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더보기
2026년 11월 7일 (토)
(녹)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자유게시판

평화있기를

스크랩 인쇄

석일웅 [urnice] 쪽지 캡슐

2005-01-01 ㅣ No.77180

 
평화있기를
 
저희 수도원에서는 전통적으로 일년의 마지막을 성체강복으로 맺습니다.
형제들 각자는 지난 한 해의 모든 삶을 예수님의 몸 앞으로 들고와 남김없이 내어 놓습니다.
사랑에 벅찼던 순간들은 물론이고 미숙함과 실수와 죄조차도 그분의 축복 앞에 놓여 집니다.
숙연하고 장엄하고 그리고 경건한 순간이지요.
 
그렇게 성체강복을 마치고는 모든 형제들은 경당 앞으로 나와
깊고 부드럽게 포옹하면서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서로 축복하면서 인사를 나눕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렇게 2004년을 마치고 저는 저의 공동체로 돌아 왔습니다.
하월곡동 산 2번지 달동네에도 주님의 축복이 포근한 밤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낮은 지붕 밑으로 형광등 불빛이 창을 밝게 비추고
골목엔 가로등이, 하늘엔 희미하지만 몇개 별이 있습니다.
'저 모든 가정에 평화있기를.....'
짧은 염원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세월에게 오고 감이 어디있겠습니까?
다 사람이 하는 일이지요.
 의미의 딱지를 부치는 일은 사람의 몫 
시간은 나누어지고 단절되는 완벽한 수동태를 겪으면서도 늘
평상심으로 고른 숨을 쉬는 하느님의 얼굴입니다.
 
2004년은 어디로 가는 것이고, 2005년은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위에 사진 하나 걸었습니다.
저희 수도원이 성체강복의 축복에 물들어 있는 순간에도
저 여의도 텅빈 회오리에는 착한 마음들이 저렇게 추운 촛불을 들고 있었습니다.
제 휴태폰에, 이 메일 박스에 간절한 소식들이 울며 들어와 있었고
오늘 하루종일 추운 날씨에 안절부절 불편했던 제 마음은
그 소식의 음절 하나하나를 보듬으며 울었습니다.
 
사랑이 상식의 준거가 되고
그 상식이 세상의 모든 제도와 관계를 다독이는 날이 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여의도의 칼 바람을 맞고 있을 저 촛불든 착한 이들의 염원과 함께
모든 자매형제님들의 행복할 새해를 축원합니다.
 
건전한 상식이 모든 개인과 모든 세상 서리서리에 들어
춥고 가난한 이 곳 달동네 사람들이 하느님의 축복을 체험하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해 주실 것을 더불어 청합니다.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가 있기를.....


204 11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등록일 작성자
77186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J^*|3| 2005-01-01 노병규
77181 새아침의 기도|2| 2005-01-01 최태성
77180 평화있기를|11| 2005-01-01 석일웅
77179 ㅋㅋㅋ~~~1등입니다.|1| 2005-01-01 김기봉
77178 세상을 살아가는 길|7| 2004-12-31 조재형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