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구역공동체의 밤
2005년 1월 6일 저녁, 우리 구역(대전교구 태안교회 동문1구역)은 신나는 '구역공동체의 밤' 행사를 가졌습니다. 뭐 그리 거창한 행사는 아니었고, 구역 신자들이 다수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또 노래방에도 가서 2시간 가량 즐긴 일이었지요.
그런 소박하고 평범한 행사를 거창한 느낌이 들도록 '신나는 구역공동체의 밤'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정말 '신나는 구역공동체의 밤'이었기 때문이랍니다.
구역 신자들이 다수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또 노래방에도 가고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랍니다. 식사를 함께 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고, 노래방에 간 일도 두어 번 있지만, 이번의 행사에 좀더 유별난 의미가 있을 듯싶고, 또 그만큼 내용도 푸짐하고 영양가도 있는 듯싶어서 굳이 거창한 제목을 달고 글까지 쓰게 되었답니다. 바삐 해결해야 할 중요한 작업이 있는데도 그걸 제쳐놓고….
우리 동문1구역은 우리 태안 본당의 '선임구역'이랍니다. 역사도 제일 길고(물론 단독은 아니지만), 본당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맨 먼저 호명되거나 제1번 순위를 차지하게 되지요. 그게 물론 통상적인 순번일 뿐이지만, 우리 구역 신자들은 그 사실에서 알게 모르게 자부심도 갖고 있지요.
우리 동문1구역이 본당의 선임구역이라는 그 '맏이의식'은 신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좋은 작용을 낳지요. 무슨 일에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묘한 강박관념을 가지게도 하지만,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은 일단 좋은 일일 듯싶습니다.
나는 원래 남문 2구역에서 살았습니다. 거기에서 총각 시절에 구역장도 했지요. 거기에서 구역장을 할 때는 모범 구역 소리도 많이 들었고….
1986년 동문 1구역으로 이사를 온 뒤로는 구역장은 해보지 못하고, 본당 사목협의회 간부로만 활동을 했는데, 구역공동체에 우리 가족은 최선을 다했지요.
매년 성탄제 때마다 특별한 공연물은 준비하지 못하고 고작 가사를 바꾼 민요나 대중가요를 연습해 가지고 나가곤 했지만, 매번 참여 인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점수를 따곤 했으니, 신자들의 단합 상태는 늘 우수한 편이었지요.
지난해 성탄제 때는 특별히 연극을 준비해서 본당의 전체 신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지요. 우리 구역 단독으로 준비를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구역 수가 늘어나다 보니 행사시간 문제로 2·3개 구역씩 묶는 바람에 다른 이웃 구역과 합동으로 하게 되었지만, 하여간 멋진 연극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참가팀 모두에게 각기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똑같은 규모의 상금을 주었지만, 예년처럼 채점으로 등위를 정했다면 당연히 우리 구역의 연극이 최고 대상 감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요.
하여간 연극을 해서 받은 상금을 이웃 구역과 나누었어도 몇 만원의 수입을 챙길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의 신년미사 때 있었던 2004년도 '우수 구역' 시상식에서 우리 동문1구역은 4위를 차지하여 25만원의 상금을 받았답니다.
판공성사자 수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던 2003년도에는 판공성사 참여율 77%로 우리 구역은 아깝게 2위를 차지했지요. 그리고 원북공소가 87%로 1위를 차지했는데, 그때는 1위에게만 2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2위에게는 국물도 없었지요.
그런데 선교 실적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은 2004년도에는 38명의 영세자를 모은 한전구역이 1위를 차지하여 200만원의 상금을 받았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차등들에게도 상금이 주어져서 19명의 영세자를 모아 4위를 차지한 우리 구역에도 25만원의 상금이 주어진 거지요.
내년 1월 1일에 시상식을 갖게 되는 2005년도 우수 구역의 최우선 기준은 주일미사 참석률이랍니다. 주일미사 참석률이 가장 높은 구역에게는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질 예정이랍니다. 이에 우리 동문1구역은 이번에는 1위를 할 의욕에 부풀어 있답니다. 지금까지 주일미사뿐만 아니라 평일미사 참석률도 가장 높은 구역이 우리 동문1구역이니까요.
현재 냉담 가정이 두어 집 있어서 걱정스럽긴 한데 이 기회에 그 냉담 가정들을 잘 회두시키고, 성당과 가장 가까운 거리인 점을 잘 활용하여 주일미사 참석률을 더욱 높여서 내년에는 반드시 1위를 하자는 것이 우리 동문1구역 신자들의 다짐이랍니다.
여기에서 잠시 우수 구역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의 출처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겠군요.
우리 본당의 현(12대) 주임이신 구본국(베난시오) 신부님은 농촌의 가난하고 형제 많은 집에서 태어나 가난 속에서 넌더리나게 고생을 하며 자라서인지 돈이라면 질색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의 통장 안에 돈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 돈은 이미 남의 돈이 되어 있는 거지요.
