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더보기
2026년 11월 7일 (토)
(녹)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자유게시판

*♤나이의 축복♤*

스크랩 인쇄

박명숙 [pms090] 쪽지 캡슐

2006-09-22 ㅣ No.104562


    *♤나이의 축복♤* 이틀 전,학교를 졸업한 제자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저 00 이예요." "아이고 내 새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마치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말투다.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이런 말투를 쓰기 시작했을까?아마도 학부 형들과 나이가 엇비슷해지면서부터 생긴 버릇이지 싶다.벌써 칠팔 년 전쯤의 일이니 지금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학부형은 많아야 서너 명이다.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이런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선생님이 너희들 아빠지 뭐." "아빠는 무슨?할아버지죠." "뭣?너 이리 와." "맞잖아요.할아보지.우리 아빤 아직 탱탱해요." 언젠가는 아내와 산책을 하고 돌아오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모차를 탄 갓난아이와 눈이 마주쳤다.나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의 먹빛 눈망울 에 한참 시선이 고정되었다.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명의 신성함이 느껴졌다.아내가 내 팔을 잡아채고서야 아이에게서 눈을 거둘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아내가 말했다. "아들보다 손자가 더 예쁘다는데 당신도 할아버지 다 됐나 보네." 그 말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그럴 수만 잇다면 십년 정도 세월을 확 앞당겨서 하루빨리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세상의 어 떤 즐거운 일도 한 아이의 순진무구한 생명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덜 즐거울 것 같았다.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 눈을 자주 들여다본다.출석을 부를 때면 꼭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며 눈을 맞추곤 한다.어떤 환경이나 조건에 덧씌워지지 않은 아이들의 고유하고 순수한 생명을 만나기위해서다. 생명은 동일하다.높낮이가 없다.그래서일까?언제부턴가 나는 아이들을 차별하는 나쁜 버릇을 갖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나이를 먹는 것이 그다지 두렵지 않다.좀 더 세월이 흘러 아이들로부터 정말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상관 없을 것 같다.이 세상에 한 아이의 생명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즐거울 것 이 없는 선생이 될 수만 있다면 교사로서 이보다 더 복된 일도없 을 것 같아서다.말하자면 나이의 축복이랄까. *안준철 님 순천효산고 교사*




237 2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