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수)
(녹) 연중 제8주간 수요일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자유게시판

가난한 날의 아내 - 봄의 햇빛 같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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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악 [skrghkdka] 쪽지 캡슐

2006-06-30 ㅣ No.101461

가난한 날의 아내 - 봄볓 같은 행복

천재지변(天災地變)이나 전란(戰亂) 과 같은 시련(試鍊)이 오면 종교의 참 모습이 나타난다.

말세(末世)의 위기의식(危機意識)과 가치관의 혼돈(混沌)에서 청명(淸明)의 옹달샘이 솟는 것이다. 그래서 옛말대로 난세(亂世)에 충신과 영웅이 나고 가빈(家貧)속에서 효자(孝子)가 나오는 것이다.

성철(性徹)스님이 려말(麗末)의 보조지눌(普照智訥)스님의 지론(持論)인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공박(攻駁)하는 바람에 세간(世間)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종정(宗正)의 자리라하더라도 어딜 감히 조사(祖師)의 깨우침을 문제삼는단 말인가? 하는 것이 세론(世論)이었다.

경전(經典)의 권위나 언어(言語)에 의한 불교가 아니라 오직 불교의 개조(開祖) 붓다 석가모니로 돌아가서 붓다의 「정법안장(定法眼藏)」을 체득하고 불교의 요체(要諦)를 실천하려는 선종(禪宗) -

「장좌불와 (長坐不臥)」 8년 - 그 열화(熱火)같은 정열과 추상(秋霜)같은 인고(忍苦)의 길에서 보면 뜨뜻한 아랫목에 앉아 불경이나 웅얼대고 궤변(詭辯)으로 대승(大乘)을 논(論)하며 학승(學僧)운운 하는 얼치기들에게 얼마나 구역질이 났겠는가?

제갈공명(諸葛孔明)이 강동(江東) 오(吳)나라에서 「설전군유 (舌戰군儒)」 - 문무백관들과의 토론 - 때에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들어 선비를 나눴다. 「군자지유 (君子之儒)」는 충군(忠君)애국(愛國)하고 수정오사(守正惡邪)하여 그 덕은 상시에 미치고 그 이름은 후세에 길이 전하되,

「소인지유 (小人之儒)」는 다만 조충(彫蟲)에만 힘쓰고 한묵(翰墨)에만 공교하며 청춘(靑春)에 작부(作賦)하고 호수(晧首)에만 궁경(窮經)하여 필하(筆下)에 비록 천마디 말이 있으나 흉중(胸中)에는 실상 한가지 계책도 없으니.......

숭산(崇山) 소림사(少林寺)는 정파(正派) 무림(武林)의 태두(泰斗)이다. 그 개조(開祖)인 보리달마(菩提達磨)는 면벽(面壁) 9년에 「달마역근진경」 - 군협지 소설을 따르면 -을 엮었는데 그 맥(脈)은 혜가(慧可) - 승찬(僧瓚) - 도신(道信) -홍인(弘忍)- 혜능(慧能)으로 이어져 중국 선종(禪宗)을 이루었다.

우리나라는 나말려초(羅末麗初)의 혼란기에 교종(敎宗)을 대신하여 선종(禪宗)이 흥왕하고 국기(國基)가 다져짐에 따라 귀족불교인 교종이 우위를 점하다가 무신(武臣)정권 때에 다시 선종(禪宗)이 교세(敎勢)를 잡았다.

이 흐름을 보면 태평(泰平) 시기에는 경전과 의식(儀式)에 치중하고 난세(亂世)에서는 정진(精進)과 실천(實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고난(苦難)을 맞아 중생(衆生)을 구제(救濟)하는데 경전의 공허(空虛)한 메아리보다는 승려(僧侶) 자신의 각고(刻苦)가 모범으로 앞장서야 했던 것이다.

현진건(玄鎭健)의 「빈처 (貧妻) 」- 김동인의 감자,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과 함께 3대 걸작으로 침 - 를 보면 붓쟁이의 가슴저미는 빈곤(貧困)이 그려져 있다. 어쩔 수 없이 처형(妻兄) 댁의 호부(豪富)에 마음을 쏠리는 가난한 아내의 여린 모습을 어떻게 다독거린다?!

배금(拜金) 만능 - 작금(昨今)에 누가 감히 부정(否定)할 수 있는가? - 에 경전(經典)의 신앙은 득세(得勢)하여 도보(徒步)로 십분도 안 되는 성당(聖堂)에 승용차가 모여든다. 모두가 고급(高級)과 첨단(尖端)의 경연(競演)이다. 성당에 붙은 아파트에서 민원(民願)이 끝이지 않으나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미사가 끝나면 휭하니 골프장과 유원지(遊園地)와 식도락(食道樂)으로 썰물처럼 빠진다.

「부자(父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 는 예수님 말씀도 저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자기들은 그저 중류(中流)에 불과하다고 겸손(謙遜)에 겸손해 하니까.

어느 시인(詩人) 내외의 젊은 시절(時節) 이야기

가난한 부부였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세수를 하고 들어와 아침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시인의 아내가 쟁반에다 삶은 고구마 몇개를 담아 들고 들어왔다.

"햇고구마가 하도 맛있다고 아랫집에서 그러기에 우리도 좀 사 왔어요. 맛이나 보셔요."

남편은 본래 고구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식전(食前)에 그런 것을 먹는 게 부담(負擔)스럽게 느껴졌지만, 아내를 대접(待接)하는 뜻에서 그 중 제일 작은 놈을 하나 골라 먹었다.

그리고, 쟁반 위에 함께 놓인 홍차(紅茶)를 들었다. "하나면 정이 안 간대요. 한 개만 더 드셔요." 아내는 웃으면서 또 이렇게 권했다. 남편은 마지못해 또 한 개를 집었다.

어느 새 밖에 나갈 시간이 가까와졌다. 남편은 "인제 나가 봐야겠소. 밥상을 들여요."하고 재촉했다 . "지금 잡숫고 있쟎아요. 이 고구마가 오늘 우리 아침밥이어요." "뭐요?" 남편은 비로소 집에 쌀이 떨어진 줄을 알고, 무안(無顔)하고 미안(未安)한 생각에 얼굴이 화끈했다. "쌀이 없으면 없다고 왜 좀 미리 말을 못 하는 거요? 사내 봉변(逢變)을 시켜도 유분수(有分數)지."

뿌루퉁해서 한 마디 쏘아붙이자, 아내가 대답했다. "저의 작은아버님이 장관(長官)이셔요. 어디를 가면 쌀 한 가마가 없겠어요? 하지만 긴긴 인생(人生)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얘깃거리가 되쟎아요."

잔잔한 미소(微笑)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아내 앞에, 남편은 묵연(默然)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가슴속에는 형언(形言) 못 할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 왔다.

태평연월(太平烟月)을 구가(謳歌)할 때는 종교는 「비곗살」이 오른다. 의식(儀式)과 허풍에 내둘리는 모양은 춤 바람난 계집의 뻔즐난 「개구녕」나가는꼴이다.

바로 그때에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 왔다

열왕기 1. 19, 11-12

벼락이나 지진(地震)이나 태풍(颱風)처럼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위엄(威嚴)속에 계시지 않고 저 산들바람의 부드러움 속에, 「봄볓 같이 」옅은 속에 계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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