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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구역반장 월례연수: 평화 -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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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9-02 ㅣ No.2307

[구역반장 월례연수] 평화 <화해>

 

 

신앙생활을 하며 많은 신자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용서와 화해입니다. 고해성사를 앞두고도 가족이나 이웃을 용서하지 못한 마음, 화해하지 못한 마음에 무겁고 찜찜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기도하고 다짐해보아도 마음의 상처와 갈등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화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서 더 무거운 마음을 간직하게 됩니다.

 

 

화해는 여정입니다.

 

화해는 갈등이나 대립, 상처로 인해 멀어졌던 개인이나 집단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바로 “과정”입니다. 화해는 한 번의 이벤트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길을 떠나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과 같은 긴 순례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여러 도시를 거쳐야 하듯, 화해 역시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화해의 과정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갈등이 왜 일어나는지부터 이해하는 것입니다. 갈등은 칡나무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가 만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넝쿨 식물인 칡나무와 등나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서로 ‘신념과 목표가 충돌하는 것’이 갈등입니다. 우리가 화해하려면 우선 나의 신념과 목표는 무엇이었고, 상대의 그것은 무엇이었는지를 구분해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정체성, 인정, 이익, 안전 등의 목표가 서로 충돌할 때 우리는 갈등을 겪는데, 화해의 여정에서 이 중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바라보는 것은 갈등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별히 나의 목표만이 아니라 상대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인식하면 거기서부터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를 살필 수 있습니다.

 

화해에 이르기 위한 그 다음 요소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갈등 과정에서 내가 피해를 준 것과 내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기에 나의 손해는 크게 보이고, 나의 가해는 적게 인식합니다. 서로 주고받은 상처에서 내가 준 것은 무엇이고 받은 것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진실에 기반한 보상도 필요합니다. 갈등에서는 물리적이건 심리적이건 회복될 수 있는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물론 사과와 보상은 피해자 측에서 감해줄 수도 있습니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가 꼭 보상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과와 보상이 없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은 바로 용서입니다. 사실 용서는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하느님께서 어떻게 우리를 용서하시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전부 아시기에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십니다. 그렇기에 하느님께서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실 수 있는 것처럼, 상대가 어떻게 살아왔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용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기에 모든 것을 용서하시지만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이해하기에 용서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용서는 궁극적으로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가 더이상 나를 파괴하지 않도록 용기있게 나아가는 나 스스로를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정을 걸어갈 수 있는 영적인 힘

 

이러한 과정 전체가 바로 화해입니다. 갈등을 바라보며 조정하고,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지고, 더이상 미움과 증오를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전체의 과정이 바로 화해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중요한 단계들을 생략하고 곧바로 용서하려 하거나 즉시 화해를 이루려 하기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우선은 우리가 갈등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더는 증오와 미움의 마음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능력이 아닌 하느님의 은총으로 화해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화해를 위한 다음의 다섯 가지 영성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 영성은 <희망>입니다. 틀어진 관계와 상처를 되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면 비록 어렵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바로 희망입니다. 둘째 영성은 <하느님 사랑 체험>입니다. 우리는 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부분적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주시고 사랑하시는 하느님 마음을 깨달을 때, 우리 역시 그 마음으로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셋째 영성은 <기도>입니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화해의 여정을 걸어갈 수 없습니다. 넷째 영성은 <유혹 이겨내기>입니다. 화해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우리는 중단하거나 포기하고 싶어지기에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 역시 중요합니다. 마지막 다섯째 영성은 <우주적 차원의 시선>입니다. 갈등의 관계를 단순히 가해자-피해자 도식이 아닌 더 넓고 높은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새롭고 역동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방법 찾기

 

희망, 하느님 사랑 체험, 기도, 유혹 이겨내기, 우주적 차원의 시선. 이 다섯 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는 넓은 차원의 시선을 간직할 수 있으나 자꾸 복수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구는 하느님 사랑 체험이 강하지만 기도로 이어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제 화해의 여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각자 하느님께 청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주신 은총에는 감사드리고, 부족한 은총은 청하며 용기있게 걸어간다면 우리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관계가 변할 수 있음을 경험할 것입니다. 화해로 나아갈 마음을 먹는 것! 그것이 화해를 살아가는 첫걸음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6년 9월호, 정수용 이냐시오(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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