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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창 밖으로 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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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6-07-28 ㅣ No.102676

 

               "아파트 창 밖으로 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





나는 천성적으로 속이 좁은 사람이다. 아주 작은 일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버릇이 있다. 정말 사소하고도 하찮은 일에 한숨을 쉬고 안타까워한다.

아무 데나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를 보고도 한숨을 쉬고, 달리는 차량 밖으로 함부로 내던져지는 담배꽁초를 보고도 혀를 찬다. 저수지 낚시터 곳곳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를 보고도 탄식을 한다. 때로는 그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한다(욕설은 하되 결코 저주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2005년 4월 천년 고찰 낙산사까지 불태워버린 강원도 고성의 대형 산불도 산길을 지나던 차량에서 버려진 담배꽁초가 원인이었을 거라는 단정이나 확신을 버리지 못한다. 그만큼 나에게는 담배꽁초에 대한 증오심이나 혐오감이 대단하다.

어제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기이한 방송을 들었다. 벌써 여러 번 들은 소리다. "관리사무소에서 알려 드리는 말씀입니다. 공동주택에는 입주민 상호 간에 지켜야 할 공동예절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안내 방송은 아파트에서 창 밖으로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투척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그것도 두세 번씩 반복을 하는 아주 간곡한 부탁이었다.

아파트 위층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면, 만약 아래층 발코니에 널어져 있는 이불에 떨어질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아래층에 사는 이웃이나 아파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뜻밖의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말도 있었다.

그 방송을 들으며 나는 한숨부터 쉬었다. "정말로 아파트에서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지? 그러니께 저렇게 관리사무소에서 방송까지 허는 거 아녀? 벌써 몇 번째라나? 방송을 헤두 시정이 되지 않으니께 또 저렇게 방송을 허는 거 아녀?"라고 푸념도 했다.

"이런 아파트에 와서 문명을 누리고 살면서 저런 방송을 듣는다는 게 참 기이하네요. 부조화가 너무 심하다 싶구…."

아내도 나를 거들었고, 어머니는 한 술 더 떠서 "아니, 어떤 철없는 잡것들이 그런 짓을 헌디야. 무식헌 것들 같으니라구!"라고 그 누군지 모를 '잡것'들에게 욕을 하셨다. 그 잡것들이 들을 턱이 없건만….

그런데 어머니는 며칠 전 아침나절에 그 '잡것'일 수도 있는 청년 한 사람을 아파트 로비에서 보았다고 했다.

"아 글쎄, 젊은 사내 하나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더니 현관 바닥에다가 씹던 껌을 탁 뱉구 가더라니께. 몇 걸음만 더 가면 화단이 있으니께 그 화단에다가 뱉어두 괜찮잖여. 하두 기가 맥혀서 그 청년을 불러 세우구 뭐라구 한마디 헤줄라다가 그만두었어."
"야단을 치셔야지 왜 그만두셨대요?"

"그러면 외려 뭐라구 한마디 더할 것 같구, 노인네헌티 해코지를 헐 지두 물른다 싶어서 그만두었어. 아무 데나 함부로 껌을 뱉는 그 소행머리를 보니께 괜히 겁두 나구 헤서…."
"겁먹을 필요 없어요. 그런 사람을 보면 나이 먹은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점잖게 가르쳐야 해요. 나헌티 걸렸으면 그냥 보내지 않는 건디…."

"그 사람이 뱉은 껌을 휴지로 주워 가지구 집으로 올라오면서 나두 그런 생각을 혔어. 또 그런 일을 보면 다음 번에는 그냥 보내지 말구 점잖게 타일러야겄다구…."
"전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를 잔뜩 바라고 있어요."

나는 정말로 아파트 현관 바닥에 껌을 내뱉는 사람, 엘리베이터나 로비 바닥이나 출입문 앞에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과 만나고 싶었다. 담배꽁초를 볼 때마다 단단히 벼르는 마음이었다. 정말이지 엘리베이터나 로비 바닥, 출입문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볼 때마다 극도의 혐오감을 갖곤 했다.

그러던 어제(27일) 저녁이었다. 학교 일직 근무를 한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집을 나갔다가 아내와 함께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차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바삐 걸음을 떼는 순간 아파트 출입문 앞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을 보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옳지, 잘 만났다'는 생각을 했고, 다음 순간 그 사람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왜 그렇게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함부로 버려요? 그러지 맙시다!"
그러자 그 사람이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

"담배꽁초를 버린 게 아니에요. 불을 껐어요. 불만 떼어서 버린 거예요."

그러며 그는 한 손을 펴 보였다. 그의 손에는 불 꺼진 담배꽁초가 들려져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멋쩍은 기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아내가 나를 보며 한 마디 했다.

"에그, 당신은…. 제대루 보지두 않구…."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를 기다려주는 그 사람과 동승을 하게 되었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 사람은 가족과 동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부인은 이미 구면이었고, 부인이 내게 인사를 했다. 나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내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들 가족이 5층에서 내리기 전에 한 마디 했다.

"아파트 현관에서 담배꽁초를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빠요. 아무 데나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과 만나게 되기를 바라고 별렀어요. 그 마음이 너무 강해서 내가 결례를 한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로선 할 말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함과 동시에 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들 가족과 우리 부부는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 사람은 아파트 로비 등에 함부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건 100% 믿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이 절로 떠올랐다.

"제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로선 할 말이 없습니다."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는 철없는 사람들이 진정한 애연가들을 포함하여 모든 흡연자들을 의심받게 하고 욕 먹이며 곤란하게 만드는 현상을 오늘의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2006-07-28 15:17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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