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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6-07-11 ㅣ No.101927

저가 전에 한번 여기 올렸던 글입니다. 저희 신부님께서 지난 주 강론말씀을 하시며 친구 신부님이 새차를 신자가 주더라면서 타시는데 그 차 주인이 기름도 덜 들고 차도 좋은 것 같아서 그 차를 사서 탔는데 호텔 같은데 모임이 있어서 그 차를 가지고 가면 "저리 가라"하고

모양이 좋은 큰 승용차를 가지고 가면 굽실거리면서 도어를 잡아주니 차를 바꿀 수박에 없었다는군요.

갑자기 이 이야기가 생각 나서 올립니다.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서 두분 사이의 우정의 에피소드가 너무 많으신 분들이지요.

 특히 조선왕조 청백리로도 후세에 큰 귀감이 되는 어른 들이시지요.

이 이야기는 바로 이덕형 한음대감님 얘기 올시다.....

 

한음 이덕형 대감께서 영의정 때 처가가 있는 경기도 장단으로 여름휴가를 가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대감께서 공무가 아닌 사행길이라서 평복차림으로 조랑말을 탄 채, 15세쯤 되는 고삐잡이 아이 하나를 앞세워 무악재를 넘어서 길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덥기 전에 길을 나선다고  아침에

일찍 나서다가 보니 무척 시장하셨던가 봅니다. 

 점심때가 되어 대감께서 주막집을 찾아 들었습니다.

 주막입구에 파주 현감의 깃발이 나풀거리고 신임 파주현감을 맡아 부임하는 젊은 현감을 비롯한 일행들이 거창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대감께서 당도하여 주막집 주인을 불러 요기할 음식을 청했다고 합니다.

 “영감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주막엔 영감님께 드릴 음식이 조금도   없습니다.”

 주막집 주인이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럼 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무엇이오? 저건 음식이 아니란 말 이요?”하고 물으시자 

 노인이 대꾸를 했습니다.

 “저 음식은 신임 파주현감어른이 부임하면서 서울 본댁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럼 이 집에는 먹을 것이 전혀 없단 말이요? 내가 너무 시장하여 견딜 수 없으니 하는 말이요.”

 노인께서 볼멘소리를 하였습니다.

 주막집 주인이 노인을 자세히 보니 연세도 지긋하신데 오죽이나 시장하시면 저러실까 매우 측은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노인장, 정 그러시다면 방에 들어가십시오. 비록 보리밥이긴 하지 만 아침에 먹던 식은 밥이 조금 남아 있으니 제가 상을 차려 보겠습니다.ꡓ했답니다.

 대감께서 주막집 방에 들어가 보니 아랫목은 이미 신임 현감이 차지하여 일행들과 둘러앉아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어서 대감께서는 윗목에 쪼그리고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 주막집 주인이 차려온 밥상을 보니 꽁보리밥 한 덩어리에 보리된장 한 접시 달랑. 그리고 찬물 한 그릇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시장이 반찬이라 잡수실 수 박에..... 

 노인께서 꽁보리밥에 보리된장을 비벼서 맛있게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랫목에서 식사를 하던 신임 현감이 노인을 불렀습니다.

 “노인장! 노인장께서 잡수시는 게 무척 맛있게 보이는데 나도 그    밥을 한술 얻어  먹을 수 있겠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요, 사람이 먹는 밥을 사람이 조금 나눠 달라는데 인정상 어찌 안 된다 하겠소. 기꺼이 드리리다.”

하며 노인은 그릇째로 신임 현감 앞에 내주었습니다,

 현감이 그걸 받아서 보리된장에 범벅한 식은 보리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씹어보니 맛은커녕 입안에 보리알이 와글와글, 거기다 시큼털털한 보리된장 맛이 얼마나 역겨웠던지 노인이 보는 앞에서 그만 퉤! 하고 입에 넣었던 것을 뱉어 버렸습니다.

 “노인장 형색을 보니 그렇지 않는데 딱하기 짝이 없구려. 이걸 음   식이라고 먹는 걸 보면 쯧...”

하며 노인을 힐난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묵묵히 남은 밥그릇을 다 비우고 그 집을 나왔습니다.

 얼마를 가다가 말잡이 하인을 신임 현감에게 보냈습니다.

 하인이 신이 나서 뛰어가서 외쳤습니다.

