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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백두산 천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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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여정으로 중국 길림성 용정시를 다녀왔다. 북간도 땅으로 알려진 용정(龍井)은 연길과 더불어 중국의 동북3성 중에 우리 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용정시 인구 30만 중에 20만이 조선족이니 말이다. 선구자 노래에 나오는 일송정을 비롯하여 요절 시인 윤동주가 다녔고 수많은 북간도 출신 인재를 배출한 대성중학교, 3.13항일운동 본거지이기도 하다.
내가 2001년부터 우리 민속공연단을 이끌고 일년에 한 번씩 그곳을 찾은 이유는 그간 그곳 동포들이 오래 동안 북한 일변도의 문화만 접촉하다보니 우리민족 고유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오로지 북한식으로만 왜곡돼 있는 점이 못마땅해서였다. 우리 민속공연단의 공연을 통해 우리 동포들이 민족전래의 정통 민속 전통문화를 터득하고 이를 보급하여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길 바라는 그런 마음에서 지역유지들을 설득하고 또한 독지가의 기부금을 얻어서 해마다 힘들게 꾸려왔던 행사였다. 그러나 중국의 동북공정이 시작되면서부터 한국공연단의 공연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되어 작년부터는 공연단을 인솔해 갈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결코 포기해서 될 일이 아니어서 나는 다시 그곳에 갔다. 이번에는 강사 몇분만 모시고서...
일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송정 앞에 서 있었던 선구자 노래비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용정시 노래비가 세워졌고,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 관리를 맡아오던 장백산 일대는 현대화를 빌미삼아 길림성에서 맡아 관리를 했다. 이제 곧 백두산(장백산)까지 고속도로를 내고, 열차가 달릴 수 있도록 철길을 내고, 심지어 장백산 공항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싸이트인 ‘구글’에는 이미 백두산 천지 전체가 중국영토로 표기된 바가 있다. 북측과 중국이 맺은 국경협약에는 천지의 4분의 3이 북측 영토로, 4분의 1만이 중국 영토로 되어 있다지만 중국에 약한 북측을 어찌 믿고 내 땅을 맡길 것인가 생각하니 천지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천지 물 쪽으로 등정한 것을 비롯해서 이번이 네 번째 천지에 오르는 셈이다. 2천 미터 이상 되는 구릉을 감싸고 있는 구름을 뚫고 꼬불꼬불 휘돌아서 처음 천지에 올라 잠시 숫처녀의 속살을 들여다보듯이 바라보았던 그때의 신비스러움은 간데가 없고 쾌청한 날의 천지는 마치 여름이면 거의 매일 보는 마누라의 나신처럼 매력이 없었음에도, 처음 천지에 오른 한국관광객들의 야호! 소리가 오히려 귀에 설기만 했다. 도문에서 훈춘까지 두만강을 따라 올라가며 바라보는 북한 땅에는 작년과는 달리 가파른 산비탈 밭에 경작을 하도록 허용한 듯 했다. 옥수수가 보였다. 식량난이 더욱 심화된 탓이리라. 몇 해 전에만 해도 폭이 좁은 두만강을 건너오는 배고픈 동포들을 위해서 강변의 조선족들은 밤에 식은 밥을 바가지에 담아 문 앞에 내어 놓았다는데 지금은 밤에 두만강을 몰래 건너와 경운기를 훔쳐가거나 떼를 지어 건너와 약탈을 하는 바람에 밤이면 문을 꼭꼭 걸어 잠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참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1930년대 우리의 변방문학이었던 『북향(北鄕)』잡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 개인적으로는 큰 행운이었다. 소설가 강경애, 안수길의 초기작품을 만나고, 또한 나라를 잃은 설움과 울분을 가명이나 예명으로만 읊어낼 수밖에 없었던 환원(桓園)이며 천청송(千靑松)님의 귀한 詩를 만났으니 말이다.
2006. 8월 4일 백두산 천지는 쾌청이었지만 나는 슬펐다. 내 다시는 중국 땅을 밟고는 그곳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돌아섰다. 천지에 내가 다시 올 때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개성 평양을 거쳐 내 땅을 밟고 저쪽 맞은 편 산에서 이 천지를 바라보리라 염원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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