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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는 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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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979aaa] 쪽지 캡슐

2006-06-14 ㅣ No.100831

"이상범 칼럼"
제목   빵, 브레드, 떡
글쓴이 관리자 E-mail 번호 91
날짜 2005-08-25 조회수 26 추천수 0




해방이 되자, 일본소학교에 다니면서 주일학교를 기피하던 동네친구가 다시 교회에 나타났다. 일본 귀신이 물러나고 서양귀신이 힘을 쓰게 되었다는 대세판단에서였을까. 우리는 그 친구를 ‘쪽바리’라 불렀다. 그새 이 친구는 우리말을 완전히 까먹었던 모양으로, 주일학교에서 “생명의 떡”을 배울 때, 혼자 ‘떡’을 발음하지 못한 것이다. 딱하게 여긴 반사 선생이 그 친구에게는 ‘떡’ 대신 ‘빵’으로 익히게 해주었다. 그 일이 있고부터 그 친구의 별명은 빵이 되었다.
중학생이 되어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지금까지 영어인줄로만 알고 있던 ‘빵’이 영어가 아니란 것을 알고 놀랐었다. bread 라는 영어단어를 배우게 되었을 때, 그러면 빵은 어느 나라 말이냐는 질문에 영어선생님은 얼굴을 붉혀야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쓰이고 있는 ‘빵’이 포르투갈어에서 왔다는 사실을 깨치게 된 것이 언제였는지는 확실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이태리어의 pane, 스페인어의 pan, 프랑스어의 pain이 모두 라틴어 panis에서 유래한 것이란 사실은 대학에 가서야 알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어의 bread는 고대영어에서는 ‘한 조각, 작은 조각’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커다란 빵 덩어리를 잘라 나눈 한 쪽이란 뜻인 셈이다. 자르기 전의 빵 덩어리에 대해서는 다른 단어가 배치되어 있다. ‘loaf’. loaf를 반죽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lady(귀부인)란 단어가 파생하는가하면, 구운 빵 덩어리의 임자라는 뜻에서 주인은 load로 표시하게 되었다.
우리가 ‘주님’ 할 때의 ‘주’는 빵 덩어리의 임자란 뜻이라니, 성만찬의 빵의 임자인 그리스도를 주님이라 층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합당한 일인 듯싶다. 하여튼 지배자, 주인, 나아가서는 귀족이란 뜻으로 쓰이는 load도, 그 load의 부인을 일컫는 lady도, 모두 빵을 만들고 빵을 지키고 소유하는 일에서 온 말이라니 놀랍지 않는가.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독일어에서 load에 해단하는 Herr와 빵을 의미하는 Brot를 합쳐서 된 말 Brotherr은 ‘고용주’라는 뜻을 지닌다.
한편, 영어의 bread에는 생계(生計)의 뜻이 있다. 중 고등학교 영어시간에서 배움직한 bread and butter는 단순히 버터를 바른 빵이란 뜻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아야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다. bread winner 하면 빵을 쟁취한 사람이란 뜻에서 ‘한 집안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란 뜻을 지닌다. 또 ‘빵과 물’은 허기를 면하는 것을 의미했고, ‘빵과 치즈’는 가장 간소한 끼니를 의미했다. 빵은 빼놓을 수없는 ‘양식’이었다. ‘on the bread line’ 하는 영어는 빵을 얻어 허기를 메우려는 실업자들이 늘어선 줄을 일컫는 말이 되고 있다.
구약시대, 떡은 성전에 바치는 제물로 쓰였다. 멜기세덱은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아브람을 맞으러 왔다. 예수가 ‘너희가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고 말했을 때, 그 떡이란 뜻은 단순히 한 조각의 빵, 혹은 잔발 잔이 훔친 한 조각의 빵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예수는 자신을 ‘참 떡’(true bread) ‘생명의 떡’이라 했다.
그런데 사실은 영어에서도 ‘빵’이란 단어가 전혀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영어의 companion에서 pan이 ‘빵’의 뜻이란다. 중세 귀족계급에 속한 이들은 접시 대신 두텁게 선 빵에 육류를 얹어서 먹었다. 이 빵 도마는 한 사람에게 하나씩이 아니라, 두 사람 앞에 하나씩 배치되었다. 여기에서 둘이 함께 먹는다는 뜻에서 com이란 단어와 빵이란 뜻의 panis 이 합하여 동료를 의미하는 companion이란 단어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도마로 쓰인 빵은 식당 밖에서 서성이는 가난한 사람이나 개들의 몫이 되었다는데, 고기의 소스가 배인 진짜 맛은 귀족이 아니라, 서민들의 차지였다는 사실은 재미있다.
우리말의 ‘한 솥밥을 먹는 사이’라는 속담을 연상케 한다. 회사를 의미하는 company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들 단어는 노먼컨퀘스트 이후 프랑스어에서 온 영어임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영역성서는 빵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우리들의 귀에는 아직도 빵이라고 하면 군것질 거리라는 느낌이 들고 그래도 떡이라고 했을 때, 양식이라는 뜻으로 여겨지는 것은 어쩐 일일까? 새번역 성서등에서 ‘떡’ 대신 ‘빵’이란 말을 접하게 될 때, 위화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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