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더보기
2026년 11월 9일 (월)
(백)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자유게시판

* 저 보름달은 귀성길을 비추어주건만...*

스크랩 인쇄

이현철 [hl1ye] 쪽지 캡슐

2006-10-05 ㅣ No.104988

 

                            저 보름달은 귀성길을 비추어주건만...


  십자가를 안테나로!

  드디어 본격적인 추석연휴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10월 2일과 4일을 쉬는 회사원들은 주 5일제로 9월 30일부터 추석휴가가 시작되어 무려 9일간의 긴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는군요. 따라서 어떤 이들은 일찌감치 성묘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을 포함한 이 땅의 많은 실향민들은 이런 황금연휴인데도 불구하고 하루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이북땅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아무튼 하루속히 우리나라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명절을 지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수년 전에 로마에서 쓴 저의 글과 오태진님의 신문칼럼, 그리고 영화 ‘간 큰 가족’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멀고먼 귀향길>


   식탁에서 며칠 전에 중국의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하여 필리핀을 거쳐 한국에 오게 되는 25명의 탈북자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식사 도중에 아직도 30만 명이나 되는 탈북자들과 천만이 넘는 남북 이산가족이 생각이 나, 목이 메어 도저히 식사를 못하고 수도원 정원에 나와 눈물을 닦으며 아픈 가슴을 삭히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왜 그들이 한국에 바로 가지 못하고 멀리 돌고돌아 우리나라를 통해 가느냐?"고 제게 질문했던 필리핀 신부님도 식사를 하지 않고 제 뒤를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제게 하는 말이 "그 25명의 탈북자들을 보니 마르코스 독재자의 부정축재로 부자국가에서 거지국가가 되어 전세계를 떠도는 자기 나라 동족들이 생각이 나, 자기도 도저히 식사를 못하겠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필리핀 신부님께 저희 부모님이 실향민이시고 특히 10여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고향 진남포을 그리워하시면서 저희집 마당에 커다란 한반도 모양의 연못도 만드시고, 매일 아침마다 고속 모터보트에 시동을 거시면서,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 고향에 이 배를 타고 가서 저희들에게 당신 형제들을 소개해주고 눈을 감았으면 원이 없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이야기와 수년 전에 읽은 고마태오 신부님의 "43년만의 귀향" 이야기를 필리핀 신부님께 계속 들려드리게 되었습니다.


   < 고마태오 신부님의 고향은 38선 부근이었다고 합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고 똑똑했던 형에 비해 고신부님은 농사를 짓고 나무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시골청년이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고신부님께 "소달구지를 끌고 개성역으로 오라"는 전보가 도착이 되어 가보니, 경찰의 고문으로 초주검이 된 형이 개성역앞에 던져져 있더라는 것입니다. 고신부님은 죽어가는 형을 소달구지에 싣고 오면서 도대체 정치가 무엇이기에 형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하면서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이상주의였던 형은 남한에선 공산주의로 몰리고, 북한에선 자본주의로 몰려 고문을 받아 결국은 "임신한 형수를 월북시키라"는 유언을 남기고 며칠 만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후 남북이 분단되고 고신부님은 남한의 해병대에 입대하여 6.25전쟁시 낙동강 전투에서 물에 빠진 인민군과 미군을 함께 보게 되었는데 고신부님은 동족인 인민군부터 구하게 됩니다......그후 43년만에 고신부님은 선교회 사제로서 고향인 북한을 방문하여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형수님의 아들, 즉 신부님의 조카가 고신부님이 한때 짝사랑했던 이모(형수의 여동생)의 아들로 입양이 되어 인민군 장교로 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형과 정치활동을 함께 했던 그 이모는 안타깝게도 경찰 고문의 후유증으로 아기를 가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목이 메어 더 이야기를 하지 못하자 끝까지 관심있게 듣고 있던 필리핀 신부님은 저의 어깨를 두드려주시면서 앞으로 자기는 한국의 통일과 많은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제게 약속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기도와 함께 탈북자들, 이산가족들을 지원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으실 거지요?          <2002년 로마에서 가브리엘 통신>


                                              <귀성길>


  ‘내일같이 명절날인 밤은

부엌에 쩨듯하니(환하게)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끓고

   방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

나는…

설탕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백석은 ‘고야(古夜)’에서 정겹고 푸근하던 어릴 적 명절 전야를 다채로운 시각과 후각으로 되살렸다. 아이들에게 추석은 더없이 넉넉하고 행복한 축제였다.


  이젠 송편 빚는 집도, 추석빔 따로 사 입히는 집도 별로 없다. 고향 명절의 추억들은 흑백 사진처럼 빛바래 간다. 커 가며 명절은 덤덤하다 못해 짐스럽기까지 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44%가 “추석이 반갑지 않다”고 했다. 남자(40%)보다 여자(49%)가, 미혼자(29%)보다 기혼자(49%)가 더 부정적이다. 돈(46%), 음식 장만(22%), 귀성길 체증(6%) 탓이다. ‘그저 귀찮아서’도 11%다.


