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학생 손들어 보세요"
충남 태안 안면중학교 강연 이야기
지난 3일(토) 내게는 색다른 일이 하나 있었다. 안면도의 안면중학교에 가서 '강연'을 한 일이다. 고등학교에 가서(주로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은 여러 번이지만 중학교에 가서 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안면중학교는 충청남도교육청 지정 '독서교육 시범학교'라고 한다. '독서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가끔 문인들을 초청하여 '문학 강연'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먼 곳에서 사시는 유명 작가 한 분을 초청하여 강연 행사를 가졌는데, 이번에는 같은 지역에서 사는 나를 초청해준 것이다.
안면중학교가 그런 일을 하면서 먼 곳이 아닌 가까운 주변으로도 눈을 돌려 지역에서 사는(그래서 '지역작가'라는 의미가 불분명한 지칭으로도 불리는) 문인에게도 섭외를 하고 강연 기회를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 강연을 시작하면서 "모자를 쓰고 할까요, 벗고 할까요?" 묻기도 하고...
ⓒ 지요하
내게 전화를 걸어 강연 요청을 해주신 담당 여선생님의 말 중에 지금도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미소를 짓게 하는, 내 뇌리에 깊이 새겨진 표현 하나가 있다. '우리 애기들'이라는 표현이다. 그 여선생님은 '우리 아이들', '우리 학생들'이라는 말 대신 '우리 애기들'이라는 말을 쓰곤 했다. 의도적으로 쓰는 말이 아니라 습관이 된 말임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표현을 접하면서 신선함과 감미로움 같은 것을 느꼈다. 정말 이상하게 안온하고도 포근해지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강연을 시작하면서도 그 얘기를 했다. 나에게로 시선을 집중하는 청순한 중학생들의 모습을 보자니, 그 여선생님의 '우리 애기들'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올랐고, 그리하여 신선한 정다움 같은 것을 가슴에 그득 안고 '우리 애기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강연을 할 수가 있었다.
내 강연을 듣기 위해 강당에 모여 앉은 학생들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체 학생 240명이었다. 그들은 내 강연을 듣기 위해 교실에서 각기 자기 의자를 들고 오는 수고를 했다. 그런 수고를 끼친 것이 조금은 미안해지는 마음이기도 했다.
강당의 연단 위에 걸린 현수막에는 '문학 강연'이라는 글자가 뚜렷했지만 나는 '문학'이라는 말을 의식하지 않았다. 문학에 관한 얘기는 자칫 딱딱하고 먼 '남의 얘기'가 될 수도 있음을 유념했다. 어린 중학생들의 가슴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실 '자료'들을 가지고 현실적이고도 재미있는 얘기들을 들려주고자 했다. 사실은 그것이 바로 '문학'일 터였다.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여러 번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야기 속의 어떤 의문점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묻기도 했고, 또 어떤 사안과 결부되는 학생들의 마음이나 태도를 묻기도 했다. 그런 질문은 학생들의 관심과 집중을 좀 더 잘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빵 봉지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을 찾아 버리거나, 버린 적이 있는 학생들이 꽤 많이 손을 들었다.
ⓒ 지요하
한번은 이런 질문을 했다.
"거리에서 종종,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사 들고 나오는 학생들을 봅니다. 그런 학생들을 선생님은 유심히 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세상 천지가 온통 쓰레기통인 것 같은 착각을 느끼곤 합니다. 왜 내가 그런 착각을 갖게 될까요?"
학생들의 반응을 살핀 다음에는 또 이런 질문을 했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사 들고 나오면서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빵 봉지를 벗겨 아무 데나 버리는 학생들에게는 이 세상 천지가 온통 쓰레기통이겠지요?"
학생들은 잠잠했고, 나는 다시 물었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사 들고 나온 경험들이 있지요? 가게에서 사 가지고 나온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거리를 걸으면서 맛있게 먹은 적들이 있지요? 그렇다면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빵 봉지를 어떻게 버렸나요? 그냥 무의식적으로 아무 데나 버렸나요, 아니면 쓰레기통을 찾아 제대로 버렸나요? 가게에서 사 가지고 나온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빵 봉지를 쓰레기통을 찾아 제대로 버린 학생들이 있다면 손 한번 들어보세요. 자신 있게 번쩍 들어보세요."
의외로 꽤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내가 다시 "매번 그렇게 하지는 않았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그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제대로 버린 적이 있는 학생들은 모두 손드세요"하자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잠시 동안 조금은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빵 봉지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렸거나 쓰레기통을 찾아 버린 그 '사실'들에 대한 '증언' 교환이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 학생들 사이에서는 잠시 쓰레기 관련 사실에 대한 ‘증언’ 교환이 이루어지고...
ⓒ 지요하
어쨌거나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손을 든 사실은 매우 반갑고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나는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손을 든 학생들에게 치하 박수를 보내주고, 모든 학생들로 하여금 박수를 치게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질문을 했다.
"거리를 걷다가 고급 승용차든 트럭이든, 차창 밖으로 함부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본 적이 있나요?"
학생들의 반응을 살핀 다음에는 다시 이런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그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느낌이나 생각이 없었나요?"
학생들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런 광경을 아무렇지 않게, 예사로 보아왔다는 증거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요, 가게에서 사 가지고 나온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빵 봉지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는 버릇이 훗날 어른이 되어서는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함부로 버리다보면, 그 담배꽁초 하나로 지난해 천년 고찰 낙산사까지 불태워버린 대형 산불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은 하나같이 뭔가를 느끼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내 이야기에 열중하는 어린 중학생들의 태도에 마음속으로 감사하면서 강연을 계속했다.

▲ 열강을 하다보니 더위 때문에 모자를 벗고...
ⓒ 지요하
오전 11시부터 12시 20분까지 1시간 20분 동안 열강(?)을 했으니 꽤 많은 이야기를 한 셈이다. 위에 소개한 쓰레기 관련 이야기를 포함하여 중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지면 관계상 자세한 소개는 피하기로 한다.
인근 중학교에 가서 중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내게 그런 기회를 베풀어주신 안면중학교 선생님들께 거듭 감사한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우리 애기들')이 아이스크림 껍데기나 빵 봉지 따위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다는(또는 한 번이라도 그런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을 즐겁게 기억하면서….
2006-06-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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