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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상추 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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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태양이 내려 쪼이는 오후 시간, 습기를 잔뜩 머금은 열기를 들이 마실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느지막하게 차려진 점심상엔 텃밭서 금방 따온 여러 종류의 채소를 담은 소쿠리가 놓여있다. 아내와 둘이 입이 미어지게 쌈을 밀어 넣으니 꿀맛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 아내의 얼굴을 보니 쌈을 입으로 가져 갈 적 마다 입도 커지고 눈도 커지고 콧구멍도 커지는 못난이 얼굴로 변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 다시 물끄러미 쳐다보니 그 얼굴위로 겹쳐지는 또 다른 얼굴로 인해 가슴 한켠이 갑자기 싸아하게 저리며 아려온다. 고등학교 1학년쯤 이었던 여름 오후, 그날도 오늘처럼 무척 더웠다. 이웃집 일을 도와주고 상추를 얻어온 어머니는 식은 보리밥 한 사발과 된장 종지 하나와 상추 소쿠리를 얹은 상을 들고 툇마루로 오시더니 한쪽 다리만 걸치신채 앉으셨다. 그리고는 상추위에 꺼먼 차가운 보리밥 한 숟가락 올려놓으시고 숟가락 꽁지로 된장을 꾹 퍼서 바르신뒤 허겁지겁 입안으로 밀어 넣으셨다. 때가 한참이나 지나 무척 시장하신 모습이었다. 그렇게 몇 술을 뜨시다가 땀에 젖은 적삼이 거추장스러우셨던지 무심코 벗으셨는데, 속옷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초라한 밥상도 보기 싫었고 허기를 면하시려 허둥지둥 쌈을 드시는 모습도 영 마뜩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차에, 구멍나 안 입는다며 내동댕이친 바로 그 런닝(얼마나 오래 입으셨는지 여기저기 구멍이 더 크게 뚫린)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런 내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쌈을 손에 드신 채 혼이 빠지신 듯 멍하니 바라보시는 면전에 대고 빨리 벗으라, 왜 입었냐, 거지냐며 버럭버럭 화를 내었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신 어머니는 주섬주섬 겉옷을 걸치신후 슬그머니 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시더니 한동안 기척이 없으셨다. 한참후 걱정이 되어 부엌 문 틈으로 들어다 보니 쪼그린 무릎에 얼굴을 묻고는 흐느껴 울고 계셨다. “엄마 잘못 했어요.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그랬어요.” 서로 부둥켜 안은 엄마와 아들은 그렇게 꼭 끌어 안고 한참을 울었다. “밥 잘 먹다가 갑자기 왠 한숨을 쉬슈?” 아내가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아니 그냥.....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그때 어머님 한테 못되게해 가슴 아프게 해드린 그 이야기유?” 자식만이 전부였던 가난한 어머니의 그 모습이 그때는 왜 그렇게 보기 싫었을까? 동년배 중엔 아직도 생존해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건만 무엇이 급하다고 당신의 전부였던 어린 자식들을 두고, 갓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리 황망히 떠나셨을까? 그때 그 아들은 칠순이 지났건만 아직도 여름이면 회한과 아픔과 그리움을 상추에 싸 꾸역꾸역 미어지게 입 속으로 또 먹먹한 가슴속으로 밀어 넣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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