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차장을 차지한 차량들
팔순 어머니는 "저 차 주인은 한글도 모르내벼"라며 꾸짖고...

▲ 아파트의 장애인 전용주차장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일반 차량
ⓒ 지요하
지난해 12월 9일치 <태안신문>의 '태안칼럼'란에 「진흥기업의 말을 듣고 싶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곧 입주하게 될 진흥아파트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의문점들을 지적한 글이었다.
그 글에 대한 사업자측의 직접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지만, 입주와 함께 내 의문과 불만 사항들이 하나씩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몇 가지 사항은 사업자측의 기본 계획에 따라 입주와 함께 순차적으로 '완료'가 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흥아파트의 지상 주차장 풍경을 보노라면 씁쓸한 느낌 하나를 지울 수 없다. 진흥아파트의 풍모나 때깔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진흥아파트의 지상주차장에는 도합 여덟 개의 장애인 전용주차장이 있다. 장애인 전용주차장 표시가 선명하다. 필자가 어느 날 이른 아침에 확인을 해보니 장애인 차량 표시를 부착하고 있는 차는 두 대였다. 산술적으로 보면 지금 현재로선 장애인 전용주차장은 여섯 개가 남는 셈이었다.
그런데 장애인 전용주차장이 전혀 구실을 못하는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버젓이 장애인 전용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는 차량들 때문에 장애인 표지가 부착되어 있는 차량은 다른 자리에, 심지어는 라인 밖에 주차되어 있는 풍경을 거의 일상적으로 보곤 하는 것이었다. 장애인 전용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는 차량에 밀려 라인 밖에 주차되어 있는 장애인 차량, 그것은 충분히 진풍경일 터였다.
그것을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유심히 살펴본 것 같았다. 장애인 전용주차장 이용에 관한 안내 방송을 여러 날 했다. 그리고 안내문을 만들어 각 동 현관들의 벽보판에 게시 하기도 했다. 그래도 실효가 없자 안내문을 대량 인쇄하여 장애인 전용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는 차량들의 앞 유리와 와이퍼 사이에 끼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실효가 없자 관리사무소는 여러 개의 이동식 표지판을 별도로 제작했다. 입간판식으로 만들어진 그 표지판의 한 면에는 '주차금지'라는 글자들이, 다른 한 면에는 '장애인전용주차장'이라는 글귀가 부착되었다.

▲ 낮에는 장애인 전용주차장이 비어 있는 때도 있지만...
ⓒ 지요하
그 이동식 표지판들이 장애인 전용주차장마다 세워진 것을 보고 필자가 관리사무소에 물었다. 현재 장애인 표지가 부착되어 있는 차량은 두 대뿐인 것 같으니, 그 두 대가 이용하는 장애인 전용주차장에만 그 표지판을 놓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일종의 제의였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의 의지는 명확했다. 비록 장애인 차량은 몇 대 되지 않더라도, 장애인 전용주차장 모두를 항시적으로 비워놓는 것이 보기 좋은 풍경이고, 주민들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 문화시민의 바른 모습이라고 했다. 지하주차장도 있고 주차 공간은 넉넉한 편이니 얼마든지 그런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노라는 말도 했다.
연세 여든이 넘으신 내 어머니는 이동식 표지판을 보시며 혀를 차셨다.
"땅에 그려진 표시로는 부족해서 이런 표지판을 별도로 만든 모양인디, 이 표지판도 효과가 있을라나 물러. 이런 아파트에 와서 살 정도면 어느 정도 경제력도 있고 그만큼 깬 사람들일 텐디, 그게 아닌개벼."
현재 땅에 그려져 있는 표시와 함께 별도의 이동식 표지판도 별로 실효가 없다. 두 대의 장애인 차량은 그 이동식 표지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장애인 전용주차장을 애써 확보하고 있는 형국이고, 나머지 여섯 개의 장애인 전용주차장들은 오늘도 다른 차량들이 거리낌없이 이용하고 있다. 그 별도의 이동식 표지판마저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형국이다.
진흥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장애인 전용주차장 표지판을 만들기 전에 아파트 단지 내의 커브와 모서리 등 공간 확보가 꼭 필요한 지점에다 놓을 '주차금지' 표지판들을 만들었다. 그 이동식 표지판들을 여러 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별 실효가 없다. 그 표지판을 노골적으로 무시라도 하는 듯 표지판 바로 앞에 버젓이 주차해놓은 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차들을 보며 여든이 넘으신 내 어머니가 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 차 주인은 한글도 모르내벼."

▲ 아파트 단지내의 공간 확보가 필요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주차금지' 표지판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있는 차량
ⓒ 지요하
*이 글은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 5월 4일치 '태안칼럼'란에 게재된 글입니다.
2006-05-0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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