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수)
(녹) 연중 제8주간 수요일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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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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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5:28 ㅣ No.189802

순례의 여정에서 한 부부와 대화하였습니다. 눈빛만으로도 성실하게 삶을 살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순례를 마치면 부부는 아내의 칠순을 기념하여 로마, 아시시, 프라하를 다녀온다고 합니다. 로마에서는 교황님의 알현 미사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아시시에서는 프란치스코 성인 탄생 80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에 함께 한다고 합니다. 프라하에서는 아름다운 도시를 보며 칠순을 기념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모든 일정을 계획한 남편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부는 3년 전에 은퇴하였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한국 성지순례78일 동안 다녀왔다고 합니다. 순례 중에 좋은 분을 많이 만났다고 합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사람이 함께하는 순례의 여정에는 좋은 사람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은퇴할 나이가 훌쩍 지났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의 여정은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두 분이 가는 길에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눈먼 사람 바르티매오의 눈을 뜨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 말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아라.’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를 배은망덕이라고 합니다. 은혜를 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성서는 이런 배은망덕의 기억도 전하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사랑을 잊어버리고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교만함을 보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생명나무를 지키기 위해서 아담과 하와를 낙원에서 쫓아내셨습니다. 아합왕은 자기의 포도밭이 많이 있음에도 욕심 때문에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았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넘겼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 나는 너를 바위라고 부르겠다. 내가 그 바위 위에 나의 교회를 세우겠다.’라는 칭찬을 받았음에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습니다. 성서는 어쩌면 끝없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 하느님의 사랑을 잊어버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늘 치유의 은사를 받은 바르티매오는 눈을 떴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 겁니다. 파란 하늘도 보고 싶었고, 사랑하는 가족도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서는 바르티매오가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라고 기억합니다. 성서는 이런 아름다운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엘리야가 굶주렸을 때 사렙다의 과부는 아낌없이 엘리야에게 구운 빵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시리아의 장군 나아만은 엘리사의 말을 듣고 요르단강에 몸을 담구었습니다. 그리고 나병이 치유되었습니다. 나아만은 하느님을 찬양하며 이스라엘의 흙을 가져갔습니다. 일곱 마귀가 치유된 여인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 드렸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첫 번째 증인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 치유의 은사를 받았던 베로니카는 고난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수건으로 닦아 드렸습니다. 성서는 어쩌면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답하는 백성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제에게도 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사제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뜻을 드러내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기도해야 합니다. 사제는 공동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경험과 연륜은 배려와 존중을 만나야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사제는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사제는 청렴해야 합니다. 세상에 보화를 쌓는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아야 합니다. 하늘에 쌓을 보화는 나눔, 희생, 사랑입니다. 한 가지 더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선한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선한 마음으로 병자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선한 마음으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오늘 바르티매메오는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능력과 준비로는 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의 사랑과 자비만이 눈을 뜨게 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집을 지어주시지 않으면 그 집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다고 합니다. 눈앞에 주어진 일 때문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주어진 일에 충실하다고 하지만 주님께서는 또 다른 것들을 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십시오. 이교인들 가운데에 살면서 바르게 처신하십시오. 그래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라고 여러분을 중상하는 그들도 여러분의 착한 행실을 지켜보고, 하느님께서 찾아오시는 날에 그분을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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