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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버지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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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6-04-01 ㅣ No.97536

 

詩

                 어느 아버지의 독백


                                                 권 태 하


전기가 싫다

컴퓨터가 싫다

아내는 연속극에 빼앗기고

아이는 인터넷에 빼앗기고

외로워서 못 살겠다

서글퍼서 못 살겠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초가지붕 타고 내려와

땅거미 틀어 앉을 때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 찾는 소리

밥 먹으로 온나

저녁 먹으러 들온나

삽짝문 앞에 나와 서서 이이들을 찾던 엄마들 소리

그 소리가 그립다

어머니가 그립다


앉은뱅이 밥상에 온 식구 둘러앉아

학교 갔다 온 얘기

들에 갔다 온 얘기

장에 갔다 온 얘기

오순도순 정다웠던 그 시절

새까만 끄름이 바람에 휘둘리던 호롱불

그 불빛이 그립다 

아버지가 그립다


아내는 연속극에 빼앗기고

아이는 인터넷에 빼앗기고

나는 외롭다

전기가 싫다

컴퓨터가 싫다

 

밥이란 원래 몇이서 같이 먹어야 맛이 나는 게 아닌감?

하다못해 매일 보는 마누라라도 곁에 앉아 같이 먹어야 맛이 나거늘

요새는 어쩌다 집에서 먹는 날은 혼자 밥상을 받으니 입맛마저 없다.

아이들이 있었어도 저들대로 바쁘고 각각 제 방에 들어가 컴퓨터만 하더니

이젠 그 아이들이 장가들어서 따로 살림을 나갔으니 두 양주뿐인데

연속극에 눈을 박고 "청국장이 왜 이렇게 짜냐?"고 내가 불평을 해도

"짜긴 뭐가 짜요? 아침에 먹었던 그건데 뭐."하며 고개도 안 돌리고 대답하는

저런 사람하고 내가 35년을 함께 살았으니..... 헛 그 참,,,,!!

하필 연속극은 남의 밥 때만 맞춰서 하는지 몰라. 내 참...!!

다른 집들은 안 그랬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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