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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더 고생할 각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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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stefanokim] 쪽지 캡슐

2004-12-12 ㅣ No.76431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 목표금리를  연 3.25%로 동결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최선을 다 해도 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였습니다.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라고 보면 우리의 성장능력에 1% 포인트 못미치는 수준이 됩니다.  경제가 1% 성장할 때  취업자수가 10만명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그만큼 실업자가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왜 이렇게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걸까요?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 못 해서 그럴까요?  부분적으로는 맞는 점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40년간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수 없는 연 7.7%의 고도성장을 누렸습니다. 그것은 우리 경제가 농업국에서 공업화하는 과정에서 이룩한 성과였습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차관으로 공장을 짓고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공업제품을 생산하여 싼 값으로 수출하는 성장전략이 성공한 결과였습니다. 국내시장은 꼭꼭 닫아 걸어놓았으니 일단 수요는 걱정할 필요가 없던 거지요. 그런 환경이 성공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지금 중국이 과거 우리나라의 성장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습니다. 매년 8%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에 (환율하락에 따른 원화가치상승으로 1만 5천달러나 된답니다)  더 이상 저임금을 무기로는 중국이나 인도같은 후발 개발 도상국가들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으로서 국내산업과 자본시장을 개방하였고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 농업과 서비스시장까지 개방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내 수요가 항상 공급을 초과했기에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렸고 기업체들은 생산시설을 확장하면 이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항상 돈이 모자라 은행에 돈 빌리고자 하는 사람이 줄을 섰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은행원들이 대출을 세일즈 하고 다닙니다. 상호신용금고(요새말로 상호저축은행)도 돈 빌려줄 데가 없어서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니 세상이 확 변했습니다.

 

지금 아무리 금리를 낯추고 돈을 풀어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반도체를 제외하고). 왜 그럴까요?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장 설립해서 물건을 만들어야 팔릴 지 말지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제조업이 성장엔진 구실을 하였는데 이제 엔진이 낡아서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쟁력있는 산업이 출현할 때까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발전단계설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농수축산업과 같은 1차산업보다는  공산품 제조업과 같은 2차산업 종사자의 소득이 더 높고, 2차산업보다는 유통업, 운수업, 은행 등과 같은 3차산업 종사자의 소득이 더 높다는 것 말입니다.  경제가 발전할 수록 1차산업의 비중이 낮아지고 3차산업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한 나라의 생산액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경제의 서비스화'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경제도 이미 서비스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이후에만도 제조업의 비중이 3% 포인트 정도 줄어들고 그만큼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요즘 영상산업, 관광, 국제회의산업 등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 대박 터뜨리면 자동차 몇 만대 수출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사가 금년내내 화제거리가 되었음을 기억들 하실겁니다.

 

문제는 앞으로 4-5%의 경제성장을 실현하더라도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데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인력을 덜 쓰면서 더 많은 생산을 해야 되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요. 특히 정보기술을 이용하는 첨단기술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필요치도 않게 됩니다. 고급 연구인력은 지금보다 더 필요하게 됩니다만... 

 

그러니 앞으로 실업문제가 큰 일입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국가의 사회안전망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노조에 편향되고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어떤 이들은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쓰면  일자리가 늘어나서 자동적으로 분배문제가 해소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5%정도의 성장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꾸 과거 7-8% 고도성장시대의 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우리가 박정희 전두환시대에 지금보다 잘 살았다고 착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위 박정희 향수병이라고 하는데 그 때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였나요? 여러분들 자가용차가 있었습니까? 여러분들 해외여행 한 번 할 수 있었나요?  아마 지금 게시판에 등장하시는 분들  최소한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라도 여행경험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왜냐고요? 제가 특정 직업인에게 실례일지는 모르겠지만 택시 기사님들도  해외여행 다니시더군요. 제가 택시타고 기사님과 대화하는 가운데 직접 들은 사실이니까 예를 들었을 뿐입니다. 시골 어저씨 아주머니들도 단체로 해외여행 다니시더군요.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평균적으로 보아서는 확실히 지금 우리는 과거 군부 독재시절보다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용기와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경제성장의 엔진을 교체해야 하는 과도기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국민들은 풀어 놓았던 허리 띠를 다시 동여 매고 앞으로 수년간 고생할 각오를 해야합니다. 새로운 성장엔진이 확고히 정착될 때 까지 우리는 피눈물나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우리보다 덜 똑똑해서 10년간 불황에서 허덕였습니까?  그들이 그렇게 10년동안이나 어려움을 감수하고 구조조정을 했으니까 지금 경제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10년간 일본기업과 언론과 국민들이 자기 나라 정부에 대해 그렇게 집요하게 날이면 날마다 씹어댔다는 얘기는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못 들어봤습니다. 

 

남 탓하고 헐뜯을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입니다.   

  

부산에서

 

김유철 스테파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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