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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위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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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lee57] 쪽지 캡슐

2005-01-10 ㅣ No.77514

 

 

 

너무 좁은 위치에 주차되었습니다.

(주차위치가 아닙니다) - 통행인 -

 

간밤에 늦게 퇴근했습니다.

하늘을 바라 보니 필경 눈이 내릴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 출근길을 생각했습니다.

눈 덮힌 차창을 청소하기가 싫어집니다.

지하 주차장을 이리저리 몇 바퀴 돌았습니다.

나를 위한 텅빈 주차공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밤 11시가 넘는 시각에 흰줄 쳐진 빈터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 갈까 하다가, 지하 출입구 앞쪽에 삐딱하게 비집어 넣었습니다.

제법 그럴듯 합니다.

열쇠를 잠그고 요리조리 살펴 보니, 통행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설마 내 차 받기야 하겠느냐. 내일 아침 일찍이 차를 빼어 내지.....

 

총총 걸음으로 어제와 같은 시각에 자동차가 서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아이고, 일찍 못 나왔네. 내 차가 괞찮을려나, 걱정이 앞을 섭니다.

남의 차가 통행에 지장이 없었을까?하는 생각은 뒷전입니다.

드디어 본색이 들어 납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이 없습니다.

어제는 눈발이 곧 쏟아질 것 같았는데.....

 

차창엔 눈 대신 작은 쪽지가 붙어 있습니다.

 

너무 좁은 위치에 주차되었습니다.(주차위치가 아닙니다)

- 통행인 -

 

일말의 염치는 있었던지,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방금 이 쪽지를 쓴 사람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저 만치 자신의 차를 찾아 갑니다.

그분이 나의 얼굴을 볼까봐 얼른 운전석에 않았습니다.

그래도, 티끌만한 양심은 있는가?

 

메모를 바라 보며 그 분의 고은 마음과 훌륭한 인품에 감동합니다.

똑바로 해, 이 ????야,......하며, 욕지거리를 써 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통행인.

그녀는 정말 멋진 통행인 입니다.

 

이 세상

통행에 방해를 놓거나, 훼방을 놓는 자들 얼마나 많습니까?

 

이들을 젊잖게 나무라는 그녀.

그는 이 세상을 자유롭고 온전하게 통행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름 모를 통행인께

죄송한 말씀과 아울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은 통행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통행 방해자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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