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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와 청설모를 보며 하는 엉뚱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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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6-07-18 ㅣ No.102221

 

      황소개구리와 청설모를 보며 하는 엉뚱한 생각


       



기분 나쁜 황소개구리 소리

지금은 개구리 소리를 듣는 때가 아니다. 개구리들이 우는 시기는 이미 한참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들길을 걷다보면, 특히 저수지나 수로 옆을 지날 때면 지금도 개구리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그 소리는 "개골개골" 하는 소리가 아니다. 농촌의 초여름 밤을 장식하는 낭만적이기조차 한 자연의 '대합창'이 아니다. 개골개골 소리와는 너무도 다른 이상한 소리다. 처음 듣는 이들은 도저히 개구리 소리로 느낄 수가 없을 정도다.

"부웅- 부웅-"하는 소리는 징그러운 느낌과 함께 이상한 공포감마저 갖게 한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의아했으나 금세 황소개구리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유난히 크고 굵은 부웅 부웅 소리는 쉽게 황소를 연상시키는 것 같다. 그 소리와 함께 토종 개구리보다 몇 배나 큰 몸집 때문에 쉽게 '황소개구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 것이다.

황소개구리는 울음소리만 징그러운 것이 아니다. 물가 풀숲에 있다가 사람 기척을 느끼고 물 속으로 뛰어들 때 내지르는 "꽥" 소리는 더욱 기분 나쁜 느낌을 안겨준다. 그리고 "풍덩" 소리는 얼마나 큰지, 매번 놀라곤 한다.

황소개구리의 부웅 부웅 소리를 들을 적마다 초여름 밤에 듣는 토종 개구리들의 개골개골 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수많은 개구리들이 경쟁적으로 질러대는 소리이지만 일정한 하모니를 이루는 개골개골 소리는 언제나 고향을 느끼게 한다.

농촌에서 살면서도 초여름 밤에 듣는 개골개골 소리는 얼마나 반갑고도 정겨운가. 그 무성한 소리가 오히려 아늑하고 감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신비한 의문마저 갖게 하는 그 '고향의 소리'는 그러나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 농촌에서 토종 개구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은 여러 가지 환경 변화로 인한 것이겠지만 황소개구리의 급속한 번식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황소개구리들이 서식하는 곳에서는 토종 개구리들이 살지 않는다. 황소개구리는 토종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물고기도 잡아먹고 심지어는 뱀도 잡아먹는다. 그렇게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들은 지금도 번식을 한다. 요즘에도 부웅 부웅 하는 황소개구리 소리를 듣는 것은 그들의 연중 무휴 번식 능력을 짐작케 한다.

태안읍 남산리 들판 수로에서 우렁을 잡던 농민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이 수로에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꽉 찼이유.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겨울에두 있다니께유."

한때 전국적으로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이 크게 벌어진 적이 있다. 그 결과, 삽시간에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에 깔리다시피 했던 황소개구리의 개체 수는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황소개구리의 박멸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황소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동물이 22가지나 되고, 또 근친 교배에 의한 악성 유전자의 작용 등으로 황소개구리 문제는 더 이상 골칫거리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지금은 황소개구리의 천적들도 여러 가지 환경 변화로 수난을 당하며 점점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친 교배에 의한 악성 유전자 작용도 황소개구리를 멸종에 이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점점 적응의 폭을 넓히면서 스스로 악성 유전자 '극복'의 과정에도 돌입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퇴치 사업을 벌이지 않는 한 황소개구리들은 언제라도 다시금 삽시간에 전국의 하천과 저수지를 점령할 조건을 안고 있다. 그리하여 농촌의 초여름 밤을 장식하는 토종 개구리 울음소리는 점점 사라지고 그 대신 시도 때도 없이 부웅 부웅 울어대는 황소개구리 소리가 전국을 뒤덮는 상황도 올 수가 없다.

요즘에도 들길을 걷다가 무시로 황소개구리 소리를 듣다보면 야릇한 공포감 속에서 예의 그 '우려'를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얄미운 청설모들

산길을 걷다보면 청설모를 많이 본다. 요 몇 년 사이에 청설모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담하게 아스팔트 찻길을 가로지르는 청설모도 자주 보곤 한다.

