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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치욕의 길, 영광의 길(피노체트 대 가렌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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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향 [cpark] 쪽지 캡슐

2004-12-24 ㅣ No.76933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부귀 영화를 누렸으나, 지금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거짓말하며, 만인의 조롱 속에 구차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칠레의 전 군사 독재자 오거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의 치욕의 길과, 나치 학정 아래서도 히틀러의 폭압에 용감히 맞선 생을 삶으로서 드디어 복자의 반열에 오르실 수 있고 머지않아 성인이 되실 길이 열리신 독일 성직자 “뮌스터의 사자” 크레멘스 오거스트 폰 가렌(Clemens August von Galen) 추기경님의 영광의 길이 대비되어 아래에 소개해본다.

 

이 둘의 이야기에서 박정희, 전두환 같은 우리나라 독재자들과 이들에 맞서 “정의, 평화, 인권, 민주화” 실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셨고, 현재도 이 같은 의로운 일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 수사, 수녀님들이 대비되어 머리에 떠올라 참으로 착잡하고 미묘한 느낌이 든다. 어쨌든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며, 진리, 정의, 인권를 위해 오늘도 애쓰시는 신부님들을 비롯한 모든 양심적 민주 인사들과 시민들에 고마움과 존경심을 다시 한번 드려본다.

 

먼저 영광의 길에 오르시게 된 크레멘스 오거스트 폰 가렌 추기경(1878-1946)을 소개해본다.

 

1995년에 병에 걸린 한 학생이 병을 고쳐달라고 천국에 계신 가렌 추기경의 도움을 청했으며 그 결과 치유되었다. 교황님께선 12월 20일 이 기적을 인정함으로써 가렌 추기경님께서 내년에 복자 위에 오르실, 머지않아 성인이 되실 길을 열어놓으셨다.

 

가렌 추기경님은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한 직후 뮌스터의 주교가 됐다. 그는 강론 중 히틀러의 인종차별적 이념을 공격했으며, 특히 불구자들을 멸시, 제거하는 정책 실행을 비난했다.

 

엄하고 매서운 강론으로 “뮌스터의 사자(lion of Muenster)”라 불렸던 그는 나치의 포악한 국수, 극우 폭압 독재 통치, 특히 근 10만 명의 독일 불구자들을 안락사 시킨 나치의 악랄한 학살에 항의한 것으로 독일 국내. 외에 널리 알려졌었다.

 

나치의 폭압 통치에 대부분의 독일 성직자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이에 저항했던 몇 안되는 성직자들 중 하나인 그는 베를린 거주 유태인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등 유태인들을 위해 활동하다 강제수용소에서 사망한 베른하드 리히텐버그(Bernhard Lichtenberg)신부님과 더불어 성스러운 모범적 인물로 교황님에 의해 칭송 받았다.

 

이처럼 나치 폭압 독재 통치에 굴하지 않고 이에 용감히 맞선 그의 정의로운 행동이 이번에 교황청의 인정을 받아 다른 10명의 사람들과 함께 지난 월요일 시복으로 향한 첫길을, 영광의 길을 얻게 된 것이다.

 

이에 반에 칠레의 전 독재자 오거스토 피노체트는 과거에 그가 저지른 학살, 고문, 투옥 등 극우 군사 독재 통치 동안 저지른 인권 말살적 악행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의 멸시와 조롱 속에 거짓말과 동정심에 의지하여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칠레에서는 지금 그를 법정에 세워 그가 저질은 인권 침해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해야한다는 전 국민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대법원은 곧 인권 탄압 혐의로 그를 기소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97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피노체트는 1990년까지 지속된 17년간의 극우 군사 독재 통치 기간 동안 정권 수호를 위해 2,7000명 이상의 정적을 조직적으로 고문, 투옥했으며 그 학정 동안 3,000명 이상이 정치적 폭력으로 사망했다.

 

1970년대에 남미 군사 독재자들이 정적을 탄압하기 위해 합동으로 개시한 일명”콘돌 작전(Operation Condor)”에서 피노체트는 1974년 그의 정적을 암살하는 등 그의 독재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과 납치를 통해 제거했으며 희생자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실종 상태로 생사를 모른 체 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 투옥, 학살한 악독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피노체트는 1998년 인간성 침해 혐의로 스페인이 발부한 국제 체포 영장에 의해 런던에서 구금조치 되기 전까진 불가측, 즉 손댈 수 없는(untouchable)인물이었다.

 

그러나 2000년 그가 구금에서 풀려나 칠레로 귀국하자 그를 상대로 한 인권 침해 소송이 물밀듯이 제기되었다.

 

비양심적인 잔학한 독재자들이 으레 그렇듯 피노체트 역시 여전히 자기 과오를 결코 인정, 회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지않고있다. 오히려 철면피스럽게 병을 핑계대며 그를 향해 제기된 온갖 소송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법정 출두를 기피하며 그를 향해 꽉 죄어오는 정의의 포위망을 피하려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당료, 심장 발작 등 심한 중병에 걸려, 심지어 치매증 때문에 제대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없어 재판정에 설 수 없다 등, 일국의 대통령까지 했던 인물답지 않게 온갖 못나고, 옹졸하고, 치사하고, 떳떳치 못한 핑계를 대며 법의 심판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치매증 주장은 그 후 그가 작년 말 한 마이아미 방송국과 버젓이 인터뷰하고 산디아고에 있는 한 서점에 들려 역사 서적을 구입하는 등 정신이 멀쩡한 것으로 판명되어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800만 달라를 비밀 계좌에 숨겨놓는 등, 탈세,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끝으로 불의에 용감히 저항하고 정의 실현을 위한 헌신의 삶을 사셨던 크레멘스 오거스트 폰 가렌 추기경님께서 지난 12월 20일 교황님에 의해 북 아프리카 이스람 국가들에서 선교에 헌신했던 프랑스 사제 찰스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등 다른 10명과 함께 복자 위에 오르실 자격을 얻게 되심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이 땅에 피노체트,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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