 “이리 오너라! 영의정 이덕형 대감의 지엄하신 명이시다. 신임 파주 현감은 내일 모레 정오에 장단 김 판서 대감 사저 대문 앞으로   대령 하랍신다.”

 신임 파주현감은 이거야말로 죽었다 싶었을 테지요. 입술이 파래지고 몸은 벌벌 떨렷을 겁니다. 

 ‘아니, 그 노인이 영의정 이덕형 대감이었다니...’

 이제 큰일났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늘같은 영의정 대감의 명이니 어찌 안 갈 수 있었겠습니까?


 한편, 한음대감은 주막집을 나와 또 얼마를 가다가 느티나무 그늘에서 장죽을 물고 쉬고 있는 선비를 보고 가던 길을 멈추었습니다.

 “선비 양반. 담뱃불 좀 얻읍시다.”

 담뱃대를 물고 있는 선비에게 대감께서 장죽에 연초를 재며 청했습니다.

 선비가 묵묵히 담뱃불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노인장께서 이 더운데 어디를 가시는 길 인줄은 모르겠사오나, 우리 길손끼리 만났으니 통성명이나 하지요. 저는 구파발에 사는 조   윤생이라 합니다. 영감님의 존함은 어떠 하신지?”

 “나 말씀이십니까? 내 이름은 이덕형이라고 합니다.”

라고 답했을 때였습니다.

 “노인장! 거 참! 노인장 이름을 얼른 바꾸시오. 이덕형이라니? 일인 지하 만인지상인 영의정 한음대감과 같은 함자를 쓰다니 너무    무엄하지 않소이까? ”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감께서 선비를 보니 일자로 다문 입이며 선한 눈빛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모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어찌 그리 쉽게 바꿀 수 있겠   소. 짓다보니 그렇게 된 걸 가지고...”

 대감께서 일부러 그런 말을 했습니다.

 선비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음대감은 모든 백성이 우러러 보는 국노(國老)이시오. 아무리    노인장이 늙으셨다 하드라도 노인장으로 인해 그 어른 함자를 함부로 부르는 이들이 있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니 내 말을 들으시고   꼭 그렇게 하시오."

하며 당부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 선비 말씀은 내가 나중에 생각을 해보리다." 하시면서 세간에 돌아가는 백성들의 정황에 대해 이것 저것 물으시고는 선비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시던 대감께서 그 자리를 뜨신 후에  얼마를 가시다가 이번에는 하인을 그 선비에게 보냈습니다. 하인이 선비에게 달려가 말했습니다.

 “선비는 듣거라. 영의정 이덕형 대감의 지엄하신 명이시다. 선비는 내일  모레 정오에 장단 김 판서 대감 댁 정문 앞으로 대령 하랍신다.”

 

 드디어 약속된 그 날 정오에 장단 김 판서대감 집 대문 앞에는 문   제의 신임 파주현감과 선비가 자리하고 한음대감을 기다렸습니다.

 영의정 한음 대감께서 문을 열고 나와 먼저 신임 현감에게 이르기를

 “파주현감은 듣거라. 그간 계속된 전쟁(임진왜란)과 흉년으로  백성이 도탄에 빠 졌거늘 너는 목민관의 신분으로서 가난한 백성들이 상시로 먹는  보리밥 한 술을 못 먹고 내뱉으니, 어찌 네가 백성들의 아픔을 헤아리겠느냐? 이 길로 너를 파주 현감에서 파직하니, 한양으로 돌아   가 너의 아비 윤 승지에게  내가 그러기를 아직은 아들이 관직에 오르기는  이르다고 하더라 전하여라.”

하고서는 

 “선비는 듣거라. 그대는 품성이 따뜻하여 인정을 베풀 줄 알고 무릇 사물을 바로 볼 줄 아는 심성을 갖추었으니 임시로 내가 선비를 파주현감에 봉하노니, 어진 백성들의 아픔을 헤아리는 목민관으로서 도리를 다하라.”

고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보리밥 한술 못 먹고 현감 떼이고 담뱃불 붙여주고 현감자리 얻었다」는 옛날얘기입니다.

 사람의 형색으로 사람을 판별하지 말고 언행으로 사람을 판단하라는 교훈과 음식을 취할 때 가려먹지 말라는 교훈으로 내 할아버지께서 내게 남겨주신 옛날얘기 중 하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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