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
(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자유게시판

성서 쓰기 도전기. (나도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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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6-07-26 ㅣ No.102532

 

그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내가, 나이 예순다섯 살이나 먹은 내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성경쓰기를 한다....?

그것도 겨우 컴맹을 면한 독수리 타법으로...

처음엔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굿자만사 모임에서 히메님이 동기부여를 했다. 그러나 그 보다도 수바레님이 내게 한 말.

“ 성경 치다가 보니까 손가락이 숙달 돼서 이젠 손이 저절로 자판 위를 왔다 갔다 한다.”는 그 말!

우리 사무실 여직원의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게 자판 위로 굴러가면 화면에 활자가 또르르 튀어나오는 장면이 오버랩 되어 나를 자꾸만 유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용기가 안 났다.

굿자만사 연락책인 레오가 “저도 시작했습니다.” 하고 신고를 했어도 “그래 젊음이 좋다. 열심히 해봐라!”하면서 부러워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내가 끝내 도전을 했다.


어느새 5%를 넘었다. 창세기를 다 쓰고 탈출기도 벌써 12장까지 썼다. 8일 만에....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성공!! 성공!!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도쿄(東京)에서 걸려온 그분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다. 내가 성서쓰기에 도전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불교신자인 그분 때문이었다.

히메님도 수바레님도 레오님도 아닌, 90세의 노인. 최계월(崔桂月) 회장님 그분 때문이었다.

 

“자네. 요새 뭐 하나?”

“아직 직장에 나가는 데요. 죄송합니다. 종종 전화 드린다는 것이...”

“건강은?” 90노인이 외려 내 걱정을 하신다. 염치가 없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저야 뭐...회장님 건강은 좀 어떠셔요?”

“응. 잘 지내지. 자네 요새 내가 도쿄에서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다나카  전 일본수상, 전 리비아 석유상 등 세계 유명인사 들 하고 가진 국제세미나에서 향후 100년에서 200년에 걸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한 걸 모르지. 일본신문에는 크게 났지만 거긴 안 났다니까...”

 

그 순간, 정신이 멍했다. 마치 그분이 노망을 하신 말씀 같아서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100% 진실이다.

노망도 망상도 아닌 신문에도 이미 보도된 사실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서서 보르네오 섬, 인도네시아령 칼리만탄에 진출하여 원시림인 라왕 원목을 베어 와서 5개년 경제개발 계획초기였던 그 당시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했던 합판제조 원재료를 공급해온 대한민국 해외투자인가 제 1호기업체인 韓國南方開發 회사를 세우고,

목재수출에서 번 떼돈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해외 석유개발 및 시추 제1호인 코데코의 마두라 유전을 개발했던 최계월 회장.

 

누구보다 항상 한발 앞서 나갔던 그 노인께서 사막의 모래를 가지고 크리스탈 유리를 생산하고, 그 모래를 가져다가 바닷속으로 침잠하는 네덜란드에 댐을 쌓는 콘크리트를 만들고, 사막은 이 지구의 마지막 곡창을 만들 수 있다는 약간의 허황한 개발청사진이 내 귀에는 설었지만 자기가 죽은 후 100년 또는 200년 뒤에도 있을까 말까한 일의 청사진을 30분이 넘게 내게 장황하게 설명하시는 그분의 전화를 받고서 나는 갑자기 헤밍웨이 소설 “老人과 바다”에 나오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를 떠올렸다.

 

모두들 이젠 늙어서 끝났다는 노인은 그래도 매일 고기를 낚으러 바다로 나갔고 3일간의 사투 끝에 거대한 청새치 한 마리를 낚아 뱃전에 매달고 부두로 돌아온다.

노인이 애써 잡은 청새치의 피 냄새를 맡고 덤벼드는 상어 떼와 싸우면서 노인은 말한다.

“그래.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것은 죄(sin)이다.”

2차대전 후 실의에 차 있는 세계인에게 희망을 역설했던 어네스트 헤밍웨이....

 

그렇다. 그래서 내가 성서쓰기에 도전했다. 90세의 노인이 사하라사막을 개발하는 청사진을 그린다는데 내가 못할 일이 무엇인가? 독수리타법이면 어떤가? 빨리 안 한다고 야단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자! 아자! 아자!


매일 성경쓰기로 먼저 워밍업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창세기로 도전했다.

뭐가 그리 긴지, 57절까지 있는 장도 있었다.

무슨 이름이 그리 많고, 또 뭐 그리 복잡한지,

거기다 뭐가 그리 지저분한지...

도대체 인간의 욕망, 거기서 파생되는 죄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고,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롯의 큰딸 작은 딸이 차례로 아버지 롯과 잠을 자서 아이를 낳고...

이스라엘민족의 구원자 모세의 어머니도 모세 아버지의 고모란다.

막말로 X족보 같다.

글씨 한 자 틀리면 엔터키가 안 먹고, 빨간 글씨 나와서 다시 읽어보면 ㅡ와 ㅜ가, ㅅ과 ㅆ 가 틀린다. 세상에 ‘“ 부호가 있고 ’” 부호도 있다. 그거 하나 틀렸다고 엔터가 안 먹는다.

띄어쓰기도 국어국문과 출신인 내가 봐도 이건 아닌데 하는 게 많다. 하지만 어쩌랴. 성경이다. 한 글자 한 획 어김이 없다.

 

예전에 본당신부님 숙제로 신약성서를 필사한 적이 한 번 있었다.

차라리 쓰는 것이 낫겠다 싶은 생각이 꿀떡 같지만 나는 간다.

결코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북이걸음으로 간다.

독수리 타법으로 간다. 1년이 걸려도 간다. 2년이 걸려도 간다. 


3일 만에 레오한테 들켰다. 귀신이다. 어찌 알았는지 쪽지가 왔다. 권센님. 역시... 축하합니다. 파이팅. 그 친구는 걸핏하면 파이팅이다. 내가 싸움꾼인 걸 자기가 어찌 알고 그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함구령을 내렸다. 좀 있다가 해보고 나서 그때 공표해도 좋다.

헌데 배교수 꼬리글에 히메상도 아는 것 같다. 하기사 성서쓰기 들어가서 이름만 치면 누가 쓰는지 얼마 썼는지 쪼르르 나오긴 하더라.

 

백두산도 갔다 와야 하고, 도쿄도 다녀와야 한다. 하지만 이 성서쓰기는 중단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기도 후 즉시 30절 사무실 나가서 30절, 집에 들와서 50절 밤에 잠들기 전 30절에서 50절, 150절 이상 쓸 것이다.

그래서 나도 히메 데이처럼 도미니코 데이를 만든다면 그땐 자축의 술을 형제들에게 살 것이다. 아자! 아자! 아자!!  최계월 회장 만세!, 산티아고 만세!! 굿뉴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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