 

게 세율을 두배까지 높인다면, 국민의 5분의 2에 달하는 감세자의 할인폭을 아예 70~80%로 대폭 낮춰도 좋았

 

을 것인데 깎아주는 것에도 인색하다.

 

여하튼 이해하려 애는 쓰겠지만 돈 거둬 어디에 쓰려는지는 꼭 알고 싶다. 대체 얼마를 더 걷는지가 궁금하고,

 

그것을 어떤 용도에 쓸 예정인지를 밝혀야 한다. 종부세에 20%의 농특세를 더 얹는다고 하는데, 농촌의 어떤

 

프로젝트에 쓸 것인지 납세자들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의 정책자금에는 온갖 기준을 적용하면서, 농

 

촌은 왜 그런 합리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가. 눈을 돌리면, 양산되는 도시빈민 문제가 더 시급한데 왜 하필 농촌

 

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늘어난 세수를 어디에 쓰려하는가? 약 400만명에 달하는 차상위 빈곤층의 생계보조와

 

일자리 창출에 쓴다면 대찬성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것과는 거리가 먼 대형 프로젝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3%다. 독일과 영국의 3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이 기다리는

 

현 정권 하에서 이 수치는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10% 더 내더라도 독일 같은 복지국가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의료비.학비 부담에서 벗어나고, 주택 압박에서 해방될 것이다. 사실 준조세 성격인 사회보험

 

비를 합산하면 한국의 현재 조세부담률은 30%에 육박한다. 그러고도 병날까 걱정이고, 실직당할까

 

겁난다. 나는 더 솔직히 말해 앞뒤 사정 안 가리는 현 정권의 개혁 열정이 근심스럽다. 부작용까지를

 

고려하는 유연성이 아쉽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2004.12.03 18:33 입력 / 2004.12.03 18: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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