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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심(信心)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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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9-02 ㅣ No.2306

[돋보기] 신심(信心)에 대한 이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공표한 「일치 교령」에는 ‘진리의 서열’(ordo veritatis)이 언급된다. “가톨릭 교리의 여러 진리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와 이루는 관계는 서로 다르므로, 교리를 비교할 때에는 진리의 서열 또는 ‘위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11항) 공의회는 그리스도교의 ‘공통 핵심 교리’를 위계의 상위에, 교회 분열의 원인 중 하나인 ‘가톨릭 교회만의 교리’를 위계의 하위에 배치함으로써 ‘일치를 위한 대화’의 토대를 구축하였다.

 

 

1. 신앙과 신심

 

‘삼위 하느님을 향한’ 신앙과 ‘이 신앙에 구체적 도움을 제공하는’ 신심 사이에서 신앙은 위계의 상위에, 신심은 위계의 하위에 속한다. 신앙은 공적 계시에 대한 ‘긍정의 응답’(아멘)이다. 수신자가 접하는 계시의 두 가지 양식이 ‘계시자’(하느님)와 ‘계시 내용’(하느님의 말씀)이기에, 신앙은 두 방향으로 정의될 수 있다. 첫째, 신앙은 계시 내용에 대한 적극적 ‘동의’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선포한 이웃 사랑에 대한 수용이 신앙이다. 둘째, 신앙은 계시자 하느님에 대한 온전한 ‘신뢰’(의탁)며, 이는 하느님 사랑으로 귀결된다. 「계시 헌장」은 신앙의 최종 목표인 ‘하느님과의 만남’을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2항)로 명시한다. 

 

이와 더불어, 신앙은 계시 내용의 보존·관리·해석 권한을 지닌 교도권에 대한 ‘순명’을 요청한다. 그러나 교도권은 계시자 하느님과 계시 내용의 통로인 성경과 성전 위에 있지 않고 종속되어 봉사한다(「계시 헌장」 10항 참조). 분리될 수 없는 ‘하느님의 계시’와 ‘계시하는 하느님’으로 인해 신앙에는 ① 내용적 측면(동의)과 ② 인격적 측면(신뢰)이 있고, 신앙의 장소인 교회로 인해 ③ 교회적 측면(순명)이 있다.

 

공적 계시와 직결된 신앙이 인간에게 계시하는 하느님이 주도하는 은총의 영역 안에 있다면, 신앙 성장을 위한 성실, 헌신과 관련된 신심은 하느님을 향하는 인간이 주도하는 행업의 영역 안에 있다. 가톨릭 교회는 세례받은 이에게 신앙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지만, 신심 행위에 대해서는 권장한다. 초대 교회 이후로 신심은 특정인(은수자/동정녀/수도자)의 생활 방식으로 이해되다가, 점차 모든 신앙인에게로 확장되었다. 신앙의 세 가지 측면과 비교하여, 신심은 공적 계시를 지원·강화하는 보조 주제와 신앙인의 개인 성향을 반영한다. 신심의 긍정적 작용은 성실과 헌신을 통한 신앙의 심화이며, 부정적 작용은 영적 우월주의나 자기 신심에 대한 절대화다.

 

 

2. 공적 신심과 특별 신심 

 

신심은 일반적으로 ‘공적 신심’과 ‘특별 신심’으로 구분된다. 공적 신심이 위계의 상위에, 특별 신심은 위계의 하위에 속한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교회 교도권의 공적 인준(승인)이며, 구분점은 권장 강도의 차이다. 가톨릭 교회는 공적 계시를 보조하는 공적 신심을 ‘적극 권장’한다. 공적 신심의 분야는 그리스도의 생애에 따른 전례주년 안에 추가로 구성된 성월(聖月)에 명시된다. 성모성월, 묵주기도성월은 ‘성모 신심’을, 예수성심성월은 ‘성체 신심’을, 위령성월은 연옥 교리를 배경으로 ‘성인들의 전구 신심’을 강조한다. 성경에 근거하지 않는 내용을 부정하는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을 향한 신앙을 위해 ‘좋고 유용한’(bonum atque utile) 방안으로 교회 전승을 통해 확립된 다양한 공적 신심을 제안한다. 

 

교회 전승에 기반한 공적 신심과 달리, 특별 신심은 공적 계시(예수 그리스도) 이후에 보편 교회가 인준한 사적 계시와 연관된다. 교회 교도권은 사적 계시를 인준하는 과정에서 검증 불가능한 초자연적 발현 자체보다 검증 가능한 발현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판정한다. 가톨릭 교회는 특별 신심이 신앙 성숙을 실현하려는 신자들에게 유익하다고 판정하고, 이를 ‘권장’한다. 한국 가톨릭 교회에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성모 발현(루르드/파티마)으로부터 파생된 특별 신심이 매우 활성화되었다. 신앙인은 발현 메시지의 실현을 의도하는 특별 신심을 통해 신앙 성숙의 계기를 조성한다.

 

 

3. 성모 신심과 성체 신심

 

한국 가톨릭 교회에 분포된 신심의 두 가지 축은 ‘성모 신심’과 ‘성체 신심’이다. 성모 신심은 ‘마리아 공경’을 통하여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증대시킨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이며 ‘교회의 어머니’이다. 예수님의 어머니 차원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천주의 모친’(하느님의 어머니), ‘평생 동정녀’란 호칭이 수여되었다. 교회의 어머니 차원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적용된 교리는 마리아 생애의 시작과 끝에 주어진 은총인 ‘무염시태’(원죄 없음)와 ‘성모 승천’이다. 이 교리는 성모 마리아가 ‘구원받길 원하는’ 신앙인의 표본이며, ‘구원받은’ 인간의 전형임을 선언한다.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는 하느님의 자녀인 신앙인을 위해 전구한다. 성모송의 마지막 문구인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는 전구의 대표적 양식이다. 신앙인은 성모 신심을 통하여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마리아의 신앙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성체 신심은 최후 만찬에서 제정된 성체 성사와 연관된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초대 교회의 신자들은 최후 만찬을 재현하며 예수님을 기억하였고, 빵과 포도주를 함께 먹고 마심으로써(사도 2,42 참조) 예수님의 현존을 강력하게 체험하였다. 성체 성사는 ‘성변화 예식’으로 마감되지 않고 ‘영성체 예식’으로 완료된다. 곧 성체 성사는 성체를 ‘보고 만짐’이 아니라 ‘받아 모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지향한다. 

 

수 세기 이후 성체의 보관 필요성으로 등장한 감실로 인하여 성체조배, 성체현시, 성체강복이 교회 전례에 첨가되었다.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의 “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기에 제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옵니다.”라는 구절은 가톨릭 교회가 제시하는 성체·성혈 교리를 명확히 진술한다. 성체·성혈은 빵과 포도주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실제 예수님의 몸과 피다. 이를 전통 신학은 ‘실체 변화’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의 성체 신심 중 으뜸은 미사 전례에 매일 참여하여 성체를 직접 모시는 것이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8월호, 김일두 베드로 신부(광주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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