  ‘전화기 속에서 어머니가 우신다/ 니가 보고 싶다 하시면서…어릴 적 객지에서 어머니 보고 싶어 울었다/ 그때는 어머니/ 독하게 울지 않으셨다…언제부턴가 고향도 객지로 변해/ 어머닌 객지에서 외로움에 늙으시고’ (김영재 시인의 어머니).


  고향이 아무리 객지처럼 썰렁하다 해도 자식 보고픈 부모 마음은 한결같다. ‘막내딸이 추석이라고 송이를 보내왔다/ 바뻐서 못 온다고/ 아 내겐 송이 냄새보다는/ 사람의 냄새가 그리운 것을’ (조병화 시인의 송이).


  자식은 도시에서 찌들고 부모는 시골에서 시든다. ‘장자(莊子)’에 ‘샘물이 마르면 고기들이 침으로 서로를 적셔준다’고 했다. 보름달처럼 둥근 마음으로 가족과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날, 추석이다.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유자효 시인의 추석).


  이번 추석에 하룻밤 넘게 고향 방문을 계획한 이가 44%, 10여 년래 최고치란다. 긴 연휴 덕분이다.


   ‘고향길이야 순하디 순하게 굽어서/ 누가 그냥 끌러둔 말없는 광목띠와도 같지요/ 산천초목을 마구 뚫고 난 사차선 저쪽으로/ 요샛사람 지방도로 느린 버스로 가며 철들고/ 고속도로 달리며 저마다 급한 사람 되지요’(고은 시인의 귀성)


  서해대교 참사가 가슴 아프다. 귀성길 막혀도 뚫려도 느긋하게 가시라. 기다리는 부모님 애타지 않게...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 조선일보)

 

 

                                      <영화 ‘간 큰 가족’>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마누라 앞에서 북에 두고 온 마누라 타령만 해대는 간 큰 남편 김노인(신구 분)은 오매불망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게 소원인 실향민이다. 여느 때처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서를 내고 돌아오던 김노인은 그만 발을 헛딛고 계단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가족들은 김노인이 ‘간암 말기’라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간암 말기 아버지에게 50억 유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 하지만 이 유산은 ‘통일이 되었을 경우에만 상속받을 수 있다’는 기이한 조항을 달고 있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과 자칫 통일부로 전액 기부돼 버릴 뻔한 50억 유산을 사수하기 위해 가족들은 ‘통일이 되었다’는 담화문을 담은 가짜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해 임종 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감쪽같이 가짜 통일 상황을 믿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데... 하지만 아버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들이 다같이 행복해하는 순간!


  그런데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심해지던 김노인의 병세가 ‘통일이 되었다’는 간 큰 가족들의 거짓말에 기적처럼 호전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가짜로 만들어 낸 통일신문을 본 김노인이 ‘남북 단일팀 탁구 대회’를 봐야겠다는 통에 가족들은 졸지에 탁구선수로 분해 경기장면까지 카메라에 담아내야 한다. 하지만 사건은 이제 시작에 불과! 설상가상으로 ‘평양 교예단이 서울에서 공연을 한다’는 가짜 기사를 본 김노인은 다짜고짜 ‘서커스를 보겠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모든 게 거짓상황이니 서커스공연이 있을리 만무. 하지만 이제 와서 모든 게 거짓이었다고 말했다가는 김노인은 금세 쓰러질 게 뻔하다. 게다가 명석이 진 빚을 받기 위해 찾아온 악덕 사채업자 박상무마저 집에 눌러 앉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간다. 결국 명석은 박상무를 포섭한 데 이어 명규를 짝사랑하는 춘자까지 통일연극에 참여시키며 직접 평양교예단의 서커스 공연을 실연해내지만, 아버지 소원을 사수하기 위해 벌였던 거짓말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가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아 가는데...


                                           <성서묵상>


                                 그 날이 오면,

                         큰 나팔 소리 요란하리니

                    아시리아 땅에 귀양갔던 이들도,

                 이집트 땅에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도 돌아와

              예루살렘 거룩한 산에서 야훼께 예배를 드리리라.

                                   (이사 27, 13)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hompy.dreamwiz.com/hl1ye )




344 19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등록일 작성자
104990 방랑자 -- 니콜라 디 바리 2006-10-05 윤경재
104989 부모님 살아 계실때 해드려야 할 45 가지<펌>|3| 2006-10-05 신희상
104988 * 저 보름달은 귀성길을 비추어주건만...*|19| 2006-10-05 이현철
104987 The Sound of Silence|2| 2006-10-05 윤경재
104985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를 것이다.|1| 2006-10-05 주병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