토종 다람쥐는 언제 보았나 싶다. 원래부터 토종 다람쥐는 아무 데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욱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전에 다람쥐들이 살았던 태안읍 상옥리 흥주사의 수령 500년 느티나무 주위에도 다람쥐들이 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토종 다람쥐들 보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은 청설모들의 번식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청설모는 토종 다람쥐를 죽인다고 한다. 잡식성이어서 가끔 조류의 알이나 새끼를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토종 다람쥐를 잡아먹지는 않지만, 먹이 경쟁자를 죽이는 습성이 워낙 강해서 몸집이 작고 온순한 토종 다람쥐는 청설모의 영역에서는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청설모들이 늘어날수록 토종 다람쥐들이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하여 청설모들 때문에 토종 다람쥐들은 언젠가는 멸종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나는 산길에서 청설모를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이상한 반감 같은 것을 느낀다. 청설모는 확실히 토종 다람쥐와 다르다. 생김새부터 귀여운 느낌이 없다. 얄미운 느낌이 앞서는데, 그 놈 역시 사람을 반기기보다는 매번 약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많이 갖고 사는 편이다. 개미 한 마리 밟는 일도 조심하며 산길을 걷곤 한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달랐겠지만, 철이 들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갖게 된 다음부터는 길에서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밟은 적이 없다.

청설모도 처음에는 호기심과 반가운 마음으로 보았지 싶다. 그런데 차츰 청설모의 얼굴 모습이 다람쥐처럼 귀엽기보다는 얄밉게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청설모에 대한 미운 감정을 자각하면서, 혹 저것이 외래 동물임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자문도 가져보았다.

편견의 그림자를 느끼면서도, 사람을 약올리는 듯한 청설모의 얄미운 동작을 보노라면 절로 솟구치는 미운 감정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토종 다람쥐를 물어 죽이는 아메리카 외래종 청설모의 독한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그리하여 이상한 반감 때문에 돌멩이를 집어들어 청설모에게 던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벌레 한 마리라도 밟을세라 조심하며 길을 가는 사람이 청설모에게는 돌을 던지다니! 내 행동이 모호하고도 이상하게 느껴져서 쓴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하지만 한 번도 돌멩이로 청설모를 맞춘 적은 없다. 청설모는 내 돌멩이 투척을 조롱이라도 하는 듯이 더욱 얄미운 동작으로 꼬리를 바짝 추켜세우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옮겨다닐 뿐이었다.

그런 청설모를 보면서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모든 산들은 청설모 차지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이지 아메리카 외래종인 청설모가 우리나라 모든 산림의 주인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다.


엉뚱한 상념일 테지만...

나는 들에서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괜히 몸을 곱송그리며 '영어'을 떠올리곤 한다. 텔레비전에서 본 황소개구리가 토종 개구리를 잡아먹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영어가 우리 국어를 잡아먹는 상황을 연상하곤 한다.

그리고 산에서 청설모들을 볼 때도 영어 열풍을 떠올린다. 청설모가 토종 다람쥐를 물어 죽이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영어가 한국어를 물어 죽이는 상황을 연상하곤 한다.

영어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공용어'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원 채용 면접 시험을 영어로 실시하고 있고, '회의'를 할 때는 오직 영어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사원들로 하여금 사내(社內)에서는 영어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기업체도 있다고 한다.

영어에 가장 큰 비중을 두면서 면접 시험 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 교원 시험과 공무원 시험에도 적용이 되리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적어도 언어적으로는 미국의 한 주(州)로 편입이 될 것이다. 오늘 이미 미국의 '언어 속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우리 국민 모두가 잘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 역시 '우수 민족'의 좋은 표징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현재진행형이다. 황소개구리가 토종 개구리들을 잡아먹는 것, 그리하여 토종 개구리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도 아직까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청설모가 토종 다람쥐들을 물어 죽이는 것, 그리하여 토종 다람쥐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도 아직까지는 현재진행형이다.

황소개구리들이 우리나라의 들판을 뒤덮는 것까지는 좋다. 그것으로 그친다면 말이다. 또 청설모들이 우리나라의 모든 산을 차지해버리는 것까지는 좋다. 그것으로 그친다면 말이다. 문제는 토종 개구리와 토종 다람쥐의 멸종이다.

황소개구리들이 우리나라의 들판을 뒤덮는 날, 토종 개구리들은 거의 멸종이 되고 대학교의 연구실에서나 겨우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청설모들이 우리나라의 산림을 모두 점령해 버리는 날, 토종 다람쥐들도 거의 멸종을 하고 몇몇 동물원이나 대학교 연구실 등에서 겨우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황소개구리와 청설모가 우리나라의 모든 들판과 산을 차지해버리는 날, 영어가 우리의 언어생활을 석권하여 한국어는 몇몇 대학교의 '한국어과'에서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황소개구리와 토종 개구리, 청설모와 토종 다람쥐에게서 약육강식의 이치와 실체를 보며 우리나라 자연 환경의 장래 판도를 예측해보는 심정은 참으로 씁쓸하고도 착잡하다. 거기에 영어와 우리 모국어의 현 상황과 장래 상황을 대입해 유추해보는 심정 또한…. 너무 비약적인 상념일 수도 있겠지만….  


 2006-07-18 13:5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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