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를 하고 25년여 성당에 다니면서 나는 늘 신부님을 스승님처럼 생각했다.
그동안 8분의 신부님으로부터 강론말씀을 들으면서 성서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세상을 사는 지혜와 올바르게 사는 법 그리고 삶을 보다 즐겁게 사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소중한 것들을 그 스승님들을 통해서 배웠다.
때로는 강론말씀 중에 내 온 몸이 찌르르할 정도로 놀라운 충격을 받은 적도 있었고.
때로는 강론말씀 중에 뜨거운 감동으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통해 이제까지 내가 몰랐던 성경말씀의 참뜻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며칠 동안은 그 깨달음의 기쁨으로 나는 매우 행복해 진다.
복음 말씀에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제자들이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큰 사람입니까?’하고 예수님한테 묻자, 예수님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앞에 세우시고 “너희가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으로 그 대답을 대신하셨다.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어린이처럼 되어라'는 말씀의 참뜻을 부끄럽게도 나는 어제서야 알았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성경을 접하면서 ‘어린이처럼 되어라’는 그 말씀을 귀가 닳도록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참뜻을 이제야 알았으니 감격을 안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어린이는 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하고 순수하다. 어린이는 욕심도 없고, 죄도 안 짓고, 그래서 어린이는 영혼이 맑다.
나는 지금까지 ‘어린이처럼 되어라’는 말뜻을 오로지 그런 의미로만 알았었다.
순수해라. 욕심 같은 걸 가지지 말고. 어린이처럼 순진해라.
죄 짓지 말고 어린아이같은 맑은 영혼을 지녀라. 오로지 그런 뜻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 말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신앙생활을 해 왔다는 것을 이제사 알았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처럼 되어라’에 나오는 ‘어린이’라는 단어의 핵심은 깨끗함, 순수함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열배 백배 중요한 뜻이 그 안에 내포되어 있었다.
바로 ‘의탁(依託)’이라는 참뜻이었다.
바로 어린이가 부모에게 의지하며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것,
바로 그 것이었다!!!!!!
‘너희가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그 말씀의 참뜻은 ‘너희가 네 고집과 네 생각을 떨쳐버리고 오직 내가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기지 않으면 너희는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바로 그 말씀이라는 것을 예순다섯이라는 이 나이에 송진 발렌티노 신부님의 주일미사강론을 통해서 알았으니...그 순간의 기쁨, 그 감동!!
기도를 해도 나는 늘 능동적인 기도를 해왔다. 항상 나를 위주로,
나를 앞세우고 그러한 나의 기도는 참으로 유치한 유아적인 기도였다.
"주님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입이 닳도록 외우면서도 나는 그런 참다운 기도,
수동적인 기도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러한 교만, 나의 부족함을 주님께서는 어떤 심정으로 지켜보셨을까?
글 쓴다는 것이 이제는 부끄럽다. 어디 가서 작가라는 말 꺼내기가 그렇게도 부끄럽더니 이제사 내가 왜 그랬던가? 이제사 그 이유를 좀 알 것만 같다.
주님, 이 어리석은 이에게 더 큰 깨달음을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