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데이트
오늘은 아파트를 내려오면서 그녀의 감정을 조금 나에게 이끌기 위해 쓸데없는 말이라도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파트 왼편 담벽에 덩굴이 우거진 사이에 있는 새집을 가리키며 “저기에 새가 산다!”하고 말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상당한 관심과 호의가 한꺼번에 나에게 돌아왔다. “거기에 어떻게 새가 살아?”하고 물었다. 나는 “덩굴사이에 구멍이 있는데 잘 안보이지만 그 안에 새집이 있어.”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진작 그녀와 같이 갈 때 이런 예기를 왜 안해줬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지난 주, 성령의 은총시간에 뽑은 것이 “지혜”여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 봐,”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또 물어봤다, ”뭐라고 했는데?” “별거 아니야.” 조금 더 내려가더니 그녀는 살며시 내 팔에 손을 집어 넣었다. 아마 팔장을 끼고 출근한 것이 2주도 넘었을 것이다. 처음엔 자주 팔장을 끼고 다녔는데 요즘 들어서는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쌀쌀하게 혼자만 걸어 갔다. 그렇다고 내가 팔장을 끼자고 해서 낄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기에 그냥 처분만 바라며 다녔다. 또 언제 변심할 지는 모르지만 이제 한 가지 오늘 써먹은 방법이 당분간 유효하지 않을 까 생각하니 오늘 아침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지하철을 한 정거장만 같이 가는데 처음에 같이 다닐 때는 자기가 내릴 때 까지 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내릴 때, “올때 버스 잘타고 와!”라고 말하였더니, “다른 사람 다 듣는데, 왜 크게 말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당황했다. 그런 느낌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다. 미안했다. 전에 몇 번은 그녀가 내리기 전에 나는 뒤에서 성호를 그어주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는데 그녀가 별로 안 좋아하고 주위를 의식하는 것 같아, 그녀가 내릴 때쯤 되면 그녀를 위해서 나 혼자 주님의 기도만을 바쳤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좋다. 그녀가 내 팔을 끼고 출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