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더보기
2026년 11월 8일 (일)
(녹)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자유게시판

그녀가 보고싶다. 권영희 이냐시오 수녀님.

스크랩 인쇄

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1-09 ㅣ No.77467

이냐시오 수녀님. 어디 계신지 보고싶습니다.

혈기 왕성하던 그 시절 우리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한 적이 있었지요.

나는 대한민국 육군의 5대장성 중의 하나인 고참병장이었고, 님은 우리부대의 군속

타자수로 취업한 참한 처녀였습니다.

자그마한 몸체에 가냘프고, 가끔씩 얼굴에 미소를 지을 땐 사병들이 애간장을 태웠지만 그 흔한 스캔들 하나 없었던 얌전한 처녀였었지요.

그래도 나하고는 안동權家 宗氏라고 하여 특별히 친해서

그때 우리 데이트 한 것 기억 나세요?

함께 기차를 타고 榮州 우리집에 가서 집 뒤에 있는 구성공원에도 가고 그랬잖아요. 그때 군사령부에 있던 여자친구 델꾸서.....

그때는 몰랐습니다. 님이 성당에 다니시는 줄도 몰랐고 더구나 수녀님이 되시리라고는 상상조차 한 일이 없었어요. 같은 종씨만 아니었으면 죽자사자 따라붙었을지도 몰라요. 제가 제대하기 전에 님이 먼저 딴데로 가셔서 헤어진 걸로 기억 됩니다.

 

20년이란 세월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우연히 재회를 했었죠.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회사 일로 출장을 가는 길 대구행 고속버스 안에서....

당시 저는 영세를 한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묵주기도 하는게 좋더라구요.

버스안에서도 당당히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를 하는데 저쯤 앞쪽인 운전사 뒷좌석에

수녀님이 한분 타고 계신 것을 봤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금강휴게소였던 것 같아요.

잠시 차에서 내려 커피 한잔 하고 차를 다시 타는데!!

"아니! 이게 누구세요? 아저씨 아니세요?" 먼저 저를 알아 보셨잖아요? 수녀님이...

얼마나 놀랍든지, 그리고 반가웠습니다. 나를 예전에 권병장이라고 안 부르고 항상 아저씨라 불렀던 것도 새삼 기억해 내면서 내가 믿는 하느님을 님이 믿는다는 것이

반가웠고 더더욱 기뻤던 것은 님이 일생동안 따르시는 하느님을 내가 함께 믿고있다는 일체감이었습니다.

그러나 명함 한장 달랑 드리고는 종점에서 헤어졌고 연락 주신다는 님께서는 종무소식...우리는 그렇게 해서 또 오래동안 헤어졌었잖아요.

 

다시 10년이 흐른 뒤. 우연히 TV를 보다가 당시 대통령이 성탄절을 앞두고 서울시립양노원을 방문했다는 9시 뉴스에서 본 원장수녀님 얼굴이!!! 아! 저사람 권영희수녀야! 나는 큰소리로 외쳤었지요. 114에 전화를 해서 물었더니 맞더라구요. 본인하고 통화는 나중에 했지만....

당시 나는 중앙일보시에서 처음 소설책을 내서 1쇄 인세로 5백만원을 받았었잖아요.

당시 제 형편이 넉넉치는 않았지만 성서에 '첫배에 나는 새끼는 야훼 것이다' 하기에

아내에게 이 돈은 몽땅 하느님께 바치자 해서 동의를 얻고 어디다 쓸까하고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그러고 보니 1995년 12월이었네요)

다음날 우리 본당의 명카수들 델꼬 떡하고 과일. 노래방기기까지 싣고 전달식을 하러 고덕동 그 양로원에 가서 세번째의 만남을 참으로 주님 뜻에 맞게 했었잖아요?

그때 원장님께서 '우리 수녀원농장에서 딴 호박으로 끓인 호박죽'이라면서 그곳 할머님들하고 함께 먹었던 호박죽 맛은 아직도 입안에서 군침이 날 정도로 기억해요.

그리고 그후에 생각나서 다시 뵈려갔더니 어느 농장(수녀님들 양식을 대주는 농장)에 가 계신다기에 전화 드렸더니

"이곳 가난한 이웃 중에 연탄보일러가 낡아 춥게 지내는 딱한 분이 계시니 아저씨가 그분에게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 하시기에 큰돈은 아니지만 보내드린 기억이 나네요. 기억하세요?

 

그리고는 또 사는데 바빠서 제가 그만 이냐시오수녀님을 잊고 살았습니다. 죄송해요

수녀님, 저의 무심함이 생각할수록 죄스러워요. 어느새 10년이 또 흘렀는데.....

지금 어디 계셔요?  너무 너무 보고싶어요.

이젠 수녀님도 머리카락이 희어지셨을 테지요. 저가 벌써 예순 셋인데....

남은 생이 마치 재미있게 읽다가 남은 페이지를 세면서 아쉬워하는 마음처럼 아쉽잖아요? 권영희 이냐시오 수녀님 정말 보고싶어요. 누구 아시는 분 연락 도와주셔요.

다시 또 만날 때가 됐어요. 사랑하는 나의 수녀님,  

 



307 8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