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개관에 따른 에피소드 하나
태안읍에 또 하나의 장례식장이 생겼다. 태안읍 평천리 <태안군보건의료원> 바로 앞에 603평 규모의 최신식 장례식장이 지난달 30일 문을 열었다. 이름은 <태안군보건의료원장례식장>이고, 운영 주체는 태안군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짓고 운영하는 최초의 장례식장이라고 한다. 태안군이 참으로 뜻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다.
태안군보건의료원장례식장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태안신문> 4월 6일치 4면에 큰 기사로 보도되었다. 김재환 기자의 그 기사에는 여러 가지 기분 좋은 얘기들이 담겨 있었다. 태안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태안군이 장례식장을 운영함에 있어 태안신문에, 그리고 10일 아침 KBS 뉴스 시간에 보도된 바와 같이 '복지행정'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차질 없이 잘 시행해주기 바란다.

▲ 태안군보건의료원장례식장의 앞 모습
ⓒ 지요하
태안군보건의료원장례식장이 개관을 함으로써 이제 태안읍에는 장산리의 <태안장례식장>, 동문리 <태안병원장례식장> 등 모두 3개의 장례식장이 존립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장례식장 부족 현상은 상당 부분 해소가 가능하게 되었다.
태안읍에 위치하는 장례식장들을 태안읍 주민들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고, 교통이 편리해진 사정과 관련하여 앞으로는 더욱 태안군민이 고루 장례식장을 이용하게 될 현상을 감안하면 3개의 장례식장으로 충분하다고 속단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주민들 다수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태안군보건의료원의 등장은 기존의 장례식장들에도 영향을 주어 장례비용이 전반적으로 좀더 저렴해지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한다. 그런 현실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태안군보건의료원의 장례 서비스와 저렴한 시설 사용료가 계속 독보성을 지니게 된다면, 태안보건의료원장례식장을 이용하기 위한 '경쟁' 같은 것이 유발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도 하게 된다. 아무튼 태안보건의료원장례식장에 대한 선호도는 꽤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태안군보건의료원장례식장의 첫 번째 이용자는 개관 이틀만인 4월 1일 입장한 근흥면 용신리의 고(故) 황애성(여·69세)씨였다. 고 황애성씨가 '마리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인 관계로 필자도 장례식에 관여하게 되었고, 덕분에 태안보건의료원장례식장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관찰해볼 수 있었다. 태안보건의료원장례식장은 위치와 규모와 시설, 장례 서비스와 직원들의 태도 등 모든 면에서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고 황애성님의 장례 과정에서 필자는 여러 사람(특히 여성)들로부터 재미있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태안군보건의료원장례식장이 '개관 기념'으로 첫 번째 이용자에 대해서는 전액 무료 서비스를 할 계획이었으나 제1호 이용자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어서 그 계획을 철회하고 그 대신 상가에 꽃상여를 제공했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내게 들려주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화난 기색이었다. 가뜩이나 이런저런 차별 속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이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발상이 가능하냐는 말이며, 여자들이 태안보건의료원장례식장으로 몰려가서 항의라도 해야 할 일이라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내게 글을 하나 써주기를 부탁했다.

▲ 태안군보건의료원장례식장의 옆 모습
ⓒ 지요하
필자는 평소 여성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에서 신라 시대에 세 명의 여왕이 존재한 사실에 큰 긍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또 우리 나라가 특히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국민의 에너지 절반을 철저히 억압한 사실에서 크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니 보건의료원장례식장의 '여성 차별'에 대한 얘기에 더럭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도 상식 밖인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떤 '와전'에 의한 헛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왜 그런 헛소문이 났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 헛소문이 꽤 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 헛소문을 진정시키는 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선 보건의료원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책임자에게 그런 소문이 돌고 있음을 말하고, 그런 소문과 연관이 될 수 있는 사항이 혹 없는지를 물었다. 여러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건의료원장례식장은 철두철미하게 조례 규정에 따라 운영되며, 무료 서비스는 평천리의 인근 주민들에게 한정된다는 얘기 등등.
그런데 그런 헛소문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사항이 하나 있었다. 장례용품을 생산 판매하는 한 업체에서 보건의료원장례식장의 개관을 축하하는 뜻으로(첫 번째 이용자가 동향인이기도 해서) 상가측에 꽃상여를 제공했는데, 그게 어떤 '와전'으로 발전해서 헛소문으로 확대된 것 같다는 추정을 얻을 수가 있었다.
첫 번째 이용자에게는 전액 무료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은 전혀 사실 무근이며, 지금 시대에 여성 차별적 발상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의료원장례식장 책임자의 말에 필자는 감사를 표했다. 그 상식 밖의 얘기는 완전히 헛소문임이 확인된 셈이었다.
그런데 약간의 흥미로움은 남았다. 그런 상식 밖의 헛소문이 쉽게 나돌기도 하는 현상이 일견 재미있게도 느껴졌다. 그것도 일종의 에피소드로 간주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은 씁쓸하기도 한(헛소문에 취약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반영하는 것도 같은), 묘한 여운을 주는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 4월 20일치 '태안칼럼'란에 게재된 글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을 진심으로 경하합니다.
2006-04-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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