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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면서 길거리 포장마차의 떡볶이와 오뎅국물 냄새가 바짓가랑이를 잡아 당긴다. 희뿌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꼬치에 뱃속까지 뜨끈해지는 오뎅 국물, 빨간 국물이 자작자작 밴 떡볶이의 쫄깃한 맛. 대체 집에서는 왜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기는 음식이지만, 음식 축에도 끼이지 못하는지 웬만한 요리서에는 떡볶이와 오뎅의 레시피조차 없다. 길거리 포장마차의 떡볶이와 오뎅 국물맛의 비법은 뭘까?
퇴근길 출출한 속을 채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포장마차의 휘장을 걷고 들어가 별거 없어 보이지만 별거 있는 포장마차 떡볶이와 오뎅 국물맛의 비법을 알아본다.
오뎅국 솥단지에 대게가 산다!
멸치, 다시마를 우려낸 물에 무와 대파를 굵직굵직하게 썰어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듯한 ‘오뎅 요리’가 집에서는 왜 포장마차에서 먹던 그 맛이 나지 않을까? 인천 구월동 시장에서 15년째 오뎅장사를 하고 있다는 고미숙씨는 “우리집 오뎅 국물맛은 가다랭어포와 함께 멸치, 다시마, 술 등을 넣어 4~5시간 고아 단맛과 시원한 맛이 난다”고 말한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신도림역 주변. 오뎅과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붐비는 포장마차 하나. 손님들이 빼먹은 어묵 꼬챙이가 군불을 때도 될 만큼 쌓여 있다. 말이 포장마차지 재벌이란 생각이 들 정도. 장사가 파하자 주인은 오뎅국 솥단지 안에서 빨갛게 익은 대게를 건져냈다. 이 집 오뎅 국물맛의 비결은 바로 대게.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대개를 넣고 다시 끓인다. 멸치의 비린맛이나 다시마의 걸쭉함이 없고 담백하고 시원하다. 5호선 전철 서대문역 앞에서 토스트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 아침을 거른 직장인이나 출출한 퇴근길의 샐러리맨들로 언제나 붐비는 곳이다. 오뎅 국물의 비결을 묻자 주인은 “포장마차 오뎅은 꼬챙이가 먼저 맛을 본다”면서 오뎅 국물에 절고 전 대나무 꼬챙이를 들이밀었다. 그는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가 중요하다. 뿌옇게 김이 서린 포장마차 안에서 한 손엔 서류가방, 한 발은 길가에 걸쳐놓고 훔쳐먹듯 허겁지겁 먹어대는 분위기가 곧 포장마차 오뎅맛”이라며 “심심한 집안에서 입안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후루룩 마셔대던 그 국물 맛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맛이 있기 전에 도구가 있었나니!
빨갛지만 맵지 않고 달짜근하고, 쫄깃쫄깃하면서도 속속들이 간이 밴 포장마차 떡볶이의 비결은 뭘까? 1호선 종각역 주변에는 떡볶이 포장마차가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다같이 떡볶이를 팔고 있지만 집집마다 색깔과 맛이 다르다. 어느 집 떡볶이는 짜릿할 정도로 맵고, 또 어느집 떡볶이는 새콤달콤한 맛이 감돈다. 기름을 바른 듯 빨갛고 반들거리는 떡볶이가 있는가 하면 가래떡의 속이 보일 정도로 묽은 떡볶이도 있다.
보통 집에서 해먹는 떡볶이는 어묵과 야채를 곁들인 일명 ‘물떡볶이’. 빨갛게 색깔을 내려다 보면 매워지고, 떡에 간이 배게 하려고 뒤적이다 보면 으깨지고 퍼지기 일쑤다.
여학교 앞에는 으레 떡볶이 좌판이 하나쯤은 있고, 동네 시장마다 소문난 떡볶이집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서울 수유시장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최명자씨는 떡볶이를 팔아 아들, 딸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도 보냈다. “예전에 비해선 떡볶이 만들기가 말도 못하게 쉬워졌다”면서 “요즘은 재료도 좋고 도구가 좋아 눌지도 퍼지지도 않아 잘 섞는 재주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고추장과 설탕, 물엿과 간장, 다진 마늘 등을 섞어 만들던 양념 대신 매운맛, 달콤한 맛, 춘장 맛 등 가지각색의 떡볶이 소스를 사용한단다. 떡볶이 떡은 가래떡처럼 방앗간에서 빼온다. 꾸들꾸들 말랐다 싶을 때 한개씩 떼어놓는다. 육수에다 떡볶이 소스를 풀고 끓이다가 가래떡을 넣고 서서히 조린다. 먹기 좋게 가위로 싹뚝싹뚝 잘라주면 된다. 군만두나 어묵, 삶은 계란을 떡볶이 소스에 끼얹어 먹는 것도 일품. 네모난 주물 스테인리스 떡볶이 좌판은 빨리 달고 빨리 식어 떡이 퍼지거나 물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구수한 밥맛을 내기 위해서는 밥짓는 도구가 중요하듯 포장마차의 특별한 떡볶이 맛은 ‘도구의 승리’라는 말도 짐짓 이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