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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가의 혼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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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어저께 우리 본당에서는 최기섭 신부님을 특강 강사로 초빙하였습니다. 신부님은 부활 판공 보속으로 유교와 천주교에 대하여 훌륭한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그 강의의 교재가 조선조 명현거유이신 퇴계 이황 선생이 선조임금께 올린 성학십도 였습니다. 신부님의 강의내용은 한마디로 조선의 선비들의 '수신'이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온 통 한문으로 된 성학십도의 내용을 해박한 지식으로 쉽게 풀어 설명하신 신부님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날의 바로 전일엔,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퇴계 16대손 집안의 혼례가 있었습니다. 그 혼례의 혼주가 퇴계선생의 16대 손이고, 신랑되는 이가 17대손인데, 이 날의 혼례는 다른 결혼식장의 분위기와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양가에서는 합의하에 부조를 받지 않았습니다. 보통, 장안의 성공한 가문의 혼례식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조를 내기 위한 긴 줄이 없었습니다. 이 날의 혼주 역시 사회적으로 한 분야에서 성공한 분이라서 그럴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신랑 혼주와 일가친척인 저는 평소 혼주로부터 잦은 신세를 진 처지여서, 당연히 부조를 해야 함에도 할 수 가 없었습니다.
둘째, 혼례에 참석한 양가의 지인들이 혼례가 시작되면서 모두 일어나 서로에게 합동으로 인사하고 배례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좋은 날에 참석한 양가의 좋은 사람들 서로가 인사를 통하여 인간소통을 이루는 장면은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러므로 양가가 하나가 되고, 참석한 이쪽 저쪽의 사람 모두가 통합이 되었습니다.
셋째, 예식장의 분위기가 엄숙하고 조용하였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예식장은 시끌벅적하여 난전과 같지 않습니까? 이 날, 예식에 초청된 사람은 사전에 참석여부가 확인되어, 좌석이 지정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주례이신 조순(서울시장, 부총리, 전 도산서원 원장 역임) 선생님의 말씀을 소상히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별호가 산신령이신 조순 님의 말씀은 젊디 젊은 신랑 신부에게만 통용되는 말씀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 가는 늙은이에게도 가슴에 와 닿는 내용 이었습니다.
주변의 소음없이, 주례사를 이렇게 조용하게 들을 수 있도록 치러진 혼례는 처음이었습니다.
혼례식장의 분위기가 그러하니, 참석자들도 이석하거나, 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일어나 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름답고, 조용히 엄숙하게 시작된 혼례의식 후엔 참석자 모두가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했습니다. 물론, 새로이 출발하는 젊은이 내외와 그 양가의 행복을 축원하였지요.
퇴계 16대손의 혼례식. 부득이 초청해야 할 사람에게만 초청을 하고, 그 대상의 지정석을 사전에 마련하되, 부조금을 받지 않으며, 조용히 경건하게 치르었지만, 축가와 박수소리로 한껏 잔치 분위기는 났습니다.
참으로 부러운 혼례식이었으며,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하여 선뜻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아름다운 결혼식 모습이었습니다.
주님, 그 날의 신랑신부에게 축복을 주소서.
천주교반포4동성당 이 정 원 알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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