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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북핵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북한두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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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atom54] 쪽지 캡슐

2006-03-30 ㅣ No.97428

 

    지금도 “북한이 정말 핵을 가졌느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네요


  북한이 정말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있어 이 질문은 ‘한물 간’ 질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이미 국제적 기정사실이 된 마당이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은 핵무기를 확인시켜주지도 않으면서 핵개발의 냄새만 잔뜩 풍기는 전략을 택해왔는데, 북한 같은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핵무기를 확인시켜주면 국제제재가 시작되고 핵무기가 없다는 인식을 주면 핵카드가 통하지 않게 된다. 때문에 북한에게 있어 이러한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핵을 가지고 있다”라고 선언했다. 이때 북한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부시 정부의 목조르기 등을 의식하여 다급함을 느낀 나머지 핵보유 선언을 택했을 것이다. 즉, 국제제재가 수반되더라도 당장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체제를 지켜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북핵을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왜 함부로 말하느냐”라고 나서고 있는데, 이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북한의 핵보유 여부에 대한 판단은 드러난 사실(facts), 북한의 핵보유 동기, 정황에 의거한 합리적인 추정 등을 합친 결과이다. 예를 들어,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의 용량, 가동기간,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의 분량 등은 객관적 사실이며, 이것으로 북한이 생산했을 수 있는 플루토늄의 량이 나온다. 여기에다 북한의 동기를 가미해야 한다. 마약중독자가 돈을 구했다면 그 돈으로 마약을 살 것인가 아니면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식이다. 북한이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핵무기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온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이 플루토늄으로 보관하기 보다는 서둘러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가 또다시 정황을 가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개발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 북한이 다급하게 느낄 정황들, 핵투발 수단을 확보하는 데 투입한 노력 등을 감안하게 된다. 참고로 북한은 미사일을 주요 수출품으로 삼고 있는 미사일 수출국이며, 이스라엘, 인도 등과 함께 세계 6위권의 미사일 강대국이다. 북한에 농축기술을 유출한 당사자인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의 증언도 참고자료이다. 칸 박사는 스스로 농축기술 및 부폼의 대북 수출을 인정했으며, 2004년 4월 13일자 뉴욕타임즈지와의 인터뷰에서 “5년전 (1999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인근의 비밀 핵시설에서 3개의 핵폭발장치(nuclear devices)를 목격했다”라고 밝힌바 있다.

 

  필자가 북한이 5-10개의 플루토늄탄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폭탄 제조도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러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이는 필자 개인의 사견이며, 정부나 국방부의 입장은 다르다. 국방부는 국방백서를 통해 1-2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보호하려는 배려가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참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2005년 3월 “6개 정도의 핵폭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고, 미국의 정보기관들도 약간씩은 다르지만 대개 5-10개 정도를 추정한다.

 

   이 상황에서 “확실한 북핵 증거가 없지 않느냐”라고 따져 묻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법정에서 판사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심정이 가도 피고를 도둑으로 판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법정논리를 국가안보에 들이대면 곤란해진다. 어디에선가 위험스러운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도 확실한 증거가 없거나 그 위험의 진원지가 어딘지 확실하지 않으면 비난도 대비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핵무기란 북한이 스스로 보여주지 않는 한 확실한 증거란 이 세상 그 누구도 확보할 수 없다. 때문에 국가 간의 안보문제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인식(perception)에 따라 행동이 취해진다.

 

  미국이 “후세인이 핵을 만들고 있다”라면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핵개발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연히 핵개발 인식을 준 후세인의 실수가 자리잡고 있다. 차라리 핵을 더 일찍 개발하여 미국의 침공을 억제했든지 아니면 핵개발을 하지 않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더라면 국제정치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능력, 동기, 정황 등을 종합하여 핵보유를 결론내린 상태에서, “북핵을 눈으로 보지 않는 한 북한을 욕하지 말라”라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무책임 사람들이며, 국가의 안위를 요행에 맡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안보정책이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화해협력을 위해 북한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위험한 행동을 보일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이다. 이런 이치를 안다면 북핵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는 북한 두둔행위가 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함에 있어 진보적 정책도 있고 보수적 정책도 있다. 토론의 포커스는 여기에 맞추어져야 한다.  “북한이 과연 핵을 가졌을까” 하는 것은 구석기 시대적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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