생활비와 성무활동비를 여투고, 미사예물 삼등분을 모으고, 또 영명축일 축의금을 모으고, 또 간혹 누군지 모를 분들이 드리기도 할 용돈을 모으고 하면 통장 안에 제법 실팍한 돈이 쌓이겠지만, 천주교 성직자들이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그 돈은 신부님 통장 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미 신부님 돈이 아닌 거지요.
신부님은 자신의 개인 돈인 그 돈으로 우수 구역들에게 상금을 주십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신부님은 특히 할머니들을 좋아하셔서 지난 가을 버스를 대절하여 할머니들 수십 명을 데리고 설악산으로 1박 2일 관광을 갔다 오셨는데, 그 노인들을 나이트 클럽에도 데리고 가셨다고 하더군요. 우리 어머니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나이트 클럽이라는 데를 난생 처음 들어가 보았고…. 신부님은 할머니들에게 올해는 제주도 여행을 시켜줄 계획을 세워놓고 계시답니다.
이미 3남매가 있음에도 4번째 아기를 낳은 가정에 100만원의 '생명장학금'을 주고, 미래 교회를 위해서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취지로 신앙생활 태도가 가장 우수한 중·고생 3명에게 각각 노트북과 엠피쓰리와 디지털 카메라를 상품으로 주고, 또 올해 우수 구역 시상식에서는 1위 구역 외에도 2위 구역에는 70만원, 3위에는 30만원, 4위에는 25만원, 그리고 10위까지 상금을 주었으니, 신부님의 통장이 텅텅 빌 것은 당연지사….
신부님은 지난해 가을 자신의 승용차를 팔아서 25인승 버스를 구입하셨답니다. 2005년도에는 주일미사 참석율 50% 달성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공소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례를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인데, 대형 면허를 가진 차량봉사자가 아직은 없어서 매주일 아침마다 신부님이 직접 버스를 몰고 먼 거리를 도신답니다.
신부님은 지난해 12월 25일 우리 본당에 오셔서 성탄대축일 미사를 지내시고 대전교구 '최우수 모범 본당' 시상을 해주신 주교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최우수 모범 본당 상금 300만원이 너무 적다고 1천만 원을 달라고 조르시면서 자신의 통장에 있는 돈이 다 없어졌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신부님은 우수 구역들에 상금을 주시면서 그 돈을 절대로 본당에 성전건립기금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으로 도로 내놓지 말고, 전액을 오로지 구역 신자들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못을 박아주는 거지요. 성지순례를 가든 동네 잔치를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먹고 놀 때는 신나게 어울려 먹고 놀아야 신앙공동체가 활기 있게 제대로 돌아갈 수가 있는 거라고….
그래서 우리 구역은 어제 상금을 가지고 신나게 먹고 놀기로 했습니다. 구역 신자 한 분이 운영하는 <샘골가든>에 모여서 오리고기로 푸짐하게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이 좀 아쉽긴 했지만, 어른 20여 명이 참석해서 좋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동네의 노래방으로 갔지요. 노래방 행사에는 지난해 홀로 되신 데다가 올해 환갑을 잡수시는 구역장 자매님을 비롯해서 부부 세 쌍에 네 명의 자매님, 도합 11명이 참여를 했는데, 처음 예정했던 1시간이 2시간으로 연장되고….
이 노래방 행사에는 내 제수씨(강은실 요안나)가 앞장을 섰는데, 당연히 우리 부부도 참여를 했지요. 우리 부부가 함께 노래를 부를 때는 형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생전에 노래방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 동생과 짝을 이루고 살고 있는 제수씨가 잠시 부러운 눈으로 우리 부부를 보기도 했지만, 지난해 남편님과 사별하고 홀로 되신 구역장 자매님이 제일 신나게 잘 놀아주셔서 노래방 분위기가 한껏 흥겨웠답니다.
우리 구역공동체 신자들은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그리고 노래방을 나와서도 2005년을 다 함께 충실히 잘 살며 주일미사를 빠지지 않고 잘 지켜서 선임구역답게 내년 1월 1일에는 최우수 구역이 되자고 굳게 다짐을 했지요.
그런데 우리 집은 금년 9월쯤에 이사를 간답니다. 그래서 동문1구역 신자 모두가 벌써부터 아쉬워하고 상심을 하기도 한답니다. 특히 같은 연립의 뒷동에 살고 있는 동생과 제수씨가 지레 이상한 상심에 젖는 상황이라고 하는군요. 우리가 다른 먼 동네로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태안 읍내 안에서 위치를 조금 바꿀 뿐인데….
이사를 가면 그 아파트에도 아파트의 이름을 딴 새 구역공동체가 생기겠지만,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지금 속해 있는 구역공동체에 최선을 다해 충실해야겠지요. 그리고 이사를 간 후에도 동생 집과 지금 이상으로 자주 왕래를 해야겠지요. 그러다 보면 지금의 구역공동체와의 정도 일정 부분은 계속 유지될 테고….
금년 가을쯤에 이사를 할 생각을 하면 나도, 우리 가족 모두 지레 섭섭해지는 마음도 분명하답니다.
(050106)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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