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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말씀을 듣고 깨닫는 사람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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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남자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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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park05] 쪽지 캡슐

2006-07-17 ㅣ No.102162

 

버림받은 남자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만 해도 고맙지! 뭘 더 바래요.”

“당신 남편이잖소. 올 때 그리 약속은 했지만 당신 남편이 저리 원하니 며칠만 함께 있어주소. 예? 환자가 마지막 소원이라고 안 캅니까?”


환자를 방에 모셔다놓고 같이 온 성당 빈첸시오 회원들이 부인을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까 같이 온 회원 중 한 사람이 “신부님! 저 부인에게 한마디 좀 해주세요? 둘이 부부였는데 별거 후에 여자는 이미 딴 사람하고 살림을 차리고 있고요......


그런데 남편이 마지막 가는 길에 꽃마을까지 따라 가주면 좋겠다고 해서 여기 까지 왔는데 환자가 며칠만 더 있어달라는 거예요. 여자는 막무가내로 가겠다고 하고......그러니 신부님이 한마디 해주세요.”


“글세 이게......환자나 가족이 여기 좀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 적은 있지만 내가......아무튼 해보지요, 뭐!” 어기로 불려온 아내는 볼이 부었습니다.

“난 여기 원장 신부입니다. 지금 당신 남편이 살아봐야 한두 달밖에 못사는데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단 며칠만이라도 옆에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환자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그렇고, 살다보면 다른 사람에게 적선도 해주는데 그래도 지금 법적으로는 당신 남편이고 아이들도 있으니 자식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며칠만이라도 옆에 계셔주세요. 여기 있는 동안 다른 것은 우리가 다 해주니까 여기서 밥 먹고 지내면서 환자 옆에만 있어주면 됩니다.”


그야말로 뭐 씹은 얼굴로 잠시 고민을 하더니 “알았어요. 며칠만 있을게요!” 하며 쏘아붙이고는 나가버렸습니다. “허허 참!” 예고편이 이상하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같이 따라왔던 봉사자가 민망한지 그간의 속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병에 걸리기 전 환자는 부인과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말이 운영이지 아내가 모든 것을 도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편은 매일 도박에 빠져 있었고 거기다가 술까지 퍼먹으면서 폭력을 행사했으니 누구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아내는 집을 나가 다른 사람과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큰 딸도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었고, 작은 아들도 아빠를 미워하면서 나가 신문을 배달하며 그곳에서 숙식을 하며 지낸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연이어 터지면서 술과 화병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이 환자도 위암이 발병되어 홀로 외로운 투병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이제 얼마 안 있어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내는 옛정을 생각해서 죽기 전까지라도 보살피려고 찾아갔으나 살기어린 눈을 보고 겁에 질려 다시 돌아간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이란 정은 다 떨어졌으니  어찌 보면 아내는 아내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따라와 준 것만도 감사할 일이겠지요.


어찌 되었든 남은 시간 동안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숙식제공은 물론 환자의 수발은 봉사자가 하면서 아내는 다만 환자와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커튼까지 따로 쳐주었습니다.


가끔씩 보면 아내가 남편의 좁은 침대 옆에 누워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쥐고 있었고, 다시는 아내를 떠나보내지 않으려는 듯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진작 저렇게만 했더라면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죽음을 앞두고서야 아내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달았나봅니다.


“야! 보기 좋으네요. 꼭 신혼부부 같아요.” 하면 “그렇죠? 우리 신혼 같죠?”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아마도 결혼생활 중에 꽃마을에서 지냈던 2박 3일이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2박 3일이 지나자 아내는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미련 없이 남편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일을 보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그리고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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